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신년 첫 참여혐 탐방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편
수중로봇연구 최전선서 본 '해양플랜트'
독자 취재단 5명 동행…

태평양 푸른 바다 한가운데에서 자동차 크기의 로봇이 바닷속으로 뛰어든다. 수심이 점점 깊어지더니 곧 6000m 심해에 다다른다. 하얀 모래먼지 폭풍이 시야를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10여 분의 시간이 지나고 모래먼지가 잠자코 사라지자 시야가 점점 밝아진다. 마침내 바다 전체의 95%를 차지하고 있는 6000m 깊이의 심해 탐사 길이 열린다.

인류가 살고 있는 지구에는 바다가 70%를 차지하고 있다. 심해 바다에는 석유·가스·광물 자원 등 막대한 자원들이 잠자고 있지만, 직접 탐사하지 않고서는 자원의 규모·종류 등을 확인할 방법이 없다. 때문에 심해는 또 하나의 우주 공간으로 통한다.

인간이 심해로 내려갈 수 있는 수심은 100m 남짓이다. 하지만 수온·해류·시정 등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요소들 때문에 활동 가능한 수심은 더욱 제한된다. 이러한 제한을 극복하고 6000m 깊이의 바다탐사에 도전장을 내민 연구 분야가 바로 '수중로봇' 연구 분야다.

대덕넷 과학특공대는 해양플랜트 신산업 창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소장 서상현)를 찾았다. 특히 이번 과학특공대는 독자참여형으로 진행됐으며, 사전에 모집·선정된 독자 6명과 함께했다.

◆ 200m급 넘어 6000m급 수중로봇까지…"해양플랜트 新산업 연다"

수중로봇연구실 앞에 위치한 수중로봇 크랩스터의 모습. <사진=김요셉 기자>
수중로봇연구실 앞에 위치한 수중로봇 크랩스터의 모습. <사진=김요셉 기자>

수중로봇연구실 앞 주차장에 집채만 한 컨테이너가 자리 잡고 있다. 컨테이너 문이 서서히 열리자 수중로봇 '크랩스터'가 위엄한 자태를 선보인다. 마치 대형 소라게가 고둥 껍데기에 들어가 있는 모습과 유사하다고 독자 취재단은 입을 모은다. 전봉환 수중로봇연구실 책임연구원은 우스갯소리로 컨테이너가 '크랩스터 집'이라고 설명한다.

우리나라 서해안과 남해안은 상대적으로 조수 간만의 차가 크고 조류속도가 빠르다. 특히 서해안은 황하의 토사 유입으로 물이 탁하고 수온차가 심하다. 이러한 극한 환경에서도 크랩스터는 수중 탐사 임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개발됐다. 

크랩스터가 컨테이너에서 나와 움켜쥐고 있던 여섯 개의 다리를 나란히 펼친다. 크랩스터는 게(Crab)와 가재(Lobster)의 영문을 혼합해 만든 단어로 게와 가재처럼 여러 개의 다리를 이용해 보행·유영으로 이동하도록 개발됐다.

과학특공대 참여 독자 문경수 과학탐험가는 "평소 온라인 매체로만 봐왔던 크랩스터를 실제로 보니 해양 탐사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한국 해양 탐사의 당위성과 중요성을 느끼게 됐다"고 소감을 말했다. 

크랩스터 운용 시스템 중 하나인 '원격제어실'의 모습. <사진=김요셉 기자>
크랩스터 운용 시스템 중 하나인 '원격제어실'의 모습. <사진=김요셉 기자>
"크랩스터는 크게 두 가지는 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해양과학 조사와 해저구조물의 조사·관찰입니다.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크랩스터 다리에는 로봇팔이 부착돼 있습니다. 해저 구조물의 와이어 절단, 그라인딩, 드릴링 등의 작업도 수행할 수 있죠."(전봉환 책임연구원)

크랩스터는 '원격제어실', '진수인양장치', '크랩스터'가 하나의 시스템으로 운용된다. 크랩스터의 움직임을 조종하는 원격제어실에 들어가니 마치 오락실에 와있는 느낌을 준다. 두 개의 조이스틱으로 심해 속 크랩스터를 자유자재로 조종한다.

원격제어실에서 크랩스터의 여러 다리를 이용해 수중 유영과 해저 보행을 제어한다. 울퉁불퉁한 해저 지형도 탐색할 수 있다. 또 자세 조종을 통해 강한 조류에서도 밀리지 않고 이동하도록 제어할 수 있고, 로봇팔로 직접적인 해저 작업도 가능하다.

크랩스터의 최대 운용 수심은 200m다. 초당 0.25m의 속도로 이동·헤엄치며 해저를 탐사할 수 있다. 고해상도 스캐닝 소나(675kHz)를 이용해 혼탁한 수중에서 100m 반경 이내의 물체를 탐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초음파 카메라를 이용해 전방 15m 이내의 동영상 촬영도 가능하다.

전봉환 책임연구원은 "200m급 수중로봇을 넘어 6000m급 복합이동 수중로봇이 개발됐고 시연을 앞두고 있다"며 "크랩스터의 개발은 심해의 장·단기간 정밀 조사와 관측·샘플링 작업을 더욱 수월하게 해 바닷속 탐사의 새로운 장을 여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닷속 망간단괴를 채취할 수 있는 '미내로'의 모습. <사진=김요셉 기자>
바닷속 망간단괴를 채취할 수 있는 '미내로'의 모습. <사진=김요셉 기자>

해양탐사 시대의 또 다른 한국 대표주자는 '미내로'다. 미내로는 깊은 바닷속에서 망간단괴를 채취할 수 있는 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심해 자원 채취용 수중로봇이다.

미내로란 이름은 광물을 뜻하는 '미네랄'(Mineral)과 '로봇'(Robot)의 합성어다. 길이 6m, 폭 5m, 높이 4m에 무게가 28t에 이르는 대형 수중로봇이다. 미내로는 심해 3000m의 해양 자원을 채취할 수 있다. 3000m에서는 어른 손바닥만 한 넓이에 코끼리 12.5마리가 올라가 내리누르는 압력을 견디도록 설계돼 있다.

미내로가 채광하게 될 망간단괴는 지름 3~4cm의 크기로 전 세계 수심 2000m 이상 심해에 널려 있다. 망간단괴에는 망간·니켈·구리·코발트 등 값비싼 광물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경제적 가치가 높다.

김형우 해양플랜트산업기술센터 책임연구원은 "최근 해양자원의 부가가치가 높아지고 있고 해양 자원의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미내로의 최종 목표는 2018년 이후 5000m 심해에서 망간단괴를 채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 해양장비 내압성능평가는 '필수'…"6000m 깊이의 기압까지 측정"

연구팀이 고압진공챔버에서 수중 작동 장비의 내압성능평가를 하고 있다.<사진=해양플랜트연 제공>
연구팀이 고압진공챔버에서 수중 작동 장비의 내압성능평가를 하고 있다.<사진=해양플랜트연 제공>

"펑!"

대형 연구실에 굉음이 울려 퍼진다. 야구 방망이가 수심 310m에 이르렀을 때 기압을 이기지 못하고 찌그러지는 소리다. 연구실에 310m 깊이를 모사한 고압진공챔버에서 나온 굉음이다. 특공대는 수중용 내압구조물이나 수중 작동장비의 성능시험과 안전성을 평가하는 '고압진공챔버 연구실'을 찾았다.

최혁진 해양안전연구부 책임연구원은 독자 취재단에게 야구 방망이가 버틸 수 있는 수중 내압을 확인시키기 위해 고압진공챔버를 가동했다. 챔버에 야구 방망이를 고정하고 수중으로 이동시켜 서서히 압력을 높였다. 외부 화면에 수중 내압 측정 중인 야구 방망이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출력된다. 심해 기압을 0.1바까지 측정할 수 있는 정교·정밀한 해양 과학기술에 독자 취재단은 감탄사의 연발이다.

심해에는 '기압'이라는 큰 위험성을 지니고 있다. 공기보다 밀도가 1000배에 달하는 바닷물은 수심이 10m 깊어질 때마다 1기압씩 증가한다. 수심 10m만 내려가도 빈 캔이 반으로 수축되는 압력을 받는다.

바닷속에 들어가는 모든 해양장비는 높은 기압을 이겨내야 한다. 높은 수압을 견뎌내고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사전에 알아볼 수 있는 내압성능평가는 필수다.

연구팀이 야구 방망이의 내압성능을 평가하고 있다. <사진=김요셉 기자>
연구팀이 야구 방망이의 내압성능을 평가하고 있다. <사진=김요셉 기자>

연구실에 있는 고압진공챔버 시험설비의 탱크는 내부 너비 0.8m, 깊이 2.1m인 수직형 원통 구조로서 내부 부피가 1055L다. 상부 덮개를 닫은 후 물을 탱크 안으로 넣고 압력을 높여 시험 할 수 있다.

고압진공챔버의 강점은 최대 운전압력이 600바로 수심 6000m에서의 압력을 재현할 수 있다. 대부분의 수중용 내압구조물이나 심해 플랜트 기자재 등의 내압성능시험이 가능하다.  

고압진공챔버는 펌프를 이용해 물을 채우거나 빼낼 수 있다. 상부 덮개를 닫은 후 고압펌프를 이용해 물을 탱크 안으로 밀어 넣어 원하는 압력 수치까지 올리고, 유지할 수 있다. 시험이 끝나면 밸브를 열어 감압하게 된다. 즉, 물채우기→가압→유지→감압→배수의 과정을 거치면서 시험을 수행하게 된다.

최혁진 책임연구원은 "해양장비는 내압성능 시험평가를 통해 완제품의 성능을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며 "고압진공챔버로 해양플랜트, 수중로봇, 해양장비 등 다양한 영역에서 성능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 박사는 "작동장비의 내압성능 향상과 최적화 연구개발, 산학연 공동연구, 국제협력과 산업체 기술지원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것"이라며 "국가 해양산업 발전과 안전하고 청정한 바다 실현에 공헌하겠다"고 강조했다.

자녀 두 명과 함께 과학특공대에 참여한 이경아 주부는 "일반인들이 쉽게 들어올 수 없는 연구소의 특별한 공간에 방문한 것만으로도 자녀들에게 큰 학습이 됐다"며 "현장을 직접 보고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해양 플랜트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한편, 올해 2회차 독자참여형 과학특공대는 3월 중 모집할 예정이며 자세한 사항은 대덕넷(담당자 박성민 기자, 070-4171-3524 sungmin8497@hellodd.com )으로 문의하면 된다.

과학특공대원이 고압진공챔버 원리를 설명듣고 있다. <사진=김요셉 기자>
과학특공대원이 고압진공챔버 원리를 설명듣고 있다. <사진=김요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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