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과학과 AAAS 연계, 글로벌화 지름길
한국 과학, 4차 산업혁명 맞아 글로벌 무대서 활동해야
미국 과학계, 한국과 교류 강한 의지…적극 활용해야


AAAS의 홍보 책자에 실린 AAAS의 미션. 미국내에 머물지 않고 세계 속에서 활동하며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해 연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제는 한국 과학도 세계 본류와의 접속을 통해 글로벌 수주으로 도약할 필요가 있고, 그런 점에서 AAAS는 의미 있는 창구로 여겨진다.<사진=이석봉 기자>
AAAS의 홍보 책자에 실린 AAAS의 미션. 미국내에 머물지 않고 세계 속에서 활동하며 인류의 삶의 질을 개선시키기 위해 연구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제는 한국 과학도 세계 본류와의 접속을 통해 글로벌 수주으로 도약할 필요가 있고, 그런 점에서 AAAS는 의미 있는 창구로 여겨진다.<사진=이석봉 기자>
본격적으로 과학기술을 시작한 지 반세기가 되는 한국이 밟아야 할 다음 수순은 무엇일까?

해방됐을 때 조선인 박사는 10명 내외. 황무지나 다름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고 이와함께 기술 진흥 5개년 계획도 시작된 것이 한국 과학의 첫 걸음이다. 본격적 종합연구소인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 출발과 함께 한국 과학은 시작됐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이웃 나라인 일본은 스키타 겐파쿠란 의사가 해체신서란 해부학 번역서를 낸 1774년 이후 서양학이 시작됐고, 메이지 유신(1868)과 더불어 근대과학이 본격화된 것을 감안하면 짧게는 140년의 역사, 좀 길게 잡으면 240년의 역사를 지닌다. 우리와는 큰 차이가 있다.

일본이 과학발전을 하면서 중점을 두었던 것 가운데 하나가 서구 주류와의 접목이었다. 메이지 시대의 물리학자였던 나가오카 한타로 박사는 자신의 역할을 연구와 함께 후배들이 서구의 첨단을 걷는 과학자들과 접속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의 주선으로 아인슈타인과 양자역학의 수장이었던 보어, 하이젠베르크, 디랙 등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들이 줄줄이 일본을 방문하게 된다. 일본 최초의 노벨상 수상자인 유가와 히데키는 서구와의 접목이 가져온 효과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한다.

"대학 졸업을 전후로 서구 물리학자들이 일본을 계속 방문한 일은 행운이었다. 처음 좀머펠트 문하의 라포르테가 며칠간 양자역학을 강의했다. 이어 좀머펠트가 교토대학을 방문하여 파동역학에 관한 평이한 강연을 했다. 나아가 양자역학의 건설자인 하이젠베르크와 디랙 두 분이 일본을 방문했다. 하이젠베르크의 입에서 불확정성 원리의 해설을 듣는 것, 디랙 자신이 말하는 전자의 상대성 원리, 그런 것들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을 만큼 감명 깊은 것이었다."(정인경 저 뉴튼의 무정한 세계에서)

우리는 일제 식민지 시절 근대 과학을 일본으로부터 받아들이고, 해방과 함께 미국을 통해 본격적으로 수입하기 시작했다. 인재들을 미국으로 국비 유학을 보내기도 하고, 개인 차원에서 미국으로 유학가 훈련받은 인재들이 50년전 KIST 설립과 함께 돌아왔다. 미국에서 역 두뇌 유출(reverse brain-drain)이라고도 말한 유치 과학자에 의해 한국 과학은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다.
 
유치 과학자들의 역할은 캐치업. 이미 개발된 기술을 리버스 엔지니어링 등을 통해 배우고 따라잡는 것이었다. 이른바 선진 기술의 국산화라 할 것이다. 그 결과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 80달러 국가가 2000년대 2만달러 국가로 급성장했다. 하지만 모방은 한계가 있다. 최근의 인공지능이나 VR, 자율주행차, 빅 데이터, 로봇, 드론 등등 기존 산업 패러다임을 뛰어넘는 4차 산업혁명의 물결을 우리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그것이다. 세상에 없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을 해본 적도 없을 뿐 아니라 연구 문화나 지원 시스템 등이 갖춰지지 않아 새로운 물결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대목에 필요로 하는 것은 선진 과학 문화에 직접 접속하는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한국 과학자들은 외국 학회에 가면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이다. 세미나 등에 적극적으로 발표와 질문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다수가 구경꾼이 된다. 그나마도 학회 일정 내내 참석해서 새로운 동향을 익히고 그 분야 고수를 사귀기 보다는 하루나 이틀 정도만 참가하고 나머지는 관광 등으로 시간을 보내고 오는 경우도 종종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응하고, 제대로된 선진 연구문화를 도입하기 위해 할 일 가운데 하나는 한국 과학계가 선진국의 과학 소사이어티에 직접 접속하는 것이라고 선진국에서 연구활동을 하는 과학자들은 입을 모은다.

외국에서 교육 받아온 사람에 의해 선진 연구문화가 소개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선진국 과학자들의 모임에 우리나라 일반 과학자들이 가서 행사를 보고 배우고, 연구문화를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

올해 AAAS 연례 미팅에 참석하면서 갖게된 느낌은 한국 과학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데 AAAS가 충분한 '자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례 미팅이 5일간 진행되면서 지식잔치로 만들고 가족들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대중과의 접목을 하는 모습 등은 행사의 형식과 내용 면에 있어서 많은 참조가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AAAS의 CEO인 러시 홀트(Rush Holt) 박사는 AAAS를 해외로 확장하는 데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과학자면서 미 하원의원 출신이기도 한 홀트 대표는 "한국과의 교류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며 "지속적인 관계 강화 방안을 모색해보고 싶고 한국측의 제안도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번 연례모임에 직접 세션을 운영하기도 한 김승환 과학창의재단 이사장은 "AAAS가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과학계와의 유대에 호감을 갖고 있다"며 "특히 우리나라에는 이사회 등을 공개하는 등 적극적 의사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20여년 전부터 본격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참가하며 미국 과학계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시회 등에도 부스를 열어 행사를 후원한다.<사진=이석봉 기자>
일본은 20여년 전부터 본격적이고도 지속적으로 참가하며 미국 과학계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전시회 등에도 부스를 열어 행사를 후원한다.<사진=이석봉 기자>
AAAS에 일본은 약 30년전부터 참석하기 시작했다. 과학자들은 물론 정책결정자와 연구소 홍보 담당자 기자 등등 100여명이 넘는 인력이 참가한다. 일본은 세미나 등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 적극적으로 전시회에 부스를 만들어 일본 과학을 국제 사회에 알리는데도 힘쓰고 있다.

20년 가량 AAAS에 거의 매년 참석하고 있다는 히라사와 류 일본 미래과학정책연구소장은 "AAAS 참가를 통해 세계 과학 동향을 파악하는 것은 물론 미 과학계 주요 인사들을 만나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등 과학 발전에 일본 과학계가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비해 우리나라는 아직 일천한 수준이다. 과학창의재단이 몇차례 참석했는데 그나마 기관장에 따라 참석이 유동적이어서 애써 쌓아놓은 인맥이 무산된 경우도 있고, 연구회나 출연연 등에서는 거의 참가가 없다. 이번에 한국에서는 광주·대구 과학관장과 KISTEP 등에서 10명 정도가 참석했고, 그나마 제한된 시간으로 전체 일정 참가는 드물었다.

포스터 대회를 통해 젊은 과학도들이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연례 모임 참가자들에게 발표하고 있다. 원로 회원들이 포스터 평가자가 되어 우수작을 선정한다.<사진=이석봉 기자>
포스터 대회를 통해 젊은 과학도들이 자신들의 연구 결과를 연례 모임 참가자들에게 발표하고 있다. 원로 회원들이 포스터 평가자가 되어 우수작을 선정한다.<사진=이석봉 기자>
 AAAS 연례 모임 참가와 미국 과학계와의 유대 관계 형성으로 우리가 얻게될 실익은 무엇일까? 우선은 선진 연구문화에 대한 파악으로 우리 연구문화 변화가 예상된다. 한국은 관료에 의해 통제되며 연구의 자율성이 위축되고, 연구자들 스스로도 연구윤리를 어기는 경우도 적지 않다. 선진국의 연구 문화와 시스템에 대한 이해를 통해 과학자가 바뀌어야 할 것과, 제도가 정비돼야 할 것 등이 나오면서 연구 몰입 환경이 조성되는 데 도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과학계에 일반인의 이해가 지속적인 연구개발 투자에 중요한데 AAAS가 장점인 과학계와 일반인과의 소통이나, STEM 교육, 과학자들에 대한 대중과의 유대 강화 등에 있어서도 벤치마킹이 될 것으로 보인다.

AAAS 연계로 얻게될 가장 큰 효과는 세계 주류 연구계와의 직접 접촉을 통해 우리 연구 수준이 업그레이드 되는 것이다. 우물안 개구리를 벗어나 글로벌화를 염두에 두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자와 교류하며 공동 연구를 통해 우리 과학계가 세계 수준으로 도약하는 것이다. 과학이 글로벌 수준이 되면 산업 등도 자연스럽게 세계 흐름을 타면서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며 경쟁력을 갖춰나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KIST 50주년 행사에서 Mark Lippert 주한 미대사가 밝혔듯이 한국과 미국의 과학계는 깊은 관계를 갖고 있다. 대개는 미국 과학계가 한국에 와서 조언하는 방식으로 관계를 이어왔는데, 이제는 우리가 본류에 접근해 보다 근본적인 관계로 만들 필요가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차기 미 대통령을 노리고 있는 트럼프 미 공화당 경선 주자가 우리나라 안보에 대해 위협적 발언을 하는 상황을 맞아 이제는 우리가 보다 적극적으로 과학 외교 등을 펼치며 실력을 키워야 하는데 그런 점에서 AAAS는 좋은 창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

AAAS는 최신의 연구가 발표되는 현장이다. 사진은 3월 서울에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이 벌어지기에 앞서 한달여 앞서 열린 AAAS 연례 모임에서 발표된 알파고가 포함된 인공지능 관련 파워포인트 자료.<사진=이석봉 기자>
AAAS는 최신의 연구가 발표되는 현장이다. 사진은 3월 서울에서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대결이 벌어지기에 앞서 한달여 앞서 열린 AAAS 연례 모임에서 발표된 알파고가 포함된 인공지능 관련 파워포인트 자료.<사진=이석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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