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돌한장·대덕넷, 16일 '따뜻한 과학마을 이야기' 5회차 행사 개최
이정원 ETRI 선임연구원, '알파고는 어떻게 바둑을 둘까' 주제로 강연 나서
약 80여명 참가…서울·경기도·경주 등에서도 참여

전 세계인의 관심이 집중됐던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AlphaGo)와 이세돌 9단의 대국이 마무리 된 가운데 지역민, 과학자 등이 모여 이번 대국의 시사점과 인공지능이 펼칠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시간을 가졌다. 

사단법인 따뜻한 과학마을 벽돌한장(이사장 장인순)과 대덕넷은 16일 이정원 ETRI 선임연구원을 초청, '알파고는 어떻게 바둑을 둘까?'라는 주제로 '따뜻한 과학마을이야기' 5회차 행사를 대덕테크비즈센터(TBC) 내 KIRD 강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주제가 공고되면서부터 신청자가 몰리기 시작, 어느 때보다 관심이 뜨거웠다. 행사 당일 강연 시간 1시간전부터 신청자들이 속속 등장했다. 대전뿐만 아니라 서울, 경기도, 천안, 오송, 경주 등 타지역에서도 이날 행사에 참여하기 위해 먼 길을 달려왔다. 신청자들은 약 1만원의 참가비(기부금)를 내고 샌드위치, 음료 등을 나누며 인공지능에 대한 대화를 나누는 등 행사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강연이 시작되자 참석자들은 연사자로 나선 이정원 ETRI 선임연구원의 이야기에 집중했다. 이어진 질의 응답 시간은 예정 시간인 30분을 넘어 1시간 넘게 이어질 정도로 반응이 뜨거웠다.

▲'따뜻한 과학마을이야기' 5회차 행사 참가자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따뜻한 과학마을이야기' 5회차 행사 참가자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 이정원 연구원 "인공지능 발전은 자연스러운 흐름…기술에 대한 사회적 합의는 필요"

"이번 강연에 나서기 위해 대형 방송사의 요청도 뿌리치고 왔습니다. 지역민과 함께 교류하고 소통하는 이 자리가 의미있습니다."

이정원 ETRI 선임연구원은 이날 행사의 연사자로 나서 '알파고는 어떻게 바둑을 둘까?'라는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이 선임연구원은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복기하면서 이에 대한 과학적 접근과 시사점을 설명했다. 

강연 후에는 청중과의 열정적인 토론이 진행됐다. 기술에 대한 궁금증서부터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한 참석자의 "알파고에 기풍이 있는가"라는 질문에 이 연구원은 "실수, 미생 등은 사람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알파고는 기풍이 없다. 알파고는 한 수 마다 최고의 승률을 보장하는 수를 선택할 뿐이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알파고의 시간 조절과 규칙이 매개 조절 변수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질문에 "알파고는 계산할 시간이 필요한데, 대국 중 짧게는 5초, 길게는 2분 생각하는 등 적절한 시간 조절 기능까지 있다. 바둑 규칙이 바뀌면 가치평가와 학습을 다시해야 하는데 5주면 가능할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또 한 참가자가 "주입식 교육 등 기존 교육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떻게 생각하는가"하고 질문했다. 이에 이 연구원은 미소를 지으며 "아이가 초등학생이라서 비슷한 고민을 한다. 문제 해결 과정에서 그것을 잘하게 되는 프로세스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아이들에게 윗몸일으키기, 크런치 운동, 줄넘기 등의 재미있는 활동을 통해 스스로 체득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의 날카로운 질문도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정민 학생이 "기존에 대화하는 인공지능은 말이 제대로 연결 안된다는 문제점이 있었는데 알파고를 이용하면 대화가 가능할까요"라고 궁금증을 질문했다. 이에 이 연구원은 "알파고와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 IBM, ETRI 등에서도 관련 연구를 수행중인데, 대화를 인간처럼 할 수 있는 것이 머지않아 나오겠지만 바둑을 잘 두게 하는 것 보다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백승원 학생의 "왜 한국에서 바둑을 했는가요"라는 질문에는 "이세돌이 실력이 있었기 때문이며, 서울 한복판에서 역사적인 대국을 하게 되어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중국에서 대국했다면 지금과 같은 이슈 없이 조용히 지나갔을 것"이라고 답했다.   

참석자들은 인공지능이 펼칠 미래에 대해 우려하면서도 이번 대국이 인공지능에 대한 사회적 논의의 계기가 되길 기대했다.

손영성 ETRI 연구원이 "인공지능이 미래 직업을 대체할 것으로 대중들이 우려하고 있다. 어떻게 보는가"라고 질문하자 이 연구원은 "인공지능이 인간 활동을 대체하는 세상이 올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이러한 상황들은 과거에도 있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연구원은 "기술 진보에 따라 적응자나 부적응자가 있을 것인데, 일련의 현상들이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며 인간(호모사피엔스)의 진화라고 생각한다"면서 "과학은 자연현상을 이해하고, 과학적 호기심을 정교하게 만들려는 노력과정이며, 지구 환경이 변화하는 과정에서 구성원 간 합의는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참석자들은 이번 대국을 지켜 본 개인적 소견도 피력했다.

허귀석 기초지원연 책임연구원은 "딥러닝은 자가학습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발자도 알파고의 실력을 대국전까지 몰랐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개발자가 성능과 발전 방향을 모르기 때문에 인류의 해가 되는 것을 개발하는 논리적 모순에 빠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송민령 KAIST 바이오·뇌공학과 박사과정생은 "인공지능에 대한 대중들의 경각심이 발생하고 혼란, 걱정이 있는데, 한편으로는 이번 기회를 통해 인공지능이 초래할 사회적·산업적 영향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 같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어 송민령 박사과정생은 "2000년대 초반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의 재판장 내 거짓말탐지기 도입 문제를 놓고 많은 논의 과정과 진통을 겪은 바 있다"면서 "인공지능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는 있겠지만, 이 힘을 대중들과의 활발한 논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한성근 이데아 출판사 대표도 "기술 자체를 부정하며, 한쪽에서만 보는 시각을 탈피해야 한다"면서 "예를 들어, 아인슈타인의 원자탄도 사용이 잘못된 것이다. 기술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기 위한 토론과 논의가 활성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모임은 알파고와 인공지능에 대한 참석자들의 높은 관심을 반영하듯, 본강연과 질의응답, 뒤풀이까지 토론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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