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포럼D] IBS·대덕넷, 20일 천문연서 올해 첫 포문 열어
이덕일 역사학자 "과학도 역사도 큰 틀에서 지향점 찾아야"

이덕일 한가람 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 상상력포럼D를 찾아 '격동의 시대-망국과 민주공화제'의 주제로 발제했다.<사진=대덕넷>
이덕일 한가람 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이 상상력포럼D를 찾아 '격동의 시대-망국과 민주공화제'의 주제로 발제했다.<사진=대덕넷>
"과학과 역사는 서로 대화를 해야 한다. '과학을 왜 하는가'라는 목적을 제시하는 것은 역사 속에서 찾아야 한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연구하다보니 과학도 역사도 침체되고 있다." 

'조선왕 독살사건', '우리 역사의 수수께끼' 등 다양하고 색다른 시각의 역사서를 저술한 역사학자 이덕일 한가람 역사문화연구소 소장은 과학과 역사의 나아갈 방향이 같음을 강조했다.    

20일 오후 한국천문연구원(원장 한인우)에서 열린 올해 첫 상상력포럼D를 위해 대덕을 찾은 이 소장은 '격동의 시대-망국과 민주공화제'를 주제로 역사 속 시대를 넘나들며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이 소장은 동시대에 나라를 이끈 '고종'과 '메이지'를 비교하며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그는 "메이지와 고종은 1852년 동갑 생이다. 재위 시점도 비슷하다. 그러나 한 나라는 먹었고, 다른 한 나라는 먹혔다. 왕에게 모든 책임을 돌릴 수는 없지만, 역사의 냉혹한 결과에는 다 이유가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은 도쿠가와 막부가 개항해 서양문물을 받아들였다면, 조선은 개화는 했지만 방식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그는 "조선은 노론이 권력을 잡으며 소수가문이 정치를 장악하는 세도정치로 국왕을 무력화 시켰다. 대원군이 세도정치 말기에 집권에 성공해 폐정 개혁을 잘 했지만 종착점으로 성리학 재건을 주장했다"며 "역사에서는 방향성이 중요한데 쇄국 정책을 고집한 것은 잘못된 선택"이라고 밝혔다. 

이후 진행된 개화 정책에 따른 강화도 조약도 불평등 조약이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조약 1조에 보면 조선은 자주의 나라로 일본과 평등한 권리를 갖는다고 명시했다. 사실상 청나라를 배제한다는 목적이 포함돼 있다. 4조에서는 치외법권을 인정했다"며 "당시 두 나라가 불평등 조약을 할 필요가 없었음에도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다"고 꼬집었다.  

이 소장은 조선이 망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사대주의'를 꼽았다. 그는 "고종이 정치를 잘 했는가? 문을 연 것을 잘했다 치더라도, 나라를 바꾸려면 개화파와 손잡아야 했다"며 "그러나 고종은 나라가 망하니 러시아 공사관으로 도망갔다"며 "본인도 살고 나라도 구하려 했으면 입헌군주제로 갔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는 조선 후기 역사에서 동학농민운동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유학의 사대주의를 깨는 최초의 운동으로 정신세계를 뒤바꾸는 계기가 됐다는 것. 

이 소장은 "동학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신분제는 폐지됐다. 마땅한 일이다. 조선이 망한 이유는 동학이 일어나니 청나라에 군사를 요청했다"며 "자기나라 군사를 치기 위해 청나라 파병을 신청한 꼴이다. 톈진조약으로 일본군까지 조선에 주둔하는 기회를 제공했으니 조선의 망국에 가장 기본적인 원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조선사를 되짚으며 역사와 과학과의 상관성도 언급했다. "역사를 알아가는 데 있어 '왜'라는 질문은 항상 필요하다. 과학도 마찬가지다. 과학과 역사는 서로 알아가야 한다. 과학을 하는 목적을 역사에서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역사가, 과기계와 공동 연구 진행···"사회가 나가야 할 지향점 찾아야" 

"과학도 역사도 큰 틀에서 지향점을 찾아 나가야 합니다. 독립운동사를 올바르게 알고 독립운동가들이 제시했던 큰 방향을 가지고 미래를 밟아나가야 합니다."

이덕일 소장이 "과학도 역사도 큰 틀에서 지향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이덕일 소장이 "과학도 역사도 큰 틀에서 지향점을 찾아가야 한다"고 피력하고 있다.
주제 발표에 이어 이 소장은 청중과의 질의응답을 가졌다. 

우리 역사가 바로 서기 위한 방법으로는 "독립운동사를 올바르게 정립하고 독립운동가들이 제시한 큰 방향으로 인식과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해방된 지 71년이 지났지만, 한국 사회에 깊게 뿌리내린 잘못된 역사 사상을 뽑아내지 않고서는 결코 미래를 그려나갈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독립운동에 의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숙종 때 집권당이 소론과 노론으로 갈라진다. 이후 250여 년 이상 노론이 붕당이 정권을 독점하는 일당 전제화로 망국으로 향했다. 1910년 이완용을 비롯해 노론이 나라를 팔아먹은 격이다.

반면 소론 집권당은 자신의 세력을 이끌고 만주 운동을 전개했다. 그들은 삼권분립을 지향하는 민주공화제를 선택했다. 결국, 1919년 3·1절에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만들어진 것은 이미 건국의 뿌리다.

그는 "독립운동은 망한 대한 제국을 살리는 것이 아닌 삼권분립에 의해 민주공화제를 다시 찾은 것"이라며 "독립운동가들의 투쟁 대가로 대한민국이 만들어졌고, 그 정신과 바탕으로 역사를 바라보는 인식과 사고가 바뀌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근에 화제가 된 ‘알파고’에 관한 질문도 이어졌다. 

이 소장은 과학은 인간을 위해 지속적으로 연구되고 공존해야하는 학문으로 강조했다. 과학이 인간과의 공존을 위해 인문학적으로 고민해야 할 시대적 문제라는 것. 

이어 그는 과학과 역사학의 매력에 대해 언급했다. 역사학은 과학만큼 전문적인 학문이며 무엇보다 과거의 시대적 기승전결을 뚜렷하게 보여준다. 

그는 "역사학자는 사료비판능력을 반드시 갖춰야한다. 역사 속 자료는 누군가가 남긴 주관적·객관적 정보의 혼합이다. 이에 역사학자들은 논리적인 분석과 치밀한 사고로 추적해 사실의 유무를 엄격히 가려내고 가치판정을 거쳐야한다"며 과학과의 유사성을 설명했다. 

또 역사관에 대해서는 "광복 이후 한국의 외형은 많이 성장했으나 역사관은 그렇지 못하다"며 "역사가는 과거의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큰 틀을 제공하고 과학기술계와 공동 연구를 통해 앞으로 이 사회가 나가야 할 지향점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상상력포럼D를 찾은 참가자들이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사진=대덕넷>
상상력포럼D를 찾은 참가자들이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사진=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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