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적 실험실 문화·단기적 정책 추진 등 성과 걸림돌로 지적

"중학교에서부터 대학까지 교육이 시험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 연구실에서도 이러한 배경으로 창조성과 토론 문화 없이 조용한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음주문화 등 문화적 장벽은 여성 과학자들에게 불균형적 영향을 미친다."(네이처 기사 본문 中)

"왜 한국은 세계 최대 R&D 투자국인데 노벨상을 수상하지 못하는가?"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Nature)'가 한국 과학계에 일침을 가했다. 네이처는 한국의 국가 R&D 투자 비율이 세계 최상위권에 속해 있지만 보수적인 실험실 문화, 노벨상 콤플렉스, 단기적 성과에 급급한 정책 추진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http://www.nature.com/news/why-south-korea-is-the-world-s-biggest-investor-in-research-1.19997)

네이처는 "1999년 한국의 국가 R&D 투자는 GDP 대비 2.07%로 OECD 평균 이하였는데 최근 4.29%까지 비중을 확대하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R&D 투자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 기초과학연구의 대표적 사례로 IBS와 포항방사광가속기를 예로 들었다. 네이처는 IBS에 대해 암흑물질 후보 물질 액시온을 탐지하게 되면 노벨상 수상 가능성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네이처는 "액시온의 존재여부조차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위험 고보상을 받을 수 있으며, 이는 기초 연구의 세계적 리더가 되겠다는 국가적 야망을 상징한다"고 해석했다.

한국 과학계의 문화장벽, 단기적 성과 위주 정책, 평가제도 등 전반적인 문화에 대한 지적도 이어졌다. 

네이처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려면 연구실에서 활발한 토론이 이뤄져야 하는데 학생과 연구자들이 너무 조용하며, 밤늦게까지 이어지는 음주 문화도 여학생에게 큰 장벽이 된다"고 진단했다. 

정치권의 단기적 성과 위주의 정책 추진도 과학계의 걸림돌로 꼽으며 알파고 이슈 후 인공지능분야 연구지원 등을 사례로 들었다. 노벨상 수상에만 관심이 쏠린 것도 지적됐다. 지난해 10월 노벨상 발표에서 한국인 과학자는 없었던 반면, 일본은 2명의 수상자를 배출해 국민들에게 실망감을 안겼다는 것.

이에 대해 김두철 IBS 원장은 “정치인들이 기술 R&D와 기초연구를 구별하지 못했으며, 최근까지 기초과학에 대한 근본적인 지원이 없었다"면서 "노벨상 콤플렉스로 인해 근시안적 정책과 화제성 연구에 집중되는데 IBS는 아직 4년밖에 되지 않았다. 일본 카미오칸데 관측소도 십수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보수적인 실험실 문화 등도 그 이유 중 하나로 제기됐다. 네이처는 국내 연구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사례를 소개했다.

네이처에 의하면 김영임 IBS 연구위원은 "해외에서 포스닥을 하면서 보수적인 실험실 문화때문에 귀국하는 것을 주저했는데 외국인이 단장을 맡고 있어서 마음을 바꾸게 됐다"고 밝혔다.

한 연구자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논문으로 평가하고 보상을 결정하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대형 규모의 국제 협력 연구에 참여하는 것을 꺼리고, 평가점수를 높이기 위한 중요도가 낮은 저널의 단독저자로 게재하는 것을 선호한다"며 평가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전진우 IBS 나노의학센터장은 "한국에서 일부 우수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 영국, 독일의 평균에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서 "기초연구분야의 투자와 관심을 위해서는 과학자들이 대중과 정부 관료들에게 무형의 효과에 대해 납득시켜야 하며, 호기심 ·색다른 사고법 등을 갖기 위한 문화가 기반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R&D 투자와 성과 등에 대해 소개한 네이처 기사.<사진=네이처 홈페이지>
한국의 R&D 투자와 성과 등에 대해 소개한 네이처 기사.<사진=네이처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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