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삼용 표준연 박사의 기술사업화 활약···압저항 고무 기술로 압력 센서·스마트 방범창 시장 개척

"내 방에 오는 사람 중 99%가 사업화 아이디어를 나누러 오는 기업인인데 이들과 교류하는 것 자체가 즐겁다. 기술사업화를 통해 돈을 얻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내가 가진 기술을 베풀고 기업이 즐거워 한다는 데 보람을 얻고 있다. 은퇴 후에도 내가 기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금도 있는 힘껏 연구하려 한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우삼용 박사 연구실은 늘 사람들로 북적인다. 기업인들은 "신기한 아이디어가 많은 우 박사님과 상담을 하면 숱한 사업 아이디어가 떠오른다"며 이곳을 찾는다.

우 박사는 최근 5년 반 동안 연구 책임관리자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실질적인 연구에서 손을 놓지 않고 새로운 기술개발에 열을 올려 왔다. 최신 기술 동향은 어떤지 앞으로 기업에 어떤 기술을 연결시키면 좋을지 등을 고민하며 목표가 정해지면 즉시 실행에 옮겼다.

그 중 하나가 압력을 감지하는 ‘압저항 고무’의 개발이다. 이 고무는 평소에 전기를 통하지 않다가 압력을 가할 때만 전기가 통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 우 박사가 개발한 '특별한 고무' 덕분에 우 박사의 연구실에는 기술사업화를 하려는 기업인들의 발길이 끊이질 않는다.

십 년이상 압력 측정클럽 회장을 맡으면서 여러 클럽회원 기업들과 교류해 온 우 박사는 기업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항상 관심을 갖고 고민을 해결해 주는 해결사로 통한다. 기업인에게 우 박사는 '기술고문'이고 우 박사에게 기업인들은 흥미로운 문제를 던지는 '시험출제자'다.
 
실제로 우 박사의 연구개발은 기술이전까지 이어진 사례도 적지 않다. 최근에는 '압저항 고무' 관련 기술을 압력 계측기 기업인 PDK(대표 한무필)에 기술이전했다. 현재 센서의 압력 감지 범위를 다양화 시키는 것을 목표로 R&D 업그레이드 연구 과제를 진행하고 있다. 개발한 센서는 FlexitactileTM 이란 이름으로 상품화될 예정이다.
 
또 작년에는 '압저항 고무를 이용한 창호모듈 제작기술'을 방범 안전창 중소기업인 성광유니텍(대표 윤준호)에 기술 이전했고, 이 기업은 창문에 가해지는 힘을 감지해 침입 경고 알림을 보내는 스마트 창문 '윈가드3'를 개발중에 있다. 창문과 IoT 기술이 결합한 것은 국내외에서 유일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우삼용 박사가 압저항 고무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우삼용 박사가 압저항 고무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한효정 기자>
◆ 보직 맡으면서도 연구 손 안 놔···"오랜 연구로 나온 기술이 사업화 성공"

표준연에서 1986년부터 압력표준기 개발을 해 온 우 박사는 2009년 이후로 기반표준본부장, 휴먼인지환경본부장, 신경모방소자 및 인지시스템 융합연구단장 등을 역임해 왔다.

우 박사는 평소 표면압을 측정할 수 있는 센서에 관심이 많았고, 이를 위해 보직을 맡으면서도 틈틈이 연구를 계속한 덕에 압저항 고무와 같은 성과물을 탄생시킬 수 있었다. 이 기술을 접한 PDK는 곧바로 기술이전을 요청했고, 압저항 고무를 이용한 압력·힘 센서 FlexitactileTM 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우 박사는 "관리자의 역할을 하면서도 연구를 손에 놓지 않고 항상 연구자의 마인드를 갖고 있어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며 "자신이 하는 연구 분야를 넓혀 타 연구 분야로 생각의 확장을 하고 정해진 생각의 관습을 뒤집는 것이야 말로 창조적인 연구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좋은 기술은 어쩌다 나오는 우연한 결과가 아니라 오랜 관심에서 나온 우연과 오랜 연구의 축적이 만들어 내는 것이다"라며 "청년 창업가가 단순히 좋은 아이디어만 추구하기보다는 숙련된 기술경험자의 자문과 가르침을 받고 결합해야 좋은 사업화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 "돈보다는 기업에게 도움주고 관계 쌓는 것이 목표"

국가 산업경제가 위기가 닥친 요즘, 우 박사는 그동안 진행한 여러 연구를 기업과 사회에 환원하자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에게 기술이전은 돈을 벌기 위한 방법이 아니라 기술을 공유하기 위한 수단이다.

보통 그의 기술이전 초기 기술료는 3000만원 미만이다. 큰 금액이 아니지 않냐고 묻자 "중소기업에게는 3000만원도 큰 금액이다"라며 "기술이 사업화가 잘 되어 런닝 로얄티(Running royalty)를 계속 받는 것이 더 즐겁다"고 답했다. 그는 퇴근 후 가끔 포도주 한 잔 마실 수 있는 돈이면 그것으로 족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특히 우 박사가 기술이전을 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중 하나는 '사람과의 관계'다. 그는 그동안 20년 이상 기업들과 부담 없는 관계를 유지해왔다. 그는 기업인들과 사업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교류하는 것 자체에 큰 재미를 느낀단다. 기술도 훌륭하지만 우 박사의 편한 성격과 재치 있는 말솜씨는 기업인들이 그를 더 믿고 따르게 만든다.

그 중 하나인 PDK와 오랜 인연을 유지하고 있는 우 박사는 PDK의 비공식적 고문이면서 '기술선생님'이기도 하다. 최근 PDK 직원 2명은 매주 수요일마다 종이와 노트북을 들고 우 박사의 연구실에 교육을 받으러 찾아 온다. 기술이전과 기업 교육은 별개의 일이지만 우 박사는 "좋은 관계를 만들고 사회에 베푼다는 생각이 있다"며 즐거운 마음으로 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 압저항 고무, 압력 센서·스마트 방범창 등 활용 무궁구진···"IoT 센서 시장에 도전"

우 박사는 압력 센서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기 위해 모델을 만들었다 <사진=한효정 기자>
우 박사는 압력 센서의 작동 방식을 보여주기 위해 모델을 만들었다 <사진=한효정 기자>
우 박사가 개발한 압저항 고무는 물건을 잡을 때 가해지는 압력부터 체중을 재는 압력까지 넓은 범위를 감지할 수 있다. 압력을 감지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재와 구조가 사용될 수 있지만, 고무가 사용된 이유는 저항 변화가 크고 유연성, 방수성, 저렴한 가격 등의 조건을 갖췄기 때문이다.

우 박사와 PDK가 개발할 압력 센서 FlexitactileTM은 현재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이 지원하는 기술업그레이드 R&D 과제에 선정돼 기술상용화를 위한 추가 연구개발에 돌입했다. 우 박사는 "해외 유사 선진 제품 보다 더 좋은 제품을 더 싸게 생산해서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FlexitactileTM로 세계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덧붙였다.

최근 우 박사의 연구실에 발걸음을 자주 하는 사람 중 하나는 성광유니텍 관계자들이다. 압저항 고무를 이용한 힘 감지 기술로 만든 스마트 방범창 '윈가드3'의 출시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윈가드3의 창틀 부분에는 고무가 붙어 있는데 외부 압력이 가해지면 고무와 연결된 센서에서 자극을 받아들여 사용자의 스마트폰으로 경보를 보낸다. IoT 기술을 이용한 신개념 창문이다. 

우 박사는 "최근 IoT 시장이 커지면서 기업들 역시 이에 대비해 센서와 모듈(인터넷 연결용)을 결합해 판매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수입품이 대부분인 IoT 센서 시장에서 앞서가려면 새로운 IoT 센서 개발에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우 박사 연구실의 문 옆에는 전용 초인종이 붙어있다. 압력 센서를 이용해 우 박사가 직접 만들었다 <사진=한효정 기자>
우 박사 연구실의 문 옆에는 전용 초인종이 붙어있다. 압력 센서를 이용해 우 박사가 직접 만들었다 <사진=한효정 기자>

그는 이번 센서기술이 IoT와 결합하면 족압, 스포츠, 시트, 의료, 아드이노, 드론, 통신 등 다양한 곳에 활용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 박사는 최근 성광유니텍과 함께 윈가드3가 바람에 반응하는 정도를 실험했다. 앞으로는 인터넷 일기예보 정보와 창문의 센서가 연결돼 창문이 바람에 반응하는 민감도를 센서가 자동으로 조절할 수 있다. 가령 태풍이 불 때는 창문이 자동으로 민감도를 변경하여 불필요한 경보음을 보내지 않게 할 수 있다.

우 박사는 "기술 개발은 도전하고 시도하는 용기가 중요하다"며 "매일의 작은 성취감이 모여서 큰 만족을 이루고 보다 큰 기술이 나오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과학자들은 좋은 기술을 개발하고, 연구성과실용화진흥원 등을 비롯한 기술이전 전문기관은 국가 연구과제 중 숨겨진 기술을 발굴해 기업과 연결시켜주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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