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지원연, 31일 서울서 '첨단 분석과학 육성전략 포럼' 개최
연구장비산업 육성 및 첨단 분석과학 진흥 모색···산·학·연·관 전문가 참여 

첨단 분석과학 육성 전략 포럼이 지난 31일 오후 서울 양재동 엘타워 8층 엘하우스홀에서 산·학·연·관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사진=기초지원연 제공>
첨단 분석과학 육성 전략 포럼이 지난 31일 오후 서울 양재동 엘타워 8층 엘하우스홀에서 산·학·연·관 관계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사진=기초지원연 제공>
"연구장비의 중요성 대비 우리나라는 개발 및 관련 산업 역량이 매우 낮은 상태입니다. 연구장비의 경쟁력 확보를 위한 정책 추진이 절실합니다."

"국내 연구장비 산업은 관련 기업도 적지만 대부분 영세 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경쟁력 확보를 위한 생태계 조성이 무엇보다 시급합니다."

국내 연구장비산업 활성화를 위해 산·학·연·관 관계자들이 한 목소리를 냈다. 

연구장비는 고도의 기술지식 융합산업으로 국가 경제발전을 이끌 메타산업이지만, 현재 산업화 기반이 미흡하고 경쟁력이 매우 취약해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세계 연구장비 시장은 지속적 성장추세로 미국·일본·독일 등 3개국이 주도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이 세계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국가 차원의 정책 추진이 요구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원장 이광식)은 31일 오후 서울 양재동 엘타워 8층 엘하우스홀에서 기업, 학계, 연구원 관계자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첨단 분석과학 육성전략 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포럼에서는 ▲연구장비산업의 현황 및 육성방안 ▲분석과학 진흥을 위한 생태계 활성화 방안 ▲첨단 분석과학육성전략 등의 주제발표와 패널토론, 질의응답 등이 진행됐다. 

박재문 미래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축사를 통해 "국가차원의 체계적인 분석기술 장비의 연구개발과 분석장비·분석서비스 산업의 육성은 매우 중요하다"며 "정부는 출연연 등이 보유한 분석기술 및 연구성과가 자연스럽게 사업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광식 기초지원연 원장도 "국내 연구장비산업 육성을 선도하는 기관으로 도약하려는 기초지원연에 있어 이번 포럼은 산학연관 전문가들이 한자리에 모여 함께 소통하며 향후 발전전략을 구체화시키는 변곡점이자 도약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외산 장비 국내 시장 잠식 우려···M&A 및 대형화 통해 경쟁력 확보  

박재민 교수는 "연구장비 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사진=박은희 기자>
박재민 교수는 "연구장비 산업 생태계 조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사진=박은희 기자>
박재민 건국대 교수는 국내 연구장비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지적하며 연구장비 개발과 산업활성화를 위한 생태계 조성을 강조했다.  

'연구장비 산업의 현황 및 육성방안'을 주제로 발표 한 박 교수는 "국내 연구장비산업은 적은 기업 수, 대부분 영세한 중소기업으로 구성돼 산업화 기반이 미흡하고 경쟁력이 매우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향후 선도형 R&D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첨단 연구장비 개발 및 산업활성화가 중요하고 이를 지원하기 위한 정책과 법체계 마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국산 연구장비 기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은 R&D 에서 전문인력 부족(30.4%)을 호소했으며, 시장확대 어려움으로 수요자의 국산 연구장비 신뢰성 부족(33.8%), 외산의 높은 시장점유율(25.7%)를 꼽았다. 

또 신뢰도 부족의 원인으로는 국산 연구장비에 대한 저평가 인식(37.3%), 외산 연구장비에 대한 높은 선호도(33.3%)라고 답했다. 

그는 "실태조사에 나온 결과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결과"라며 "국산 연구장비에 대한 전략적 수요 확대 및 시장 확대정책, 연구장비 우수·선도기업 육성 등의 정부 지원 등이 요청사항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연구장비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방안으로 국산 연구장비 우수기업 선정 및 집중지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와 연계한 연구장비 클러스터 지정, 연구장비산업협회 구성 유도 등을 꼽았다. 

그는 "연구장비 히든챔피언 기업을 지정해 성공적인 롤모델을 제시하고 연구장비 개발기업과 수요자 혁신인프라 간 R&D·사업화·보급·성능개선·제품화 관점에서 선순환적 혁신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며 "연구장비 산업 발전과 육성을 위한 법적 토대 마련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준희 대표는 "기업이 살아 남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사진=박은희 기자>
이준희 대표는 "기업이 살아 남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사진=박은희 기자>
국산 전자현미경 전문기업인 이준희 코셈 대표이사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의 기술개발과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자본이 결합된 코셈의 창업과정을 예로 들며 연구장비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창업지원 필요성을 피력했다. 

이 대표는 '분석과학진흥을 위한 생태계 활성화 방안' 주제 발표에서 "분석과학산업 생태계의 특성 이해가 필요하다"며 "장비기업은 기술집약적 융합산업으로 중소·벤처기업에 적합한 산업으로 기업 창업이나 생존은 쉬우나 선도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곰과 왕서방' 이론을 연구장비 산업에 비유한 그는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말이 있다. 곰은 과학기술자로 돈은 사업 주체를 의미한다"며 "그러나 과학기술자는 안전적 형태를 중시하고 자기 확신이 강해 기업 성장에 어려움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과학기술기반 창업은 경쟁력 있는 인력 유입, 기업 자생력 강화, 인수합병을 통한 선도 등이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며 "기업이 살아남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경만 대표는 "연구장비는 국가기반산업으로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박은희 기자>
유경만 대표는 "연구장비는 국가기반산업으로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사진=박은희 기자>
유경만 과학기술전략연구소 대표는 '첨단 분석과학 육성전략'을 통해 연구장비 산업 발전을 위한 중점추진과제를 발표했다. 

유 대표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은 주로 선진기술, 장비 도입과 모방에 의존한 생산기술과 일부 특정부분에서 선진국과 대등한 수준의 연구개발 성과만을 갖고 있다"며 "자주적 핵심기술 개발과 미래성장을 이끄는 창조적 기반연구 분야에 대한 육성체계는 미흡하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특히 분석기술과 장비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 우선순위가 낮아 분석과학에 대한 체계적인 연구가 매우 미흡하다"며 "세계 최고와 최초 연구데이터를 얻기 위해서는 도구를 제작하는 분석과학 기술과 산업부터 육성하는 것이 필수"라고 강조했다. 

전 세계 장비 시장을 미국, 일본, 독일 3개국이 주도, 국내 장비산업 역사는 약 20년에 불과하다.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소비자 요구사항은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그는 "분석기술 연구자가 상향식(bottom-up)으로 제안하는 이원적 R&D사업을 추진해야 한다. 여기에 연구개발, R&D 지원, 인력양성, 플랫폼 구축이 이뤄져야 한다"며 "분석장비 상용화 촉진, 법·제도 정비, 과학정보 유통, 장비산업 및 분석서비스업 육성도 뒷받침 돼야 한다"고 밝혔다. 

◆ "국가의 정책적 지원 필요"···"연구장비 기술자 인식·처우 개선해야"

산업계와 학계, 연구계 전문가 9명이 참여한 패널토론에서는 연구장비 산업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전략 등을 논의했다.<사진=박은희 기자>
산업계와 학계, 연구계 전문가 9명이 참여한 패널토론에서는 연구장비 산업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한 다양한 시각과 전략 등을 논의했다.<사진=박은희 기자>
주제 발표 후 이주한 기초지원연 박사를 좌장으로 한 패널토론에서는 산·학·연계 전문가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전하고 실질적인 대안을 모색했다.   

안재평 KIST 특성분석센터장은 연구장비와 관련한 연구현장의 현실을 꼬집었다. 그는 "연구현장에서 사용하는 90% 가까이가 외산장비다. 연구장비를 다루는 전문 기술자들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고가의 장비를 갖추고 있는데, 다루는 사람은 초보다. 아이러니한 일들이 연구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창희 ETRI 사업화본부장은 "기초과학이 비즈니스가 된다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을 지닐 것"이라며 "스마트폰 앱은 개발자이자 동시에 소비자가 되기도 한다. 연구자와 연구장비 기술자가 시장맞춤형에 따라 사업화를 추진하면 산업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신기삼 한국현미경학회장은 연구장비 기술자에 대한 인식 변화를 주문했다. 그는 "현미경은 고가 장비임에도 불구하고 다루는 사람들에 대한 인식이 낮다. 누구나 분석할 수 있고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이라 말한다"며 "결코 그렇지 않다. 이들에 대한 적절한 대우가 절실하다. 협회 차원에서 자격증을 만들긴 했지만 아직 국가 자격증이 되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일본은 연구자, 교수, 기술자 등이 공동으로 장비를 개발한다. 이 과정에 학생들도 장비를 접할 기회가 많아진다"며 "우리는 수리비용 등이 비싸가 학생들이 현미경을 자주 접할 기회가 많지 않다. 이런 환경을 개선할 정책도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병희 서울대 교수는 사용자 입장에서 개선사항을 주문했다. 그는 "연구자는 본인들이 사용했던 연구장비에 대한 선호가 클 수밖에 없다. 실습장비를 국산 장비로 구축한다면 학생들은 국산 장비를 많이 다루게 되고, 연구자가 돼서도 국산 장비에 대한 선호도 많이 질 것"이라며 "이를 위해 국산 연구장비의 성능도 높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최근 연구 상당수가 분석과학 기술과 장비의 도움 없이는 연구가 불가할 정도로 연구장비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며 "새로운 분석원리, 분석장비 개발에 대한 관심이 커져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황인범 영린기기 상무는 개발자 입장에서 의견을 내놨다. 황 상무는 "최근 모 대기업과 신제품을 개발하기로 했는데 인력 구성에 어려움을 겪었다. 정확한 분석과 신뢰성 있는 제품을 만들는 연구장비 산업은 일반 산업계와 특성이 많이 다르다"며 "산업이 발전하려면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덕희 랩프런티어 대표도 "연구장비 산업은 소량다품종이 특성이다. 제품 하나 개발하기도 어려운데 세계 시장에서 포지션도 작다. 고객은 보수적이고 전 세계적으로 흩어져 있으니 영업 자체가 힘들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연구장비를 판매하는 것으로 끝이 아니다. A/S 등 응용지원이 필요하다"며 "자생적으로 성장하긴 힘든 분야로 국가의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이주한 기초지원연 박사는 "중국의 움직임을 눈여겨봐야 한다. 우리가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사이 중국이 우리를 추격했다"며 "위기의식을 느끼고 연구장비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을 펼쳐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포럼이 끝난 후 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포럼이 끝난 후 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박은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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