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과학 문화의 출발점이면서 미래
개척과 표준의 역사 생생하게 전시···후세에 자극

인류 로켓의 아버지 치올콥스키의 말과 그가 상상한 로켓의 내부 모습. <사진=이석봉 기자>
인류 로켓의 아버지 치올콥스키의 말과 그가 상상한 로켓의 내부 모습. <사진=이석봉 기자>
"지구는 인류의 요람이다. 하지만 영원히 인간이 지구란 요람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The Earth is the cradle of mankaind, but mankind can't stay in the cradle forever. -치올콥스키-)

폴란드계 러시아인으로 인류 우주비행의 아버지로 불리는 치올콥스키의 말로 美 스미소니안 항공우주 박물관에 써져있다. 그 옆에는 로켓의 아버지이고 미국 우주비행의 개척자인 고다드의 말도 게시돼 있다.

"무엇이 불가능하다고 말하는 것은 어렵다. 어제의 꿈이 오늘의 희망이 되고, 내일은 현실이 되기 때문에." (It is difficult to say what is impossible, for the dream of yesterday is hope of today,and reality of tomorrow. -고다드-)

미국 로켓의 아버지 고다드의 로켓 실물. <사진=이석봉 기자>
미국 로켓의 아버지 고다드의 로켓 실물. <사진=이석봉 기자>
스미소니안 박물관은 사람들의 잠재된 활기를 밖으로 꺼내게 만드는 힘을 갖고 있다. 반복적이고 단조로운 일상을 살게 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인가를 도전하게 만들고, 최소한 시도하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보내게 한다.

미국은 항공으로 발전한 나라이다. 넓은 국토를 제대로 보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비행기가 필요했다. 자동차와 기차도 큰 역할을 했지만, 상대적으로 항공이 미국에 맞았다. 1903년 라이트 형제의 비행기 발명은 그런 점에서 획기적인 일이었고, 미국이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세계를 제패하는데 있어 큰 역할을 했다. 그것은 1960년대의 우주 진출로도 이어진다. 소련의 스푸트니크 위성에 자극받아 시작됐지만 막대한 자본과 우수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본격적인 우주 시대를 연 것은 미국이다. 달을 거쳐, 화성으로, 이제 태양계의 끝인 목성으로 가며 역사를 써나가고 있다. 그런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곳이 워싱턴 DC에 있는 스미소니안 박물관이다.

이곳에서는 최초가 그대로 전시돼 있다. 특히 비행기가 그렇다. 그 가운데 눈에 띄는 것 중의 하나는 미 공군의 세계 최초 비행기 지구 일주 기록. 1924년 4월 6일부터 4대의 비행기로 세계 일주에 나선다. 도시 이름을 따 시애틀·시카고·보스턴·뉴올리언즈 등 4대는 이후 태평양 인도양 대서양 등을 건너고 극지방과 적도 등을 거쳐 지구를 한 바퀴 돌았다. 총 175일에 걸친 여정이었고, 9월 28일 귀환한다. 그 사이에 75개 지역에 착륙했고, 총 2만 7550마일을 여행했다. 4대의 비행기 중 완주한 것은 시카고와 뉴올리언즈 2대였다. 이 당시 우리나라는 식민지 상태였고, 안창남 선생이 두 해전에 서울에서 비행기를 막 선보였던 상황이었다. 미국이 세계를 제패하는데는 남다른 시도가 있기 때문임을 알게 해준다.

1924년 군용기로는 처음으로 세계 일주에 성공한 시카고호의 실물. <사진=이석봉 기자>
1924년 군용기로는 처음으로 세계 일주에 성공한 시카고호의 실물. <사진=이석봉 기자>

또 하나의 세계 최초는 린드버그의 뉴욕-파리 비행에 성공한 세인트 루이스호. 실물이 그대로 전시돼 있다. 뿐만 아니라 린드버그는 부인과 함께 1933년 신항로 개척을 위한 비행에 나선다. 뉴욕을 떠나 뉴펀들랜드를 거쳐 유럽 그린랜드 아이슬랜드 코펜하겐 스톡홀름을 거쳐 모스크바를 찍고 남하해 아프리카와 남미 등을 지나 다시 뉴욕으로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3만 마일을 비행하며 4개 대륙과 21개 나라를 방문했다.

린드버그 부부의 1933년 신항로 개척 비행 루트. 우리는 식민지 상태일 때 미국인들은 이런 개척활동을 했다. <사진=이석봉 기자>
린드버그 부부의 1933년 신항로 개척 비행 루트. 우리는 식민지 상태일 때 미국인들은 이런 개척활동을 했다. <사진=이석봉 기자>

우주로 나아가려는 인간의 노력이 고스란히 남아 있는 전시물들도 많이 있다. 고다드는 1928년 7월 18일 Hoopskirt 액체로켓을 쏘아 올린다. 3.6초 동안 비행해 62m 높이에 도달한다. 1926년 첫 액체로켓 실험에서 2.5초 동안 날아 12m에 도달했던 것에 비하면 큰 발전이다. 전시된 Hoopskirt 로켓은 고다드의 부인이 박물관에 기증한 것이다. 이후 고다드는 계속 로켓을 개량해 1935년에는 시속 880km로까지 속력을 개선시켰고 나중에 독일인들이 V2 로켓을 개발하며 그의 이론을 많이 참조한 것으로 밝혀졌다.

비행의 개척자들 전시실 마련에 큰 역할을 한 힐튼 호텔 2대 경영자 Barron Hilton에 대한 설명문. <사진=이석봉 기자>
비행의 개척자들 전시실 마련에 큰 역할을 한 힐튼 호텔 2대 경영자 Barron Hilton에 대한 설명문. <사진=이석봉 기자>

이 전시물들은 힐튼 호텔의 2대 경영자인 Barron Hilton의 기부로 2010년부터 시작해 상설 전시물로 되었다. '비행의 개척자들'(Pioneers of Flight)이란 주제의 이 전시회에는 이 밖에도 1935년 가장 높은 2만2000m 상공 도달 풍선과 2002년 첫 단독 세계 일주 열기구 등등도 전시돼 있다. 기부자인 Barron Hilton 자신이 비행 애호가로 특히 청소년들의 비행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많은 활동을 해왔다.

스미소니안 미국 역사박물관에도 의미 있는 전시물들이 있다. 그중 하나가 최초의 비디오 게임 창안자로 알려진 랠프 베어(Ralph Baer)의 작업실이다. TV를 놀이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 그의 업적이다. 1922년 독일에서 출생해 2차 세계대전 직전 미국으로 이민 왔으며 라디오, TV 제작 회사에 다니다가 세계 최초의 비디오 게임인 브라운 박스를 1966년 개발했고, 이를 1972년 오딧세이란 이름으로 정식 출시했다.

오늘날 아케이드 및 각종 그래픽 게임의 선도자인 셈이다. 이 공로로 2006년 국가 기술상을 당시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받았으며 2010년 상무성의 국가 발명자 명예의 전당에 헌액됐다.

그는 자기의 집 지하실에 작업장을 마련해 놓고 회사에 다닐 때도, 은퇴한 이후에도 시간만되면 이곳에서 살았다. 집 속의 집이면서도 주소도 있고, 우편함도 있을 정도로 독특하게 꾸며 놓았다. 이곳에는 1930년대의 재료에서부터 오늘날 인터넷과 반도체 칩 등이 전자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스미소니안 박물관은 미국 발명가의 대표적 사례라고 가치를 인식해 그의 작업실을 그대로 가져와 1층 눈에 가장 잘 띄는 곳에 전시해놓고 있다.

비디오 게임 창안자인 랠프 베어의 작업실 앞면. <사진=이석봉 기자>
비디오 게임 창안자인 랠프 베어의 작업실 앞면. <사진=이석봉 기자>

비디오 게임 창안자인 랠프 베어의 작업실 내부. <사진=americanhistory 제공>
비디오 게임 창안자인 랠프 베어의 작업실 내부. <사진=americanhistory 제공>
미국의 역사는 우리의 5000년에 비해 길이는 짧지만 강력하다. 세계 표준의 역사이기 때문이다. 역사박물관 1층에는 '발명의 명소들'(Places of Invention)이란 이름의 기획전이 열리고 있었다. 미국의 산업화가 본격화된 1800년대 후반부터 최근의 청정에너지 시대에 이르기까지 시대별로 미국을 대표하는 6개 지역이 소개되고 있다.

1800년대 후반의 코네티컷주 정밀 제조업의 중심지인 하트포트시의 이야기는 공업 도시가 어떻게 부품들을 조립해 완제품을 만들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가를 설명해준다. 1930년대는 영화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한 시기였다. 이 시대 할리우드에서의 혁신을 보여준다. 1950년대 미네소타 메디칼 밸리. 1970년대 새로운 비트인 힙합을 만들어낸 뉴욕 브롱스. 1980~1990년대 차고에서 시작해 세계에 영향을 미친 실리콘 밸리 컴퓨터의 탄생. 최근 버려진 공장을 청정에너지의 거점으로 만든 200년대 콜로라도주 포트 콜린스 등을 알리며 관람객들에게 도전 정신을 고취시키고 있다.

스미소니안 박물관군(群)은 개척이란 키워드로 방문객들에게 미지의 세계에 대한 동경과 함께 신세계가 가져올 경이를 눈앞에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이 일상 속에서 도전하게 하고, 다른 사람의 도전에 박수를 치도록 하는 문화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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