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창성 더벤처스 투자기업 대표 20일 재판…벤처업계 귀추 주목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사진=대덕넷>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사진=대덕넷>
"외국에서 벤처창업해 성공하고 귀국해서 국내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뛰고 있는 사람을 죄인 취급하면 누가 창업을 하겠는가. 아무것도 없는 스타트업에 누가 투자를 하겠는가. 아무것도 모르는 검찰이 겨우 창업 불씨가 일고 있는 상황에서 찬물을 끼얹은 격이다."

고영하 한국엔젤투자협회장(고벤처스 대표)은 19일 대덕넷과의 인터뷰에서 검찰이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를 구속 수사하는 일련의 상황에 대해 과도한 수사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등의 혐의로 호창성 더벤처스 대표를 지난달 22일 구속기소했다. 중소기업청 창업지원자금 '팁스(TIPS)'를 악용해 벤처기업들로부터 29억원 규모의 회사 지분을 챙겼다는 이유에서다.

팁스는 민관 협력 프로그램. 민간 투자사에서 가능성 높은 스타트업을 추천하면 선정된 스타트업은 정부로부터 초기 연구개발 비용 5억원 등 9억원까지 지원 받을 수 있게 된다. 호 대표는 이들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5개의 스타트업 기업으로부터 29억원 상당의 회사 지분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부분에 대해 고 회장은 "더벤처스는 투자사로 이미 이들 기업에 200억원 이상 규모를 투자한 것으로 안다. 투자에 대한 지분은 당연한 것"이라면서 "검찰이 이면합의를 통해 40%가 넘는 과도한 지분을 챙긴것으로 몰아가고 있는데 검찰이 투자에 대해 너무 모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 회장은 "창업의 나라 이스라엘은 지분율이 50~60%에 이른다. 이는 스타트업의 성공이 그만큼 어렵기 때문"이라면서 "검찰이 성공한 창업가를 구속수사하면 누가 창업하겠는가. 젊은이들이 고시공부에 매달리는 한국의 병폐를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고영하 회장에 의하면 호창성 대표는 서울대 전기공학과와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을 마치고 부인과 동영상 서비스 플랫폼 '비키'를 공동창업 했다. 비키는 세계 각국에서 2000만명 이상의 사용자를 확보하며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성공한 벤처로 손꼽힌다.

호 대표는 2013년 비키를 일본 전자상거래 기업인 라쿠텐에 2억달러(당시 환율 한화 2200억원 규모)에 매각한다. 이후 국내 벤처 '빙글'과 벤처투자사인 '더벤처스'를 설립해 귀국한다.

고 회장은 "만약 내게 2200억원 규모의 자금이 있다면 건물사서 임대료 받으며 편안하게 살 생각을 했을 것"이라면서 "하지만 호 대표는 귀국해서 창업하고 민간 투자자로 신생 벤처를 지원하는 일을 시작했다. 자신의 경험을 나누고 창업에 성공한 롤모델로서 후배들을 양성하겠다는 마음이 없다면 쉽지 않은 일"이라며 호 대표의 입장을 설명했다.

그는 이어 "초기기업은 어떻게 상황이 달라질지 몰라 투자자들도 쉽게 투자하지 않는다. 호 대표는 그런 기업들에게 자금을 지원한 것"이라면서 "대한민국이 잘 살려면 좋은 사람이 창업하고 투자하는 문화가 이어져야 하는데 제2, 제3의 호창성을 키워야할 상황에 이번일로 겨우 일어난 창업 불씨에 찬물을 끼얹게 됐다"고 안타까워 했다.

고영하 회장을 비롯해 벤처 관계자들은 호 대표 등 성공한 벤처기업인들이 벤처투자사를 설립해 투자에 나서며 벤처 붐을 일으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중소기업청 역시 더벤처스에서 제출한 자료에 잘못된 점이 없다고 검찰에 의견서를 보낸 상태다. 관련 스타트업 역시 이면합의는 없었다고 밝힌 바 있다.

한편 호 대표에 대한 재판은 20일 오후 3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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