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준연‧건설연, '시설물 미시·거시 거동 복합 측정을 통한 지능 안전 진단 기술' 개발
첫 공동연구···'센싱기술+안전성평가' 통한 실시간 감시 시스템 구축···5개년 계획

#1=차량이 많은 일요일 오후. 경북 영천시 경부고속도로 서울방향 99km 지점에서 산사태가 발생했다. 영천구간 상행선 3개 차로가 전면 통제되면서 극심한 교통체증을 겪었다. 무너진 토사로 인해 차량 1대가 매몰됐고, 2km 가량 정체 현상이 일어났다. 

#2=토사와 암석이 도로로 쏟아지지 않도록 비탈면에 장착된 '그라운드 앵커'. 그라운드 앵커 주변으로 드론이 떴다. 특수 제작된 드론은 그라운드 앵커마다 심어진 센서를 감지, 계측데이터를 센터로 전송한다. 관리자는 데이터 분석 통해 전국 비탈면 안전도를 실시간으로 관리한다.  

사례 1은 최근 국내에서 발생한 비탈면 사고로 교통체증은 물론 인명 피해까지 발생했다. 사례 2은 대형 공공시설물에 과학기술을 활용 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미래 시나리오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대형 공공시설물 안정성 강화에 활용될 예정으로 귀추가 주목된다. 

주축은 한국표준연구원(원장직무대행 박현민)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원장 이태식). 두 연구원은 '시설물의 미시/거시 거동 복합 측정에 의한 지능 안전 진단 기술' 융합연구를 진행, 대형 공공시설물의 안전성을 높여 안전한 도시를 만들어 갈 계획이다.  

표준연과 건설연 관계자는 "표준연은 첨단 센싱 및 측정 분야에 특화된 연구기관으로 미시/거시 거동 복합 측정 및 시스템을 담당한다. 건설연은 시설물의 안전성 평가 분야에 전문화된 기관으로 복합 측정 데이터에 기반한 안전성 평가 기술을 담당한다"며 "특화된 분야에서 융합연구가 이뤄짐으로써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 표준연‧건설연 첫 융합연구···"첨단 과학기술로 대형시설물 안전 책임"

현재 우리나라 고속도로와 국토 비탈면은 총 3만7584곳. 태풍·집중호우 등 자연재해로 발생하는 붕괴사고는 150여건에 이른다. 

또 35년 이상 된 교량은 전국에 1785개. 20년 후에는 1만4338개로 증가한다. 여기에 30년 이상 된 고령의 SOC(사회간접자본) 시설물도 10년 후면 2배 이상 늘어난다. 

융합연구 추진 전략 개념도. <자료=표준연 제공>
융합연구 추진 전략 개념도. <자료=표준연 제공>

두 연구원이 융합연구를 고심한 주된 이유다. 대형시설물은 체계적인 전략이 마련되지 못할 경우 국가 안전망 확보에 큰 지장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시설물의 손상에 따른 경제적 손실과 인명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다. 

특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처럼 시설물의 종류에 따라 그 피해가 미래까지 지속될 수 있다. 

권일범 표준연 박사는 "국내에서도 최근에 구축된 교량 유지관리 모니터링 시스템을 통해 많은 데이터를 취득하고 있으나 최대값이나 평균값과 같은 일부 데이터만이 활용되고 있는 실정"이라며 "실질적으로는 이런 값들조차 교량의 상태를 평가하기 위한 데이터로는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교량 케이블이나 비탈면은 사고가 나기 전에는 위험성을 모른다. 하지만 사고가 나면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위험성을 탐지하는 기술을 개발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에 이번 융합연구에 대한 기대가 높다"고 밝혔다. 

박기태 건설연 박사도 "공공 시설물 붕괴 등의 대형 사고는 국민의 불안감을 증대시킬 수 있다. 더욱이 기후 변화, 테러, 지진 등으로 시설물 안전에 대한 국민의 관심이 고조돼 있다"며 "시설물의 실시간 상태 정보를 확보해 이상 상황 발생 시 긴급하게 대비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기존에 상용화 단계에서 개발돼 있지 않은 측정 및 안전 평가 분야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보다 현장에 원활히 적용될 수 있는 연구를 진행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권희범 표준연 박사는 "연구원 간 긴밀한 협력으로 신뢰도 높은 안전성 측정 및 평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권희범 표준연 박사는 "연구원 간 긴밀한 협력으로 신뢰도 높은 안전성 측정 및 평가 기술을 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박은희 기자>
선진국들도 사회 안전을 위한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금문교에는 1.4km 거리에 50여개의 무선 센서를 설치돼 있다. UC 버클리 등은 진동을 기반으로 교량 구조물 안전 진단 시스템을 개발해 논문을 발표했으며, 서던캘리포니아대와 일리노이 대학도 유사한 진동 모니터링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또 미국은 오염물질 전파 모니터링 등 국방, 과학, 환경 모니터링 분야에서 다양한 무선 센서 네트워크(WSN) 기반 안전성 평가 기술 연구가 진행 중이며, 일부는 상용화가 이뤄졌다. 

권 박사는 "항공우주 분야에서 발전된 구조물 안전성 모니터링 기술이 국내에서 교량, 건물 등 대형 구조물의 붕괴 사고가 발생함에 따라 관련 한 연구가 늘고 있다"며 "이런 현실에 맞춰 구조물의 안전진단을 위해 구조물과 센서를 일체형으로 제작해 구조물의 이상 상태를 검출할 수 있도록 하는 스마트 구조 기술이 요구되고 있다"고 밝혔다. 

◆ 교량 케이블‧비탈면 안전성 강화 기술 개발···5개년 계획 추진 

이번 융합연구는 5개년 계획으로 진행된다. 1차 년도에는 개념정립을 위한 연구가 이뤄지며 2,3차 년도에는 미시/거시 거동 복합 측정 기반 기술, 안전성 평가와 관련한 시설물 시뮬레이션 및 개발 기술의 검증 연구를 수행하게 된다.  

4,5차 년도에는 실제 시설물에 측정 및 평가 기술을 적용함으로써 현장 적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보완하는 단계로 연구가 진행될 예정이다.  

미기/거시 복합 모니터링 시스템의 예. <자료=건설연 제공>
미기/거시 복합 모니터링 시스템의 예. <자료=건설연 제공>
박 박사는 "교량 케이블의 경우 주로 장력에 대한 예측 부분과 외부 손상 또는 결함 검사에 초점을 두고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케이블 내부의 손상 탐사에 대한 부분은 아직까지 취약한 부분이 있다"며 "이에 대한 탐사 기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탈면은 보강재에 사용되는 긴장재의 긴장력 저하 여부를 파악하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이에 대한 측정 기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표준연 안전측정센서는 교량 케이블의 장력 측정 및 손상 탐지 기술과 비탈면 보강재의 긴장력 측정 기술 등을 개발한다. 시설물 안전측정을 위한 핵심 기술로 시설물 재료의 결함 및 균열 탐지를 위한 초음파, 적외선 및 테라헤르츠 영상 기술을 비롯해 거시 거동 측정을 위한 분포 측정 광섬유 센서, 무선 센서 네트워크 기술도 개발할 예정이다. 

또 시설물 재료의 응력 집중, 균열 모사 시험을 통한 미시 거동 시험 및 분석을 비롯해 테스트베드에 설치할 하드웨어 구축도 담당한다. 

건설연은 표준연에서 개발한 센서로부터 도출되는 모니터링 데이터에 기반한 시설물의 안전성 평가 분야를 연구하며, 이에 대한 검증 연구와 실제 시서물 시스템 설치와 시범 운영을 맡는다. 

박 박사는 "케이블 손상 탐사와 관련한 센싱 데이터를 표준연을 통해 받으면 건설연에서 그 데이터를 분석해 케이블 시스템의 안전수준을 평가하고 등급화 하는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케이블 장력이나 외부 손상을 조사하는 수준인 케이블 평가를 보다 체계적이고 합리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융합연구를 통한 기대 효과가 과학기술뿐만 아니라 경제, 산업 등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학기술 측면에서는 공동연구로 건설-IT 분야의 융합연구 활성화를 위한 기반 구축이 가능해 지며, 자연재해 발생 이후 사회기반시설물의 건전성을 실시간으로 확인 가능한 스마트 모니터링 시스템과 관련 기술 확보가 가능할 예정이다. 

박 박사는 "매년 주요시설물 유지관리에 연간 약 1조원이 소요되고 있는 실정이며 IT기술을 이러한 시설물과 접목함으로써 관리자가 직접 계측 및 분석하는 수동적인 단계를 벗어나 자동화된 관리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제·산업적으로는 구조물의 이상 거동에 대한 감지 정확성이 높아지면서 사회적 비용 절감이 예상되며, 구조물의 실시간 안전진단기술로 대형사고에 대한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다. 

권 박사도 "첨단센서 시스템 및 안전성 평가 관련 요소기술의 국제표준 선도가 가능하고 IT 측정 기술과 토목공학을 연계한 새로운 융합분야로 발전도 가능하다"며 "모니터링 연구를 통해 해당 분야의 주도권 확보도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박 박사와 연구진이 융합연구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사진=건설연 제공>
박 박사와 연구진이 융합연구에 대해 논의하는 모습.<사진=건설연 제공>
그렇다고 장밋빛만 있는 것은 아니다.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권 박사와 박 박사는 "이번 연구에서 새로운 탐지를 위한 측정 기술과 안전성 평가 부분이 가장 어려울 것"으로 입을 모았다.

그동안 구조 재료의 손상을 탐지하지 못하던 부분을 새로운 개념의 측정 기술로 해결해야 하며, 구조 안전성 평가 알고리즘 개발의 신뢰도를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검증도 복합적으로 수행해야 한다.  

상용화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권 박사는 "시설물 안전성 평가를 위한 실용성을 고려한 미시 거동 측정 기술인 재료 결함 탐지와 무선 센서 네트워크 등의 구조물 거시 거동 측정 기술은 과제 종료와 동시에 상용화가 진행될 수 있도록 과제 진행시 기업체 참여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박사는 "상용화 방법은 안전성 평가 알고리즘 개발 및 평가시스템에 대한 패키지화 결과를 상품화하는 것"이라며 "물론 이 패키지에는 표준연에서 개발되는 센서 시스템이 포함될 것이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개발 기술에 대한 다양한 조건 하에서의 검증이 수반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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