공모 시작되자 전직 과기부 공무원 내정설…과학계 인사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 시급
"과학계 주요 보직 공무원 전유물 되는 현실, 진지하게 고민해야"

500만 과학기술인들을 대표하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이하 과총)의 사무총장 공모가 시작되자 벌써부터 전직 과학기술부 관료 출신의 내정설이 돌고 있다. 

과총 사무총장 자리는 전통적으로 과기부 관료 출신이 연달아 임명되는 기록을 세우고 있다.  
현 이헌규 사무총장도 과학기술부 출신이다. 과총에 사무총장직이 생긴 후 10년 넘게 관료 출신 인사들이 중책을 맡아 왔다.

2004년 문유현 사무총장(전 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 2007년 김상선 사무총장(전 과학기술부 정책홍보관리실장), 2010년 이상목 사무총장(전 교육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 2013년 이헌규 사무총장(전 과학기술부 과학기술정책실장) 등의 순이다. 

이번 내정설의 주인공까지 사무총장에 임명되면 5번째 관료 출신이 과총을 대표하게 되는 셈이다. 과총 사무총장은 미래부 관료들의 '고정 좌석제'라는 소리가 공공연하게 들리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관료 출신이 무조건 나쁘다거나 특정 인사를 비판하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어느 단체나 조직체의 권력 핵심 자리가 특정 출신들로 계속 채워지면 여러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 가장 결정적인 부작용은 관료주의다.

현장 연구자들은 과총의 현재를 '경쟁 없는 조직의 종착역' 같다고 말한다. 내용보다는 형식을 중요시하고 규정 지키기에 치열하다. 예산 책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집행하는 것이 우선이고, 예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하는 일들이 대부분이다. 위로 갈수록 소통이 힘들어 직원들의 업무 추진은 버겁기만 하다.

기존 일을 평가하고 개선하거나, 새로운 일은 보기 힘들다. 아무 생각없이 일을 하기에도 무리가 없는 조직이 된 모양새다. 더군다나 내부 경영진과 직원들간 맞고소가 이어지는 내홍이 극에 달해 과총을 바라보는 많은 과학기술인들이 안타까워 하고 있다. 

과학기술계를 대표하는 자리가 미래부 퇴직 관료의 전유물처럼 되는 현상을 지속하기에는 국가적으로나 과학기술계나 돌아가는 상황이 너무 위급하다. 안으로는 조선·철강같은 국가 산업이 휘청이고, 밖에서는 인공지능·가상현실 등 새로운 기술산업 주역들의 출현에 따라 새로운 패러다임·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지 않으면 미래가 보이지 않는다고 아우성이다. 

뛰고 날아도 모자를 판에 현장 과학자들은 연구환경이 갈수록 나빠지는 상황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연구에 집중하지 못하고 관료주의와 행정에 허덕이는 현상이 과학계의 고질적 문제가 되면서 과학계 기성 세대와 함께 과학계를 대변해야 할 과총의 책임론까지 들먹여지고 있는 상황이다. 

'과총이 지금까지 하던대로 하면 안된다. 확 바뀌어야 한다'고 이야기 나오는 이유다. 과총이 기존 학회 지원기관으로서의 역할에 만족할 때가 아니다. 

국가산업의 위기가 심화될수록 과총이 과학기술계 전문 의견을 대변하며, 국가 산업의 중심을 잡는 역할이 필요하다. 일선 현장 과학기술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현장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문제를 개선하려는 과학계 대변자의 노력이 시급하다. 과학기술의 중요성이 높아지는 만큼 과총이 국가와 사회공동체를 첨단 기술 변화의 세계로 리드하는 새로운 역할도 요구된다. 

과학기술계가 다시 한 번 미래 세대를 위해 '과학계 인사'에 대한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할 시점이다. 단순히 과총 사무총장 자리만의 문제 뿐이겠는가. 각종 연구개발 사업단과 과학 관련 기관·단체의 주요 보직 자리가 관료주의의 대표격인 공무원의 전유물이 되는 현실에 과학기술계가 진지하게 고민을 해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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