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일 지부장 "지역이슈 집중과 지역민 목소리 등 충실한 저널리즘"
대전언론문화연구원·대전발전연구원, 지역언론 발전 세미나 가져

대전언론문화연구원과 대전발전연구원은 윤희일 경향신문 도쿄지부장을 초청해 지역언론발전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사진=길애경 기자>
대전언론문화연구원과 대전발전연구원은 윤희일 경향신문 도쿄지부장을 초청해 지역언론발전을 위한 세미나를 열었다.<사진=길애경 기자>
"세계 신문 발행부수의 톱이 어디인지 아세요? 일본 요미우리 신문이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해 일본의 5개 신문사가 10위안에 포함돼 있습니다. 그런데 오키나와 지역 신문은 일본의 주요 신문보다 지역민들이 더 많이 구독하고 있다는 거 아세요?"

윤희일 경향신문 도쿄지부장은 일본 구마모토(熊本)현에 잇따라 발생한 지진 피해 현장을 취재하다 국내에 들어오니 피난을 온것 같다는 말로 인사를 하며 발표를 시작했다.

그는 일본지역신문의 성공 비결로 "이노베이션, 개혁 등 여러 대안들을 분석해봤지만 출발점에서 가장 원론적인 것에 충실했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대전언론문화연구원과 대전발전연구원은 22일 오후 2시 대전발전연구원 2층 대회의실에서 윤희일 경향신문 도쿄지부장을 초청, 지역언론 발전 세미나를 가졌다.

윤희일 지부장은 '일본지역신문을 통해 본 한국 지역언론의 혁신방안'을 주제로 일본 국민들의 신문에 대한 신뢰와 지역신문이 중앙 주요신문을 제치고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사례를 소개했다.

그에 의하면 일본인에게 신문은 생명선이다. 일상적인 삶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로 하는 수도, 전기, 가스 등처럼 없어서는 안되는 라이프 라인이다.

윤 지부장은 "일본의 한 여성이 남편의 실직으로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되자 친정 부모를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는데 딸이 신문을 끊었을 정도로 어렵다고 하니 부모가 더 이상 질문하지 않고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는 일화는 일본인들의 신문에 대한 인식을 볼 수 있는 사례"라고 들었다.

그는 이어 "일본은 요미우리, 아사히, 마이니치, 니혼게이자이, 산케이 등 5개 전국 일간지 이외에 블록지, 도(都), 도(道), 부(府), 현(県) 단위 지방에서 발행하는 지방지가 있다"면서 "일본의 전국 일간지의 판매부수도 감소 추세지만 인구 1000명당 436부(2명당 1부)가 보급될 정도로 탄탄한 편"이라고 설명했다.

윤 지부장은 일본 신문의 매출 구조에 대해서도 소개했다. 그는 "일본 신문은 판매가 58.9%, 광고 22.9%, 사업 등 기타 18.2%로 신문사들이 광고를 받지않고 신문 판매만으로도 경영이 가능하다"면서 "때문에 일본 신문사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광고주가 아니라 독자"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일본 남단에 위치한 오키나와 현(沖縄県)의 지역신문 2개를 소개했다. 두 신문은 경쟁자이면서 협력자다.

윤 지부장에 의하면 오키나와 현에는 류큐신보와 뉴오키나와 타임즈가 발행되고 있다. 류큐신보는 1893년 9월, 뉴오키나와 타임스는 1948년 7월 창간했다는 차이는 있지만 구독료 3075엔(한화 3만2123원), 발행부수 15만8000부로 비슷한 규모다.

그는 "일본의 주요 일간지가 세계 신문 발행부수 10위에 5개나 있지만 오키나와 지역에서는 류큐신문과 뉴오키나와 타임즈를 따라가지 못한다"면서 이들 지역신문의 성공 비결로 '지역이슈 집중'과 '지역민의 목소리' 등 충실한 저널리즘을 들었다.

윤 지부장은 "오키나와 지역의 아름다운 해안인 헤노코로 주일미군 기지가 이전하게 될 위기에 처하자 두 신문사가 이전 반대 정책을 지지하며 지역민들의 목소리로 신문의 2개면을 할애해 게재할 정도로 지역 이슈에 집중한다"면서 "필요할 경우 이를 영문판으로도 만들어 미군에 전달하고 지역민들의 동향을 신속하게 전달하기 위해 호외까지 제작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친아베 성향의 한 인사가 정부정책에 반대하는 두 신문을 부셔야한다고 막말을 하자 지역언론과 지역민이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는데 아베 총리가 직접 사과하며 백기를 들었다"고 덧붙였다.

윤 지부장은 이런 상황을 국내 언론과 비교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지역 이슈도 중앙언론에서 다뤄야 효과가 나타날 정도로 지역신문의 신뢰가 추락하고 있다"면서 "저널리즘의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두 지역신문의 수익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두 신문의 주요 수입원은 부고 소식과 취업정보다. 오키나와 지역의 모든 주민은 누가 죽으면 당연히 신문에 부고를 게재하는데 이는 두 신문의 주요 수입원이 되고 있다"면서 "취업정보도 두 신문에 올라오는데 지역의 모든 소식을 속속들이 알게 될 정도로 지역민과 강한 밀착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일본 신문의 장점과 단점도 들었다. 윤 지부장은 "우리나라는 새로운 신문의 업계 진입장벽이 높지않은 것에 비해 일본 신문은 무척 어렵다. 이는 사이비 언론을 제어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여론을 독점하는 문제를 야기하기도 한다"고 말하면서 지역 언론의 혁신 방안으로 가장 기본적인 저널리즘에의 충실, 지역 밀착 등을 역설했다.

한편 윤 지부장의 주제 발표에 이어 패널토론에는 조성남 희망의책 대전본부 이사장을 좌장으로 김도운 금강일보 세종충남본부 부국장, 양선희 대전대 정치미디어학과 교수, 이기동 대전충남민언련 사무국장, 정찬욱 대전세종충남 기자협 회장, 한상헌 대전발전연구원 언론학 박사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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