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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 복기(復棋)…우리가 풀어야 할 숙제는?

[대덕단상]알파고 충격 '본질' 알고 대처해야
팀·세계최고·글로벌 전개 교훈…서울-대덕 뭉쳐야

▲이세돌 9단이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에 대국 때 사용한 바둑판 뒷면에 사인해 선물했다.<사진=이석봉 기자>▲이세돌 9단이 하사비스 딥마인드 CEO에 대국 때 사용한 바둑판 뒷면에 사인해 선물했다.<사진=이석봉 기자>

'AlphaGO Invasion'(알파고 침공). 알파고가 이세돌 9단과 세기의 대결을 벌인 7일간 한국은 요동쳤다. 그렇게 들끓던 정치뉴스는 뒤로 밀렸고, 헬조선이란 자기비하도 종적을 감췄다. 3국을 내리지며 인공지능에 대한 공포에 휩싸였고, 4국째에 이기자 인간승리란 기쁨에 사로잡히며 이전의 공포는 사라졌다. 5국에서 지긴 했지만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끝까지 이어지며 인공지능에 대한 신선한 충격도 좀 가신 듯하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약소국으로 살아와서인지 우리에게는 좀 독특한 DNA가 있다. 망각 혹은 아전인수란. 제삼자의 눈으로 보면 누가 보아도 뻔하게 진 임진왜란이, 병자호란이 승리한 대목만 강조되며 자칫 교과서나 영화 등에서는 이긴 전쟁으로 포장된다.

서양 문물이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과정에서도 대동강 가에서 전투함도 아닌 美 상선인 제너럴 셔먼호를 침몰시킨 것이 과포장되며 근대문물에 대한 공포도 수장(水葬)시켰다. 미군과의 강화도 전투도 일방적 패배였는데 일부에서는 미군을 물리친 싸움으로 서술한다.

그러다가 당했다. 본질을 보지 못하고, 하나의 현상, 그것도 우리에게 편한 것만을 왜곡해서 받아들이며 상대를 얕잡아 보다가 당했다. 1876년 개항 이후 6.25까지 1백 년 가까이 피로 점철된 역사가 그 결과물이다. 그럼에도 그 DNA는 여전히 위력을 발휘한다.

이번 알파고가 갖다 준 충격은 그 본질을 꿰뚫으며 대응책을 세워야 하나 또 하나의 바둑 대결로 의미를 축소해 지나가는 일의 하나로 여기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번에도 그러면 정말 우리의 앞날은 없다고 식자들은 지적한다. 알파고가 남긴 숙제를, 대국 현장에서 느낀 것을 기본으로 거칠게나마 정리해 본다.

◆ 드림팀의 구성

알파고는 드림팀이었다. DeepMind CEO인 데미스 하사비스를 총사령관으로, 데이빗 실버 박사를 야전 사령관으로, 아자 황 박사를 돌격대장으로 그 밑에 19명의 정예요원이 함께 일한 드림팀이었다. 데미스 하사비스에 대해서는 좀 알려졌으나 데이빗 실버와 아자 황, 그리고 다른 19명의 특공대와 그들의 경력 및 역할에 대해 우리는 사실 깜깜이다. 다만 이들이 알파고를 만들었고, 훈련시켰으며, 이번 대국을 계기로 훨씬 강화된 알파고를 키웠다는 것 정도만 추측한다.

두 사람 외에 구글이 공개한 알파고 팀의 구성원은 다음과 같다. Chris Maddison, Arthur Guez, Laurent Sifre, Gorge Van Den Driessche, Jullian Schrittwieser, Ioannis Antonoglou, Veda Panneershelvam, Yuitan Chen, Marc Lanctof, Sander Dieleman, Dominik Grewe, John Nham, Nal Kalchbrenner, Tim Lillicrap, Lucas Baker, Ilya Sutskever, Maddy Leach, Koray Kavukcuoglu, Thore Graepel.

이름을 읽어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듯이 동서양의 거의 모든 인종이 망라된 글로벌 팀이다. 이들은 대국 기간 내내 대국 때에는 대국에 집중하지만, 그 외의 시간에는 서로 의견을 교환하고 긴장을 풀며 여유를 속에서 세기의 대결에 임할 수 있었다.

▲대국 마지막 날 무대에서 소개된 알파고 팀.<사진=이석봉 기자>▲대국 마지막 날 무대에서 소개된 알파고 팀.<사진=이석봉 기자>

그런데 이에 비해 우리는 드림팀이 없었다. 오로지 이세돌 9단 혼자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 대한 두려움과 외로움 등을 느끼며 바둑을 둬야했다. 지든 이기든 오로지 혼자의 몫이었고, 난관을 넘기 위해 상의하고, 도움받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바둑이란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와 반대로 알파고 팀은 함께하며 풀었다.

대국 마지막 날 KIST의 인공지능 전문가인 某 박사가 대국장을 찾은 바 있다. 바둑을 모른다는 그는 인지로봇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만큼 바둑판의 전체 그림만을 보고도 알파고의 강약점을 언급하기도 했다.

만약 이세돌 9단이 이런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상상을 하게 됐다. 기보를 갖고 푸는 것도 괜찮지만, 인공지능의 속성에 대해 조언을 듣고 대책을 세웠으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까 궁금하다.

결국,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팀이다. 혼자서는 못한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서로 소통하고, 상대를 인정하고, 이제는 더 큰 상대를 앞에 놓고 연대하고, 드림팀을 짜야 한다. 바둑도 그렇지만 앞으로 전개될 인공지능 관련 연구는 그 분야 전문가들만이 아닌 철학, 역사학, 심리학, 사회학 등의 인문학과 자연과학 및 공학 분야 전문가들이 드림팀을 짜야 할 것이다. 여기에 한국인만이 아니라 외국인이 반드시 포함돼야 할 것이고.

▲책자에 소개된 알파고 팀.<사진=이석봉 기자>▲책자에 소개된 알파고 팀.<사진=이석봉 기자>

◆ 타겟은 세계 최고

알파고 팀의 전략은 정말 아름다웠다. 하사비스 CEO는 바둑이 아름다운 동양 전통의 두뇌 스포츠라고 부추겨 세웠지만, 명분과 실질 모두 아름다운 것은 알파고 팀의 전략이었다. 그들은 난제에 도전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 앞으로 최소 10년은 절대 안된다고 하던 세계 최고로 복잡하다고 하는 문제에 과감히 도전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아직 알파고가 완벽한 상태는 아니라고 한다. 그럼에도 미완의 상태에서 도전장을 던졌고, 더욱이 세계 최고를 상대로 골랐다. 때문에 판이 커졌고, 세계의 언론이 그들의 행보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이들이 이번 세기의 대국에 쓴 비용은 5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상금이 11억원, 호텔비 등이 20억원, 나머지 경비들을 감안해도 50억원 정도일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 기간에 구글의 늘어난 시총은 58조라고 중앙일보는 보도한다. 전 세계 언론으로 이를 다루지 않은 미디어는 거의 없다.

비슷한 시기에 삼성전자가 갤럭시 S7을 출시해 엄청나게 홍보를 했음에도 이 화제에 밀려 그다지 빛이 나지 않았다. 아마 전 세계에 백억원 이상 썼을 것으로 짐작되는데 그 효과는 이번 세기의 대결에 비하면 미미하다 하겠다.

우리가 여기서 배워야 할 것은 과감한 도전과 세계 최고 지향이 아닌가 싶다. 딥마인드는 난제를 오히려 도전 대상으로 선택해, 안전한 길이 아닌 모험을 자청했다. 거기에 흥행과 실제 효과를 위해 세계 최고를 게임의 상대로 삼았다. 세계는 혁신을 높이 사준다. 언론은 속성상 도전 규모의 대소를 떠나 의미가 있으면 인정하고 어려운 도전이면 그럴수록 관심을 표명한다. 발상의 참신함 자체가 큰 경쟁력인 것이다.

딥마인드가 남들이 가지 않는 모험적인 길을 선택해 실력을 축적하고, 그것도 세계 최고와의 대결을 통해 효능을 입증한다는 발상은 좀처럼 우리가 못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번 세기의 대국으로 우리는 온몸으로 이것이 고수들의 방식임을 배웠다. 전 국민이 AI란 말을 뇌리에 새겨 놓은 것만으로도 큰 소득이라는 의견도 많다. 우리도 이제는 인류의 난제에 도전하고, 세계 최고를 실험 상대로 삼아 성능을 입증하는 방식을 낯설게 볼 필요가 없다.

◆ 전 세계가 무대

딥마인드가 있는 런던과 구글 본사가 있는 실리콘밸리의 거리는 8700여km. 런던과 서울, 실리콘밸리와 서울의 거리도 대충 비슷하다.

딥마인드 CEO 데미스 하사비스에 물으니 이번 한국행은 처음이란다. 아마 딥마인드 팀 대부분이 그럴지도 모르겠다. 처음으로 온 한국에서 있는 기간 동안 온 나라를 뒤흔들었다. 동양식 표현으로 내공이 있다고 하면 대단한 수준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우리가 그럴 수 있을까? 하지만 하사비스가 보여주었으니 우리도 그런 상상은 가능하지 않을까?

세기의 대국에는 이들 외에도 에릭 슈밋 알파벳 회장과 세르게이 브린 구글 창업자도 왔다. 이들이 7일 동안 한국 전체를 들었다가 놓는 엄청난 괴력을 보였다. 세계 언론도 한국으로 눈과 귀를 돌리게 만들었다. 그것도 완벽하게 본인들의 의도대로 통제한, 호텔의 불과 두 개 층이란 제한된 공간에서. 마치 마술과도 같은 7일이었다고 할까?

런던과 실리콘밸리의 거리란 물리적 여건이 이들에게는 의미가 없다. 얼마든지 협업하고 세계 전체를 무대로 자신들의 상품을 판다.

우리는 한국을 우리 주 무대로 생각한다. 미국이나 유럽, 호주, 일본 등 세계를 주 무대로 생각하는 것은 아직 대기업과 연예 기획사를 제외하고는 많이 부족하다. 그렇지만 구글이나 딥마인드는 자연스럽게 한다. 마치 자신들의 앞마당인양. 앞으로 우리도 발상 자체를 세계를 무대로 움직이는 그런 시도가 필요하다.

바란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발상하고, 그에 맞는 내실을 채워야 한다. 실력이 있어야 하고, 글로벌 감각이 있어야 한다. 요체는 결국 사람이 한다. 사지선다에서 오답을 피하는 요령을 갖는 사람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생각의 근육을 키워주어야 하고, 힘 있는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그게 복잡한 것이 아니다. 청소년기에 체력을 키우도록 하고, 공부는 주입을 적게 하고, 글로벌 마인드를 가지며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찾아서 하도록 하는 문화가 조성돼야 한다. 이공계도 철학과 역사를 접할 기회가 주어져야 하고, 인문계도 이공계 과목을 볼 수 있어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문과 이과가 구분이 없어져야 한다.

또 국내의 자원을 통합적으로 활용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런던과 실리콘밸리는 8000km가 넘는 거리이다. 그럼에도 협업에 전혀 지장이 없다. 우리는 어떠한가? 과학계의 경우 서울과 대덕은 완전히 남이다. 불과 160km에 불과하다. 런던-실리콘밸리의 50분의 1거리이다. 그러나 교류가 거의 없다. 그러다 보니 둘 다 고인물이 돼가고 있다. 두 곳 다 각기 외국과는 교류하나, 서로 오가지 않는다. 물리적 거리보다는 심리적 거리가 크기 때문이다.

이제는 이런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더 큰 상대가 있는데 작은 차이 갖고 협력하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 둘 다 망한다. 위기감을 갖고 협력은 필수라는 생각으로 연대해야 할 것이다. 상대에게 매력적인 대상이 될 수 있도록 실력을 쌓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전제이다.

◆ 알파고 침공 계기로 각성하고 뭉쳐야

아시아에서 근대문명 따라잡기에 성공한 일본은 예민했다. 1853년에 우라가 만(灣)에 나타난 4척의 검은 군함(黑船)만을 보고 서양 문물이 가진 파괴력을 간파했다. 그 후 일부의 물리적 충돌이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서양 배우기에 진력한다. 그러면서 근대화 시기에 종(從)이 되는 운명을 피했다. 거꾸로 실력을 키워 싸움을 주도적으로 전개한다. 물론 이 때문에 피도 흘리고, 항복이란 좌절도 겪지만 결국은 다져진 실력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운명을 주체적으로 결정해 왔다. 당연히 국민의 삶의 질도 주변국인 중국과 우리나라와는 큰 차이로 풍요롭고.

지난 7일간의 알파고 침공(AlphaGo Invasion)은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하느냐에 따라 우리 운명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인공지능이란 쓰나미가 곧 우리 앞으로 다가올 것이란 경보로 알고 우리의 모든 역량을 동원해 대응하면 약이 될 것이고, 전쟁에서는 졌으나 전투에 이긴 것을 갖고 대승을 거둔 것처럼 오판하면 독이 될 것이다.

알파고 팀은, 딥마인드社는, 구글은 우리에게 큰 교훈을 남겨주었다. 비즈니스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이세돌 선수는 혼신의 힘을 다하며 그 위력을 우리에게 알려주었다. 이제 남은 것은 한국 사회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몫이다. 조상들의 잘못된 전철을 밟을 것인가, 조상들이 피로 낸 수업료가 헛되지 않게 절치부심하며 세계를 무대로 도전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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