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 9일 알파고와의 첫 대국서 186수만에 불계패
함께 관전 나선 ETRI 연구진들 "알파고 기술 놀라워…의료·군사·금융 등 활용 멀지 않을 것"

"알파고(AlphaGo)의 바둑 수준이 놀랍습니다. 요소기술들을 활용해 군사, 의료 등의 분야에 얼마든지 활용가능할 것으로 예상합니다."(박중기 ETRI 책임연구원)

"알파고의 승리가 인공지능기술이 진일보한 것으로 보면 안됩니다. 예를 들어, 바둑을 잘 둔다고 운전을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손영성 ETRI 책임연구원)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꺾었다. 이세돌 9단은 9일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펼쳐진 알파고와의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1국에서 186수만에 불계패 했다.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첫 대국 장면.<유투브 중계 캡쳐=강민구 기자>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첫 대국 장면.<유투브 중계 캡쳐=강민구 기자>

◆ ETRI 연구진들 함께 모여 경기 관전…예상 보다 높은 수준에 놀라

9일 오후 1시 본원 세미나실에 모인 ETRI 연구진들은 함께 경기를 관전했다. 홀로그램, 차세대 이동통신, 로봇제어 등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대국을 지켜보며 서로 의견을 나눴다.

이들 상당수는 경기 시작전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했다. 16만 기보를 학습한 알파고가 강한 바둑을 둔다는 이유에서다.

대국이 시작되자 연구진들은 '다양한 기질 등이 있는 알파고가 어떻게 학습을 했는지 궁금하다', 타개 등과 같은 전략은 어떻게 펼쳐 나갈지 궁금하다' 등의 관심을 드러냈다. 

경기 초반은 탐색전이 계속됐다. 이세돌 9단은 창의적인 수를 던지면서 알파고에 맞섰다. 중반으로 이어지면서 알파고는 강약 조절, 승부사 기질 등을 발휘했다.

알파고가 '사석작전', '패싸움', '사활 추궁' 등 바둑계 묘수로 나서자 연구진들의 감탄사가 이어졌다. 기존 바둑 프로그램과 차원이 다르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특히, 중앙에서의 판세 전환 과정에서 알파고가 인간의 직감으로 둘 수 없는 곳에 착수하자 이러한 반응은 절정에 이르렀다. 경기 종반을 향해 가면서 이세돌 9단이 우위를 점해가자 안도하는 감정이 쏟아졌다.

하지만 안도의 한숨도 잠시, 이세돌 9단이 결국 패배하면서 분위기는 다시 반전됐다. 참석한 연구자들은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했지만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들은 "인공지능이 이렇게 발달하면 앞으로 연구진들은 무엇을 해야 할지 두려움이 앞선다"고 입을 모으기도 했다.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관전하기 위해 모인 연구진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관전하기 위해 모인 연구진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 알파고는 미래의 시금석…"향후 AI 기술 가치 커질 것"

연구진들은 승패여부가 중요하지 않다면서도 알파고의 기술적 진보가 놀랍다는 반응이다. 전문가들은 알파고가 미래 인공지능이 발전하기 위한 하나의 시금석(Milestone)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지능로봇제어를 연구하는 김중배 ETRI 박사는 "알파고는 강화학습, 딥뉴럴네트워크, 몬테카를로 트리서치 기술이 합쳐진 강력한 엔진을 사용하고 있다"면서 "한 번 착수할 때마다 집계산하는 기술, 냉철한 계산력, 엉성해 보였지만 중요했던 포석 등이 놀라웠다"고 강조했다.

김중배 박사는 "중반 이후로 가면서 경우의 수가 감소하기 때문에 알파고가 강해질 수 밖에 없다"면서 "알파고가 인간 처럼 인식하고 판단하는 것은 어렵지만 인간 수준의 지능은 확보한 것으로 본다. 앞으로 이 기술들을 기반으로 의사보다 더 진료를 잘하는 로봇 의사가 나오는 세상도 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손영성 박사는  "인간에게 냉철함, 다혈질, 푸근함 등이 있는 것처럼 바둑에도 기풍이 있다"면서 "알파고는 그러한 것들을 취합해 평균을 내고, 수마다 최적의 수를 고려하기 때문에 사람과 같이 감정을 조절하는 것과 같은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고 설명했다.

손 박사는 "네이처 논문에 게재된 알파고가 1900개 CPU가 연결된 반면 이번 대국에 참가한 알파고는 1200개 CPU가 연결되어 더 낮은 성능을 가졌다. 구글이 왜 더 낮은 엔진을 가지고 왔는지 궁금하다"고 의문을 표했다.  

손 박사는 "라이트형제가 비행기를 띄워 상업용 비행기의 초석을 다진 것 처럼 알파고는 새로운 시대를 향한 하나의 시금석(Milestone)을 제시했다"면서 "앞으로 페이스북 등 대기업들이 뛰어들면 기술 가치는 더 커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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