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트롤타워 설립 필요···"원자력 인력 통계조사 ‧ 교육전략수립 역할해야"
전문가 "국내 정책, 교육 프로그램 개발에 치우쳐"

# 한국원자력연구원 정규직 직원의 3분의 1 이상은 50~60대다. 1970~80년대 원자력계 진출했던 1세대 인력이 대규모 은퇴를 하면서 고경험 전문인력의 부족사태에 빠졌다. 신규 인력을 채용하고 1세대 인력의 경험과 노하우를 제대로 전수하는 것이 시급하다. 이 같은 상황은 원자력 선진국이 지난 10년간 경험한 일이다.

# 원자력 관련 모 기관은 최근 신입 직원을 채용했다. 국내 대학 및 대학원에서 매년 약 350명의 원자력 전공자가 배출되기 때문에 인력 채용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나 이들을 현장에 바로 투입하기에는 전문성이 부족해 별도의 자체 교육을 거치고 있다. 타 전공 인력은 원자력 전문지식을 습득할 기회가 적고 전공자의 경우에도 현장 경험이 부족한 상태로 채용된다.

# 원전 운영뿐만 아니라 신규 원전 개발, 해외 수출, 연구개발이 활발한 우리나라는, 전체 원자력 인력의 15% 정도가 원자력 전공자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원자력 산업계에서 전공자의 비율은 9%에 못 미치며 이 비율마저도 점차 낮아지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는 원자력 산업이 진취적으로 발전하기 보다는 기존 시설의 안전 운영만을 생각하는 사태에 빠지기 쉽다.

파리 新기후체제가 발표된 후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대안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이 재조명되고 있는 가운데 원자력 고급 인력 양성이 대두되고 있다. 어느 분야나 ‘인력 양성’은 중요한 과제지만 세계 원자력 시장을 이끌 뛰어난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원자력 분야가 풀어야 할 고유한 과제가 있다.

역사가 50~60년에 불과한 원전산업은 조기에 포화상태에 이르렀다. 원자력 전문 인력이 장기간 한 기관에 종사했고 30년 가까이 신규 채용이 적었기 때문에 교육훈련기능이 쇠퇴해 왔다.

그런 가운데 현재 원자력 인력의 대규모 은퇴를 앞두고 있다. 에너지공학 등 원자력 인력현황 자료에 따르면 10~20년 내에 전체 대졸 이상 인력의 84.2%(7781명)가 퇴직할 것으로 추정된다. 향후 원자력 산업의 인력 수요는 연 4%씩 증가해 2020년에는 약 4만 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퇴직자들의 빈자리를 어떻게 채울지 국가적으로 고민해야 할 때"라며 "원자력 인력양성 컨트롤타워를 설립해 인력수급을 관리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01년과 2010년 원자력 기관 전체의 대졸 이상 인력 연령 분포 비교 (단위 : 명, %). 2001년 30대와 40대 인력분포 구조가 2010년에는 40대와 50대 중심으로 옮겨 갔다. 2010년에는 학사 신규 인력인 20대가 1.8%에 불과하다. <출처=에너지공학, 제21권 제1호(2012) 7p>
2001년과 2010년 원자력 기관 전체의 대졸 이상 인력 연령 분포 비교 (단위 : 명, %). 2001년 30대와 40대 인력분포 구조가 2010년에는 40대와 50대 중심으로 옮겨 갔다. 2010년에는 학사 신규 인력인 20대가 1.8%에 불과하다. <출처=에너지공학, 제21권 제1호(2012) 7p>
◆ 원자력 인력 양성 컨트롤타워···"인력 수급 분석과 대책마련 역할해야"

전 세계적으로 원자력 인력의 부족에 따른 공급 방안이 논의되는 시점에, 전문가들은 한국이 원자력 유관기관 내 건강한 전문인력 분포를 유지하는 과제를 도외시한 채 각종 교육훈련 프로그램 개발에만 치우쳐 있다고 분석한다. 풀어야 할 숙제를 푸는 대신 풀고 싶은 숙제를 푸는 일종의 '체리 피킹(Cherry picking)' 현상이다.

심지어 일반인을 대상으로 원자력의 이해를 확산시키는 대중수용(Public acceptance)을 위한 교육마저도 교육훈련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우를 범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원자력 인력 양성의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컨트롤타워의 설립을 처음으로 주장한 원자력 인력 양성 전문가 정범진 경희대 교수는 "그동안 국가가 인력 양성에 엄청난 투자를 했지만, 인력의 수요와 공급에는 거의 신경 쓰지 않았다"며 "이것이 원자력 부문의 인력 양성에 컨트롤타워가 필요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원자력 인력양성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해 보면 컨트롤타워의 기본적인 역할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원자력 관련기관의 인력 수급이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 그리고 국가 차원에서의 교육훈련 전략을 수립하는 것이다.

국내 원자력 관련기관의 분야별 인력통계를 조사해 인력수급의 현황과 문제점을 파악한 후 이에 맞는 대책을 세우고 교육 프로그램의 효과를 점검‧분석하는 절차를 밟아야 한다. 지금까지는 이러한 통계조사를 정기적으로 하지 못했고 원전산업 통계와 같이 비전문적인 통계를 활용했기 때문에 문제를 발굴하거나 인력양성사업의 성과분석을 할 수 없었다.

컨트롤타워의 또 다른 역할은 제대로 된 원자력 전공자를 기르는 것이다. 원자력 관련 기관에 채용되거나 채용될 인력에게 양질의 교육훈련을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원전 수출에 필요한 내실 있는 교육체계를 세울 필요가 있다. 수출에 필요한 교육과정의 분석 없이 단편적인 교육을 추진하는 것은 허울에 불과하다.

아울러 컨트롤타워는 자원 중복의 문제를 일으키는 글로벌교육훈련 사업의 창구, 복잡하게 얽혀 있는 기관과 정부 부처의 의견 조율, 산‧학‧연의 교류 활성화 등의 역할을 책임질 필요가 있다

2013년 원자력산업분야의 업종별 인력분포 현황(위), 2004~2013년도 원전건설⋅운영 인력을 제외한 원자력 인력의 분야별 인력분포 추이(아래) <출처=국가통계포털(KOSIS, www.kosis.kr)>
2013년 원자력산업분야의 업종별 인력분포 현황(위), 2004~2013년도 원전건설⋅운영 인력을 제외한 원자력 인력의 분야별 인력분포 추이(아래) <출처=국가통계포털(KOSIS, www.kosis.kr)>
◆ 원전 선진국들, 네트워크·통합체계 구축으로 인력 양성 효율화

원전 선진국은 어떻게 원자력 인력 양성을 관리하고 있을까. 선진국은 이미 국가 차원의 인력 양성 체계를 가동 중이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 일본은 바짝 긴장했다. 일본은 사고로 인한 충격과 동시에 원자력 안전에 대한 깊은 반성을 하게 됐다. 원전 안전을 위해 인재육성이 필수라고 판단한 일본은 '원자력 인재육성 네트워크(이하 네트워크)'를 설립했다. 네트워크에서는 인재육성과 확보를 위해 산‧학‧연‧관의 역할을 담은 로드맵을 배포했다. 여기에는 인재육성을 양성하기 위한 '컨트롤타워 설립 검토'가 주요 사항으로 꼽혔다. 핵심 내용은 각 기관들의 인재 육성 활동을 최적화하기 위해서는 기관 간 네트워크가 필요하고 인력과 예산을 확보한 전담기관을 지정해 허브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것이다.

유럽의 경우 원자력 분야에 필요한 인력은 늘어만 가는데 이를 충당할 인력이 없는 상황이다. 그래서 개별 국가 차원이 아닌 유럽연합(EU)이 원자력 교육훈련에 대한 대책 마련을 위해 머리를 맞댔다. 결론은 '지속가능한 원자력 기술 플랫폼(SNETP)'의 구축을 통해 공동으로 교육과 훈련을 담당하는 것이다. 유럽연합의 장점인 ‘네트워크’를 내세워 교육과 인력 역시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EU안에서도 추가적으로 인력 양성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국가도 있다. 영국은 정부 지원을 통해 원자력 전문 인력의 역량체계를 정립하고 대학과 산업체가 참여하는 원자력 교육협력컨소시엄을 구성 중이며, 프랑스 또한 정부차원의 국가 인력 양성 전담조직을 구성하고 통합지원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은 민-관 네트워크를 통해 인력 수급 현황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연방정부의 인력 양성 사업을 확대함으로써 원자력공학 전문 인력을 육성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에서는 원자력 인력 양성과 지식관리를 위한 별도의 부서를 만들었다. 회원국, 은퇴 전문가, 젊은 인력 간의 네트워크를 구성하는 등 젊은 인력이 원자력 분야에 관심을 갖게 하는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최근 IAEA는 지식관리를 중시했던 기존의 교육에서 네트워킹과 국가 정책지원을 연계하는 기반 구축을 원자력 인력 양성의 패러다임으로 제시한 바 있다.

원자력교육협력협의회 간사 기관을 담당하는 박진선 한국원자력협력재단 사무총장은 "국내 원자력 발전이 해외 원전수출 활성화와 원전해체 산업 투자 등으로 새로운 시대를 맞이했다"며 "국가원자력인력양성 컨트롤타워를 통해 원자력 전문인력의 노후화, 인력공급 부족, 기술경쟁력 저하 등의 인력 문제를 풀어나가며 원자력 발전의 도약을 이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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