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토론회]투서·감사 폐해 막아야 한다는데 공감
각각의 입장에서 다양한 해결 방안 쏟아져

토론자로 나선 김덕수 한국한의학연구원 감사(왼쪽 위에서 시계방향)·김명준 대덕클럽 총무이사·윤석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이은경 전북대학교 과학학과 교수·임혜원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부회장·홍성주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사진=대덕넷>
토론자로 나선 김덕수 한국한의학연구원 감사(왼쪽 위에서 시계방향)·김명준 대덕클럽 총무이사·윤석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이은경 전북대학교 과학학과 교수·임혜원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부회장·홍성주 STEPI(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사진=대덕넷>

<연구자>
▲ 기명 투서만 인정하라
▲ 허위투서 엄벌제도 마련
▲ 피해자 명예회복 위해 특정 사안 투서 결과 공개
▲ 법적 문제 해결 위한 법무팀 운영
▲ 투서자 피투서자 보호위한 기구마련
▲ 감사원에게 연구현장 특성 홍보
▲ 사후 감사가 아닌 예방 감사로 방향 전환 
▲ 연구자 위한 권익단체 구성
 
<감사 및 외부>
▲ 신입연구원 연구윤리 교육
▲ 출연연 원규집 간소화
▲ 연구자 원규집 필독
▲ 법률 규정안 하지 말아야 할 것 중심으로 개정
▲ 연구원 대상 감사 매뉴얼 정비
▲ 건전한 연구개발 문화 캠페인

투서·감사 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이 제시됐다.

지난 10일 대덕테크비즈센터(TBC) 콜라보홀에서 열린 투서·감사 연구풍토 선진화 긴급토론회에서는 정부출연연구기관 관계자들과 외부 인사들 모두 투서·감사의 폐해를 막기 위한 연구풍토 개선에 뜻을 같이 했다.

특히 각각의 시각에서 실행 가능한 여러가지 대안을 제시, 투서 감사로 인한 문제가 더 이상 지속되면 안된다는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덕수 한국한의학연구원 감사·김명준 대덕클럽 총무이사·윤석진 국가과학기술연구회 융합연구본부장·이은경 전북대학교 과학학과 교수·임혜원 대한여성과학기술인회 부회장(이름 가나다 순)등이 패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으며, 출연연 감사를 비롯해 대학, 공공기관 담당자 등도 플로어로 다양한 의견을 개진했다.

◆ 연구자들 "기명 투서만 인정하고 법무팀 둬야"

패널 참석자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내용은 투서문화. 이들은 익명 투서의 폐해를 지적하며 건전한 투서문화 정착을 위한 방안 마련을 강조했다.    

김명준 대덕클럽 이사는 "연구를 시작할 때 나와 비슷한 연구자가 없는지 확인하게 된다. 동료를 관찰해야 하는 곳이 과학계다. 투서가 많을 수밖에 없는 환경"이라며 "어두운 측면이지만 과학기술 발전의 원동력이기도 하다. 그런 만큼 투서문화는 앞으로도 줄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400년 전 신문고를 이용하는 이가 많아 신문고를 두드릴 경우 곤장 10대를 맞아야 한다고 하니 그 횟수가 줄었단다. IBM은 전 세계 지사에 수신자가 회장인 의견봉투가 있지만 부서장에게 건의를 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건설적인 의견만 보내야 한다"며 "과거에도 글로벌 기업에도 기준은 있다. 익명의 투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다.  

임혜원 여성과기인회 부회장도 "사회가 복잡해지는 만큼 투서 문화는 끊이지 않을 것이다. 악의적, 부정적 투서를 미리 막을 방법은 없다"며 "무명이 아닌 기명의 투서 문화를 만들어야한다"고 덧붙였다.

투서의 순기능도 인정해야 한다며 플로어로 나선 공기업 한 관계자는 "공기업에서 투서는 실명이 아닌 무기명이다. 집단적으로 건전하게 건의해서 모든 투서에 대한 감사를 받는다"며 "투서가 허위라면 고발자는 엄하게 처벌을 받아야 한다"고 밝혔다. 

투서자와 피감사자의 인권은 법적으로 보호돼야 한다는 데 많은 이들이 동조했다. 

김덕수 감사는 "투서에 의해 감사를 받게 되면 피감사자는 조사를 받는 동안 갖은 수모를 받는다.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되며 심신상으로 큰 스트레스를 받지만 허위 투서로 밝혀져도 개인적으로 명예훼손으로 소송을 하는 방법 밖에는 별다른 보호 장치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정당한 사실을 고발한 내부 신고자에 대해서도 신분상 불이익 처벌을 받지 않도록 법적 제도가 강화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혜원 부회장도 "피감사자는 감사를 받는 자체만으로 트라우마가 될 수 있다"며 "연구자처럼 자아가 높은 이들은 더욱이 견디기 힘들어 한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스트레스 정도가 될 수 있도록 완충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신문 지문을 활용한 관보 게재를 신분 회복의 방법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공기업 관계자는 "투서를 했는데 투서가 허위로 밝혀졌거나 피감사자에게 문제가 없다고 밝혀졌을 때에는 공개적인 방법을 통해 피감사자의 명예를 회복시켜 줘야 한다"고 밝혔다.

연구소 내 법무팀 구성도 강력하게 주장했다.

송치성 기계연 박사는 "연구원 조직의 특성과 성향을 보면 나만 아니면 그만이라는 분위기가 혼재 돼 있다. 그러니 문제가 발생하면 대응 능력이 없다"며 "감사에 대응하기 위한 법무팀이 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송 박사는 연구자를 위한 권익 단체 구성도 덧붙였다. "투서·감사문화의 본질적인 문제를 보면 과학기술을 위한 권익 단체가 없다는 것"이라며 "연구원 개인으로는 전문성의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덕수 감사 역시 "문제가 발생하면 누구도 보호해 주지 못한다. 연구자 개인의 문제로 치부된다. 기관 차원에서 건전하게 보호받으려면 지원하는 법무팀이 필요하다"며 "연구회 차원에서 법무팀이 운영돼 법적 문제 해결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행정적 지원도 동반돼야 한다. 김덕수 감사는 "선진국에서는 연구지원 인력이 50~100%다. 우리는 26.6% 정도인데 이마저도 기술직과 기능직이 포함돼 있다. 순수한 행정직은 10.2%에 불과하다"며 "행정부에서 해야 할 연구비 관리 등을 연구자가 모두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다"고 꼬집었다.

◆ 감사 및 외부인 "연구자들도 원규집 읽는 등 감사 대응 노력 필요"

이날 토론자들과 참석한 팔로어들은 투서·감사 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사진=대덕넷>
이날 토론자들과 참석한 팔로어들은 투서·감사 문화 개선을 위한 다양한 방안들을 제시했다. <사진=대덕넷>
투서와 감사로 인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 원규집을 꼼꼼하게 읽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등 연구자들의 자세 변화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정명희 IBS 감사는 각 출연연이 원규집을 단순화하고 연구자들이 쉽게 읽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에 가니 막스 플랑크 연구소마다 어디에도 감사를 둔 곳이 없었다. 연구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양심법"이라고 말하며 "우리나라는 각 연구소마다 원규집이 다 있고 원규집만 잘 읽어도 연구 자율성을 보장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하지만 감사원 법이 상위법이라 그 룰에 맞추게 되고 법규가 일본식이다 보니 '등'자가 많다. 해석을 달리 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원규집도 해서는 안될 항목 등 알아보기 쉽게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도록 개정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공기업 한 관계자 역시 "내부 규칙을 안보고 연구를 한다는 것은 추후에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응 능력을 키울 수 없다"며 "내부 규정에 대한 이해부터 실행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출연연 한 감사실장은 연구와 행정의 분리를 반대했다. 그는 "주제 발표의 내용 중 행정과 연구 인력을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절하지 않다. 요즘 감사는 회계 감사에 집중하지 않는다"면서 "연구과제는 연구원만 알고 나머지는 몰라도 된다고 생각하면 안된다. 연구에 대해 일반인도 알정도로 설명해 감사를 이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구자들이 개인의 비용을 지출했더라도 연구자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곳에 간다면 감사의 대상이 될 수 있다"며 "연구자의 상당수는 연구자로서 지켜야 하는 수칙들을 모르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외적인 인식 변화를 위한 출연연의 대안 마련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은경 전북대 교수는 "연구자들에게 중요한 문제가 일반인들에게는 이슈가 되지 않을 수 있다. 일반인 입장에서는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가질 수 있다"며 "출연연 내 문화 변화와 제도개선도 중요하지만 대외적인 인식 변화를 위한 방안마련도 필요해 보인다"고 밝혔다.  

윤석진 본부장은 연구회 차원에서 마련 중인 대응 방안에 대해 설명했다. 그는 "연구회에서 지난해 감사원 간부들과 연구현장을 방문하고 표준연에서 법률팀 구성을 요청해 와서 종합적인 대책을 세우고 있다"며 "규정을 하지 말아야 할 사안 중심으로 개정하기 위해 검토중이다. 계획이 서면 정책 과제로 만들어 국회에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학계의 이기주의와 무관심을 허물어 건전한 연구개발 문화를 조성하기 위한 캠페인 등 다양한 대책을 만들어 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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