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성 궤도와 태양계 탐사
지은이:정규수, 펴낸곳:지성사

지은이:정규수, 펴낸곳:지성사. <사진=지성사 제공>
지은이:정규수, 펴낸곳:지성사. <사진=지성사 제공>
"로켓과 우주개발에 관심이 있는 엔지니어들을 대상으로 로켓 과학과 로켓의 두 가지 중요한 응용분야인 우주발사체와 탄도탄의 과학기술을 소개하고자 한다. 다시 말해, 로켓 연구를 시작하는 연구원이나 로켓 공학을 공부하는 이공계 학생에게 로켓이 작동하는 이면에 어떠한 과학기술이 작용하는지 소개하고, 로켓을 유도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우주발사체와 동력 비행궤도 및 중요한 미션궤도에 대해 더 깊은 공부를 하는 데 필요한 예비지식을 키워주며, 탄도탄의 기본원리와 방어기술에 대한 기본적인 과학기술을 소개하기 위함이다."

요즘 들어 북한의 잦은 탄도 미사일 발사에 관한 기사와 이를 감지하고 추적하는 미국의 조기경보위성에 관한 기사는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로켓은 이처럼 공격을 목표로 하는 탄두를 발사하는가하면, 이를 포착할 수 있는 위성을 쏘아 올리는 역할을 한다.

앞서 출간된 '로켓 과학 I: 로켓 추진체와 관성유도'에서 탄도탄과 우주발사체라는 이중성을 지닌 로켓의 양면성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이번 '로켓 과학 II: 위성 궤도와 태양계 탐사'는 인간의 무한한 상상력의 뿌리인 우주 공간을 누비는 우주탐사체와 이를 이끄는 궤도가 그 주인공이다.

지난날도 그렇고 지금도 여전히 공상과학 영화와 소설의 단골 소재인 우주를 둘러싼 이야기들이 점차 실체를 띠면서 천체의 비밀이 한 겹씩 벗겨지고, GPS 위성으로 어디를 가든지 목적지의 주소만 알면 운전대를 잡을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여객기를 쏘아 올릴 수 있는 로켓이 나온다면 우주 관광을 할 수 있는 것은 시간문제이지 않을까?

이 책은 우주를 향한 우리의 상상력이 어떻게 과학과 만나 발전해 왔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제공해준다. 로켓을 전공하거나 전공하려는 이들에게 필요한 복잡한 수식이 많지만 그 수식을 거둬내면 우주탐사체의 원리와 실제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모두 5부로 구성되었으며, 1부는 질량 크기순에 따라 위계질서가 형성된 태양계에서, 태양과 8개의 행성들을 비롯하여 행성들의 위성들을 둘러싼 통치영역과 관련한 중력 지배권이 우주탐사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루었다.

2부에서는 지구 중력, 태양과 달의 중력, 공기저항, 태양 복사압 등 태양계의 궤도 환경과 변화 요인에서 대처하여 어떻게 위성의 목적에 따라 유용한 궤도 설계와 로켓을 유도하는지를 살펴본다.

3부는 우주선과 위성 발사 계획에 필요한 요소를 소개하면서 자연이 마련하고 숨겨둔 보물 가운데 인류가 발견한 귀중한 보배로 평가받는 중력 부스트를 설명한다.

4부에서는 앞으로 인류의 제2, 제3의 인류의 거주지를 건설할 수 있는 곳으로 밝혀진 라그랑주 포인트의 존재에 대해 자세히 살펴본다.

5부에서는 궤도로 진입하는 자유낙하 통로와 떠나는 자유낙하 통로가 연결되어 현재 천체 관측 플랫폼이 애용하는 달무리궤도의 모든 것을 다룬다.

그 밖에도 3년차 대학원생 '마이클 미노비치'가 발견한 자연이 준비해 놓은 '우주여행용 무한 동력'에 얽힌 숨은 뒷이야기 등, 우주선과 위성의 우주 임무 수행에 관한 이론적인 부분에서 우주 공간에서 도출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과학자들의 일화에 이르기까지, 이 책은 최적의 우주탐사에 관한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태양제국과 행성자치공화국의 철저한 통치영역 분담으로
인간에게 우주 탐사의 기회가 열리다!

태양 주변에는 8개의 행성과 행성이 거느리고 있는 수많은 위성들이 있다. 각 행성은 거의 원에 가까운 타원궤도를 따라 태양 주위를 공전하고 있으며, 행성의 위성들 역시 행성 주위를 공전하지만, 모행성母行星과 함께 태양 주위를 돈다.

태양계 질량은 99.8% 이상이 태양에 집중되어 있고, 8개 행성의 질량을 다 더해도 태양 질량의 0.134%밖에 되지 않는다. 모든 행성 질량의 71%는 목성이 차지하고 있다. 이와 같이 행성 질량이 태양 질량에 비해 거의 무시할 만큼 작다는 것은 각 행성의 운동이 태양의 중력에 의해 거의 완전히 결정되고, 태양을 초점으로 행성이 주기궤도Periodic Orbits를 그리는 운동을 한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행성이 존재하기 때문에 태양의 운동이나 위치가 바뀌지 않고 다른 행성의 운동에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가정할 수 있다. 따라서 행성들의 운동은 태양과 각 행성계로 이루어진 8개의 독립된 문제로 다룰 수 있다는 의미다.

중력은 질량에 비례하고 거리의 역제곱에 비례하므로 아주 짧은 거리에서는 행성의 중력이 지배적이다. 이처럼 천체의 중력이 지배적인 영역을 그 행성의 중력 지배권(SOI)이라고 한다. 태양은 태양계 내의 모든 행성과 소행성들의 운동을 중력을 통해 관장하지만, 각 행성에 SOI라는 행성 주위의 작은 영역을 독립적으로 관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태양은 태양계라는 중력제국을 거느리고 있지만, 각 행성의 위성 및 인공위성이나 로켓의 운동 등 SOI 내부에서 질점의 운동문제는 간섭하지 않고, 각 행성의 중력에 맡긴다.

이러한 의미에서 태양은 태양계의 제왕의 위치를 차지하고, 태양계 내의 일부 영역을 각 행성에게 SOI라는 봉토 형식으로 지급하여 자율적으로 통치하게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중력 지배권을 가지고 있는 각 행성들은 갈 길이 바쁜 우주선에 운동에너지를 너그럽게 쪼개주기도 한다. 다만 운동에너지를 받고 못 받고는 우리가 하기 나름이지만, 혜택을 받은 우주선은 빠른 속도로 비교적 단시간 내에 태양계 여기저기를 탐사할 수 있다.

이러한 천체의 기본 원리를 바탕으로 우주선은 지구와 태양, 그리고 목표행성으로 가는 행성 간 궤도를 어떤 방식으로 운용할지, 그리고 지구에서 달로 우주선을 쏘아 올릴 때 어떤 궤도 방식이 유용한지 등의 다양한 위성 궤도 문제의 해결 방식이 소개되어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태양과 지구가 만드는 라그랑주 포인트로
보다 더 다양한 우주 개발을 꿈꾸다!

회전하는 두 천체가 협력하여 비록 최고속도는 아주 낮지만, 우주선의 크기와 질량에는 제한이 없고 우주선들이 거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우주철도'를 만들어주기도 한다. 30대 후반부터 50대 초반의 우리는 1983년 일본 '마쓰모토 레이지松本零士'의 TV 만화영화 은하철도 999 에 등장하는 철이와 메텔을 기억한다.

은하철도 999 의 배경은 2221년, 우주 열차는 아무것도 없는 우주 공간을 누빈다. 레이지는 '우주철도'에 대해 알고 있었던 건지 궁금할 정도로, 대단히 뛰어난 상상력이다.

'은하철도 999'처럼 '우주철도'는 한 구간을 가는 차표로 '여러 구간(여러 행성)'을 갈 수 있고, 여러 구간을 지날수록 속력은 더욱 빨라져 목적지까지 여행 시간이 점점 빨라지는 여행 방법이 '중력 부스트'에 의한 행성 간 여행 방법이다.

다시 말해, 회전하는 천체 한 쌍이 중력과 관성력을 이용해 구축한 '자유낙하 통로'가 다른 천체 쌍이 만든 통로와 교차하면서 ITN(Interplanetary Transport Network)이라는 태양계 전체를 연결하는 자유낙하 통로망을 형성한다. 이는 공상과학 소설이 아닌 현실이다.

실제로 회전하는 천체 쌍이 만드는 라그랑주 포인트의 '달무리궤도Halo Orbit'와 지구 주변을 연결하는 자유낙하 통로를 이용한 '제너시스Genesis' 우주선은 지구에서 태양 쪽으로 150만km 떨어진 태양-지구의 라그랑주 포인트 EL로 가서 태양풍 입자를 850여 일간 채집했다. 채집을 마친 제너시스는 미국의 유타 주 상공으로 한낮에 돌아오기 위해 지구에서 태양 반대쪽으로 150만km 떨어진 EL로 300만km를 우회하는 자유낙하 통로를 택해 예정된 시간에 맞춰 유타 주 상공으로 돌아옴으로써 아이디어의 과학적 입증과 경제성을 확실히 입증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낙하산이 펴지지 않아 채집한 태양풍 표본 캡슐이 지표면에 충돌하고 말았다.

태양계에는 행성과 위성들 외에도 천체를 관측하고, 우주개발의 전진기지Base Camp로 사용하거나, 필요
하면 장래 인류의 제2, 제3의 인류의 거주지를 건설할 수 있는 곳이 여러 군데 존재한다. 회전하는 천체쌍이 만드는 라그랑주 포인트Lagrange Points가 그러한 곳이다. 라그랑주 포인트에 무인 탐사선이나 유인 우주선을 보내 더 먼 외행성이나 내행성으로 향하는 우주선의 연료를 공급하거나 우주선을 수리하는 정비
소와 추진제 충전소를 건설한다면 우주개발을 좀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에너지 걱정 없는 새로운 인공 거주지를 건설할 장소도 태양과 지구가 만드는 라그랑주 포인트들이 될 것으로 본다.

이처럼 태양계는 '오늘의 불가능을 내일의 가능'으로 바꿔줄 과학의 대발견이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여전히 우리의 우주개발 관심 대상이라는 점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 저자의 표현이 절절하게 다가온다.

<글출처:지성사>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