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 문화'분야 내부 정책연구과제심의위원회 통과
현황 조사 후 결과에 따라 상위 부처와 논의 예정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하반기께 연구회 내 법무팀 신설을 검토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3월 연구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한 연구회와 출연연 관계자 간의 자리.<사진=대덕넷 자료>
국가과학기술연구회는 하반기께 연구회 내 법무팀 신설을 검토할 예정이다. 사진은 지난 3월 연구현장 목소리를 듣기 위한 연구회와 출연연 관계자 간의 자리.<사진=대덕넷 자료>
올해 하반기께 국가과학기술연구회 내 법무팀 신설이 적극 검토된다.

본지 취재 결과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사장 이상천)는 연구회 내 법무팀 신설을 포함한 '연구개발 문화(가제)' 과제를 수립하고 내부 정책연구과제심의위원회의 승인을 얻어 4월부터 본격 진행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회 관계자에 의하면 이번 과제는 정부출연기관의 연구문화와 풍토 개선을 위한 전반적인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출연연 내 연구성과에 대한 지적재산권 분쟁 증가, 기술 사업화로 인한 법적 분쟁 증가를 비롯해 투서· 감사 문제로 우수 과학자를 잃는 안타까운 일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연구자들이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연구문화 마련이 필요하다는 현장의 의견이 반영된 것이다.

과제가 심의에 통과하며 연구회는 4월부터 외부에 의뢰해 연구현장에서 발생하는 분쟁 사례, 대형 공공기관과 공기업의 법무팀 신설 사례 등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다. 연구회 관계자에 의하면 4~5개월 내에 연구결과 보고서까지 작성할 예정이다. 이후 결과를 바탕으로 정책과 규정을 만들고 관련 부처와 법무팀 신설 등을 검토할 계획이다.

연구회 관계자는 "연구자들 대부분 감사 대응 능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또 의도하지 않게 규정에 어긋나는 일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번 과제는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안을 마련하자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감사뿐만 아니라 연구성과의 재산권 문제, 기술이전 시 법적 분쟁도 증가하고 있다. 연구자들이 그런 분쟁에 휘말리지 않고 연구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규정 마련과 법무팀 신설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면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올해 안에 상위 부처와 적극 논의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연구회는 지난 2월 故 정 박사 사고 이후 이상천 이사장을 중심으로 연구환경의 근본적 문제 해결을 위해 연구현장을 방문하며, 현장의 목소리 취합에 나섰다. 현장의 연구자들은 연구회에 법무팀 신설의 필요성을 제안한 바 있다.

◆현장 연구자들 "법무팀 신설 환영…연구자들 이용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 교육 중요"

법무팀 신설안을 포함한 연구회의 '연구개발 문화' 과제 진행에 대해 연구현장에서는 환영하는 분위기다. 그러면서 제도나 법규가 안착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동연구를 진행하면서 큰 피해를 경험했다는 출연연의 한 연구자는 법무팀 신설을 적극 환영했다.

그는 "중소기업과 연구과제를 공동으로 진행했는데 기업이 파산하면서 더 이상 연구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 그 책임이 연구책임자에게 고스란히 넘어왔다. 또 같이 연구하던 기업이 영세해 빚을 지게 됐는데 그 기업에서 공동연구하던 연구자의 장비까지 차압이 들어오기도 하더라"면서 "연구개발 분야도 이런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법무팀과 보험 제도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당시 기업 관계자는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 연구자가 직접 다니며 문제를 해결하느라 시간을 많이 빼앗겼던 경험이 있다. 연구회 법무팀이 신설된다면 보다 폭넓게 다뤄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출연연의 정책 관계자는 연구자를 위한 교육을 제안했다. 그는 "연구자 대부분 법규에 대해 잘 모르고 이를 체계적으로 설명하는데 약하다"면서 "법안이 만들어지면 명암이 엇갈리는 상황도 있는데 연구자들을 위해 어떻게 힘을 모아나갈지 의견을 수렴하고 규정 등의 안착을 위해 교육도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연구현장에서는 문제 발생시 의견만 제시하고 구체적으로 어떻게 가야할지 모델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이젠 구체적으로 대안까지 제안 할 수 있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출연연의 정책관계자는 연구자 보호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연구회가 연구원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법무팀을 신설한다면 적극찬성이다. 연구자들은 연구현장 바깥 세계를 잘 모른다"면서 "연구에 혼신을 다하는데 어느날 본인이 범죄자나 사기꾼이 되어 있다면 자존감은 물론  연구 의지마저도 상실한다"라고 현실을 진단했다.

그는 이어 "법무팀이 신설되면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야하고 연구자들은 언제든 법무팀의 프로세스를 밟을 수 있도록 철저한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따라서 각 출연연 내에 반드시 법무팀과 연결된 조직을 설립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

연구책임을 오랫동안 맡아왔던 출연연의 한 연구자는 법무팀 운영방안에 대해 제안했다.

그는 "지식재산권이나 투서 등의  법적인 차원의 문제들을 기관 자체에서 덮어버리는 추스르기식의 감사가 많다"며 "각 출연연 감사실을 실질적으로 운용할수 있도록  법적분쟁, 감사제도 혁신 등 지원 본부로서의 법무팀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법무팀 신설은 당장 눈앞의 급한 불끄기가 아닌, 먼저 장기적인 제도를 마련하고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과학계의 원로 과학자는  연구문화 조성의 시급성을 강조했다. 그는 "자율적이고 책임감있는 연구문화가 먼저 꽃피워야 한다. 법적으로 감시하기보다 자율적인 연구문화 조성을 해야하는게 먼저"라며 "계몽적 교육을 통해 연구자들이 스스로 움직이고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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