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경제연구소, 알파고 아버지의 나라 영국, AI 강국 비결 분석
학업과 창업 병행 환경·기초공학 지속 투자 등

알파고의 등장으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은 요즘, 알파고의 아버지 데미스 하사비스의 나라 영국이 주목받고 있다.
 
영국은 인공지능 분야에서 앞서나가는 나라로 아마존, 구글, 애플 등 미국의 거대 IT기업이 이미 2012년부터 영국의 인공지능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와 인수를 확대하고 있다.
 
구글이 알파고를 만든 스타트업 딥마인드를 2014년 4000억이라는 거금을 들여 인수한 것이 큰 예다. 이 외에도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아마존은 AI 스타트업 에비 테크놀로지를 지난 2012년에 인수했으며, 애플도 감정인식 AI기술을 개발하는 영국의 이모션트를 인수했다.
 
영국은 왜 AI의 강국이 됐을까. 삼성경제연구소 SERI CEO가 최근 영국의 AI 강국 배경을 분석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영국의 학업과 창업을 병행할 수 있는 교육환경 ▲정부조성 창업 클러스터와 테크시티 ▲기초공학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 등을 비결로 꼽았다.

◆ 하사비스, 학교다니며 자유로운 창업활동…이론·실전 갖춘 연구자 겸 기업가로
 
삼성경제연구소는 딥마인드의 창업자 하사비스의 유년시절에서 AI 강국 영국의 배경을 찾았다. 영국은 학업과 창업을 병행할 수 있는 분위기와 제도로 많은 학생들이(대학생 24%) 대학생활 중 창업을 한다는 것이다.
 
하사비스는 초등학생 때인 8살에 체스대회 상금으로 컴퓨터를 사서 프로그래밍을 독학하고 고등학생 때 게임 제작사에 입사해 일했다.
 
17세에 케임브리지 대학에 입학해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졸업 후 게임회사를 차려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면서 인공지능 기술을 응용했고, 이후 유니버시티와 칼리지 런던에서 인지과학 박사과정을 밟으며 인간과 뇌, 기억의 메커니즘을 공부했다. 그러던 중 대학교 동료 연구자들과 딥마인드를 창업했다. 

그가 다양한 창업경험을 가지게 된 이유는 영국의 교육과정과도 관련이 있다. 영국은 전 연령의 교육과정에 창업을 위한 교육을 한다.

대표적인 것이 창업지원프로그램 '영 엔터프라이즈'다. 정부와 3000여개 기업의 지원을 받아 운영되는 이 프로그램은 초중고 및 대학생이 창업이나 사업경험의 기회와 정보를 제공한다. 매년 35만 명의 학생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창업교육을 받는다.
 
대학과 대학원 졸업자를 위해서 운영되는 '플라잉 스타트'제도는 창업지원 정보뿐 아니라 선배 기업가와 네트워킹, 장기 멘토링, 창업훈련 프로그램, 워크숍 등 참여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제도를 통해 영국 학생들은 좋은 아이디어만 있으면 언제든 창업에 나서며, 대학 내 연구기관과 스타트업이 함께 제품을 개발하고 테스트한다.
 
특히 케임브리지 대학은 활발한 창업활동으로 두각을 나타내는 곳으로 주목받는다. 케임브리지에서 컴퓨터 사이언스를 전공한 턴스톨 페되는 2007년 에비 테크놀로지를 창업해 사람의 말을 이해하고 찾아주는 스마트 검색엔진을 개발, 2012년 아마존이 이 기술을 2600만 달러에 인수했다.
 
케임브리지 학내 연구센터인 대화시스템 그룹의 연구원과 지도교수가 공동으로 창업한 보컬 IQ역시 애플이 시리의 음성인식 성능 개선을 위해 인수했다. 이 외에도 케임브리지 대학 졸업생이 창업해 만든 인공지능 키보드앱 스위프트키는 마이크로 소프트에 약 3000억 원에 인수됐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인공지능 강국 영국의 또 다른 비결로 정부의 지원을 꼽았다. 정부가 조성한 창업 클러스터, 테크시티 등이다. 영국 정부가 2010년 2600만 달러를 투자해 런던 북동부에 조성한 테크시티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개최로 주경기장, 올림픽 파크, 호텔, 미디어센터 등이 복합적으로 개발되면서 출판, 음악, 영화, 미디어 등 각종 미디어 문화 산업이 활발해졌다.
 
런던의 이런 다양한 산업 융합은 인공지능이 기술과 게임, 과학, 다른 산업과 쉽게 접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분석이다.
 
또 테크시티는 영국 정부와 런던시의 각종 세금혜택과 보조금을 통해 지원받는 곳으로 창업자가 회사 주식을 매각할 때 세금을 일반사업자들의 1/3~1/4수준으로 낮췄고, 소규모 기업의 고용촉진을 위해 1년 단위 기업 프로젝트의 총 비용 중 60%를 정부가 보조하고 있다.
 
이에 현재 테크시티는 1500여개의 스타트업과 수많은 기술자, 투자자들이 몰리는 등 유럽 제일의 스타트업생태계로 성장 중이다.
 
◆ AI 리드하려면?…"연구자들, 서로 나누고 소통해야"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떨까?
 
전문가들은 많은 인프라가 모여 있는 대덕연구단지가 AI 리드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면서도 아쉬운 점으로 '활기'를 지적하고 있다. 다양한 아이디어와 연구가 오고가기 적합한 곳이지만 교류가 적어 연구를 나누는 문화가 안 돼 있다는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영국은 문화적으로 사람들과 만나고 소통하는 것이 잘돼있어 투자나 공동연구를 위해 만나서 설득하는 그런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그에 반해 대덕단지는 너무 조용한 도시"라며 "자기 조직 내에서만 연구를 하지 않고 서로 나누고 소통하는 문화가 있다면 충분히 AI를 선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국이 AI 강국이 된 성공의 관건은 지금 당장 활용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아니라 기초공학에 대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투자와 교육부터 창업까지 체계적인 시스템 구축"이라며 "영국의 인공지능이 하루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님을 기억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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