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브라피시, 생애주기 짧고 유전자 조작용이·배아 투명해 실험동물 적합
화학연, 제브라피시 플랫폼사업단 출범, 11일 기술설명회 개최
"제브라피시, 포유류 동물실험 전 단계에서 활용해 시간·비용 저감"

 '한국 제브라피시 플랫폼 사업단(총괄책임자 배명애 화학연 박사)'의 조경현 영남대 교수가 제브라피시의 특장점과 확립한 독성평가 시험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한국 제브라피시 플랫폼 사업단(총괄책임자 배명애 화학연 박사)'의 조경현 영남대 교수가 제브라피시의 특장점과 확립한 독성평가 시험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인간과 비슷한 장기를 가진, 인간과 너무 닮은 신비의 물고기가 있다. 제브라피시(zebrafish)다.

제브라피시는 인간과 같은 척추동물로 인간과 유전자가 90%이상 비슷한 담수어다. 성체 크기가 약 3~4cm정도로 좁은 공간에서 키우기 쉽고, 한 세대가 3개월로 짧으면서도 많은 수의 개체를 쉽게 확보할 수 있다. 배아가 투명해 심장이 뛰는 것부터 혈액이 흐르는 것까지 살아있는 상태에서 관찰이 가능하다.

제브라피시가 바이오제품의 유효성과 안정성, 약물성 등을 평가하는 새로운 실험동물로 떠오르고 있다. 이미 글로벌 제약회사 노바티스(Novatis)와 에보텍(Evotec), 임상시험 수탁 기관인 파이로닉스(Phylonix) 등에서 제브라피시를 대규모로 활용 중이다. 포유류 실험동물 단계로 넘어가기 이전 초기 단계 개발 실패율을 줄이는 등 장점으로 연구 비용도 1000억 원 이상 절감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조경현 영남대 의생명공학과 교수가 가습기 살균제 독성연구를 제브라피시를 통해 입증한 바 있다. 화학연구원은 2009년부터 제브라피시를 이용한 실험모델을 적용 중으로 배명애 화학연 박사가 골다공증 치료제, 대사성치료제 등 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했다.

이 외에도 제브라피시를 통한 뇌질환, 청각, 미세먼지, 독성, 미백화장품 개발 등 다양한 연구개발인프라가 국내에 구축돼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기업에서는 제브라피시를 활용해 신약개발이나 바이오제품 등을 개발하는 경우가 드물다.

세계적으로 실험동물을 보호하기 위한 동물윤리 지침이 강화되는 가운데 세포실험과 포유동물 실험 중간단계인 제브라피시의 필요성이 강조 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화학연구원(원장 이규호)이 '한국 제브라피시 플랫폼 사업단(총괄책임자 배명애 화학연 박사)'을 출범하고 나섰다.

사업단에는 제브라피시 관련 연구를 선도하며 평가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전문가가 대거 투입됐으며, 기업이 바이오제품을 개발하는데 있어 제브라피시 모델을 적극 활용해 연구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동물 윤리 실현에 기여하고, 기업에게는 제품개발에 들어가는 시간과 비용, 실패확률을 줄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제브라피시 기반 플랫폼 사업단의 프로그램 디렉터인 최수진 산업기술평가관리원 바이오PD는 "제브라피시가 모든 동물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포유류 동물실험 전 단계에 활용해 시간·비용을 저감하고 리스크를 줄여주는 등 바이오제품 개발단계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바이오 신약 후보물질이 제대로 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산학연 상생협력 모델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뇌·청각·화장품 등 다양한 연구인프라 구축 “기업 적극 활용해주길”

화학연은 11일 서울 강남 메리츠타워에서 제브라피시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국내 전문가들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맞춤형 기업 지원 서비스 제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사업단 출범 기념 기술설명회를 개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화학연은 11일 서울 강남 메리츠타워에서 제브라피시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국내 전문가들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맞춤형 기업 지원 서비스 제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사업단 출범 기념 기술설명회를 개최했다.<사진=김지영 기자>
"골다공증에서 골을 형성하는 조골세포 활성을 찾기 위한 연구에 제브라피시를 활용했다. 마우스의 경우 골 형성을 보기 위해 2달에서 길게는 2년이 필요한데 반해 제브라피시는 단기간에 저비용으로 평가가 가능했다. 비용과  시간적인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본다."(배명애 화학연 박사)

"모유의 특성에 따른 제브라피시 배아 성장과정, 초미세먼지에 따른 기형 유발효과,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장기 섬유화 등을 연구했다.  제브라피시는 미국 FDA에서도 동물모델로 사용 중인 만큼 기능성식품과 의약품 부작용 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할 것이다'"(조경현 영남대 교수)

"우리는 제브라피시를 통한 정신질환 검증연구 후 마우스 단계로 넘어간다. 뇌질환 관련 제브라피시 연구사례가 많지 않다. 그만큼 새로운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김철희 충남대 교수)

화학연은 11일 서울 강남 메리츠타워에서 제브라피시 기술을 연구하고 있는 국내 전문가들의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맞춤형 기업 지원 서비스 제공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사업단 출범 기념 기술설명회를 개최했다.

약 70여 기관이 기술설명회에 참가했으며, 연구자와 일대일 미팅을 통해 제브라피시 독성평가 파트너링을 실시했다. 향후 기업과 꾸준한 소통을 위해 홈페이지(http://www.ddpt.re.kr)등을 통해 제브라피시 맞춤형 기업지원 서비스를 할 계획이다.

이날 발표한 윤석주 안전성평가연구소 박사는 화학연과 공동으로 제브라피시를 통해 간독성, 심장독성, 신경행동독성, 발생독성 등 시험법을 확립한 연구자다. 그는 3~6일안에 간독성 변화를 시각화했고, 1시간 30분 만에 심장독성 변화를 관찰하는 등 신속하게 반응을 수치화했다.

윤 박사는 제브라피시 실험을 통해 신약개발 비용 및 효율성 향상에 공감했다. 그는 "신약개발은 긴 시간을 필요로한다. 제브라피시를 통해 초창기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독성이나 스크리닝이 가능하다면 전임상 등에서 비용 및 시간이 많이 절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박사팀은 향후 청각독성 시험법을 확립할 계획이다. 그는 "청각은 나이가 들수록 약해지지만 항암제나 항생제 부작용으로도 나타난다"며 "물고기는 사람처럼 달팽이관이 없지만 귀 역할을 하는 측선이 있다. 이 부분의 반응과 변화 등을 관찰해 청각독성 시험법을 확립하는 연구를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구단의 총괄 책임자 배명애 화학연 박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연구단의 총괄 책임자 배명애 화학연 박사가 발표를 하고 있다.<사진=김지영 기자>
화학연은 골다공증( 뼈의 강도가 약해져 골절이 일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태)에서 골을 형성하는 조골세포 활성을 찾기 위한 연구에 제브라피시를 활용했다. 뼈의 강도가 약해진 제브라피시에 뼈 활성 및 형성속도를 높이는 골 형성 촉진물질을 투여한 결과 뼈 형성속도가 빨라지는 것을 발견했다.

연구를 주도한 배명애 박사는 "마우스로 골 형성을 보려면 짧게는 2개월에서 길게는 2년이 필요한데 제브라피시는 단시간에 저비용으로 평가가 가능했다. 비용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또 배 연구팀은 항비만 연구에도 제브라피시를 활용, 지방질 특이적 염색 후 신규 화합물의 효과를 평가했다. 이 외에도 지방간, 미백제, 비증식성 망막병증 등에서의 제브라피시 실험을 통해 마우스 실험보다 시간적, 경제적으로 효율이 높은 것을 규명했다.

배 박사는 "제브라피시는 중추신경계, 췌장, 간 등이 사람과 비슷해 글로벌 제약사들이 저비용, 고효율 바이오제품 개발단계에 사용 중"이라며 "향후 제브라피시를 활용한 초기 연구개발 단계의 새로운 모델을 정착시켜, 국가 바이오산업 경쟁력 강화에 기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철희 충남대 교수는 정신질환 연구에 제브라피시를 활용하고 있다. 제브라피시 간질모델을 통해 SK화합물 1000종의 약물효과를 연구한 바 있다.
 
그는 "제브라피시를 통한 검증 연구 후 마우스 단계로 넘어가 분석을 하고 있다"면서 "뇌와 관련된 신약개발은 풀어야할 숙제가 많은 분야로 제브라피시를 통한 정신질환연구는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더 많은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경현 영남대 교수는 "트렌스지방을 많이 섭취한 산모의 모유와 일반모유, 분유에 따른 제브라피시의 배아 성장과정에도 큰 차이를 발견했다"며 "이 외에도 초미세먼지에 따른 기형 유발효과,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심장·폐 섬유화 등 다양한 장기에서 섬유화 가능함을 발견했다. 제브라피시는 미국 FDA에서도 동물모델로 사용 중인 만큼 기능성식품과 의약품 부작용 등 다양하게 활용 가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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