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과학의 힘⑳] 금강국제특허법률사무소, '직원·고객 모두 롱런'
화학·미생물·식품·해외출원 전문, 특허컨설팅 목표
유병선 대표 "무형지식 정당하게 도입하는 문화 필요"

충청권 여성 특허사무소 CEO 1호, 약사출신 변리사. 금강국제특허법률사무소(이하 금강특허사무소) 유병선 대표의 이력은 남다르다. 1999년 회사 설립 당시 여성이, 그리고 약사 경험을 가진 사람이 특허사무소를 내는 경우는 흔치 않았다.

고향인 대전에 돌아오고 싶었던 그는 대전에 취업할 곳이 마땅치 않자 "사무소를 차려볼까?"라는 생각을 갖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대전이라는 지방과 여성이란 타이틀은 약점이 아니라, 그를 돋보이게 하는 강점이었다. 약사 생활을 했던 이력도 유 대표에게 도움이 됐다.

약사를 그만두고 변리사가 된 이유를 묻자 유 대표는 "좀 더 변화의 폭이 넓고 노력한 만큼 발전해 갈 수 있는 분야에서 일하고 싶었다"며 "4년 동안 약사 생활을 했는데 약사 일을 실제로 해 본 변리사는 드물다"고 답했다.

대전에서 오래된 특허사무소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금강특허사무소는 유 대표의 전공인 의약과 화학 분야 특허를 중심으로 디자인, 상표, 식품 등까지 두루 다루고 있다. 상표는 서울에서 변리사로 근무할 때 우연한 기회에 본격적으로 업무를 배우게 됐는데, 유 대표는 지금도 이 분야에서 재미를 느낀단다.

유 대표는 우리나라 기업들이 지식재산에 강해지기 위해 필요한 조언으로 "자신의 지식재산에 대해 권리를 주장하는 것뿐만 아니라 '무형재산에 대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기업은 기술 도입 방법 배워야"

"지식재산에 대한 이해와 의식은 최근 10년 사이 아주 강해졌어요. 이제 더 교육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요. 우리는 자신의 것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은 높은데 남의 것을 존중하는 개념은 아직 부족합니다."

유 대표는 많은 사람들이 대가를 지불하고 지식을 얻는 것을 꺼리는 문화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람의 지식도 시간과 전문성이 투입된 가치를 지닌다는 것을 존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그는 이에 따라 '지식재산 교육'도 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유 대표는 "지금까지의 교육은 내 권리를 찾는 것이 주였으나 앞으로는 '기술을 발굴'하고 '도입하는 법'을 공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창업할 때도 자신의 기술에 국한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개발한 기술 중에 나에게 필요한 기술이 있는지 발굴하고 도입해 발전시킨다면 더욱 성공적일 수 있다. 의약과 화학은 현명함이 더욱 필요한 분야기도 하다.

그는 모든 기술을 개발할 필요도 없고 그것이 반드시 현명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어느 정도 개발된 기술을 제 값에 사서 다음 단계로 업그레이드 시키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이득이고 더 빨리 성공하는 길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 대표는 우리나라의 기술거래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 "보통 기술거래시 거저 주는 거래가 많고, 가치를 인정받아 제 값을 지불하고 거래하는 경우는 드물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기술거래에 대한 인식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유 대표는 실제 심판과 소송 사건에서 사전 가능성의 검토를 중요시 여긴다. 그는 "무작정 이기려 하지 않고 미리 가능성을 판단해 협의를 도출하는 등 전략을 잘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기업이 특허출원과 기술도입에 체계적으로 접근해야 한다는 그의 주장과 같은 맥락이다.

유 대표는 회사 브로셔에 있는 구성원들의 사진을 짚어가며 한 명씩 소개했다.
유 대표는 회사 브로셔에 있는 구성원들의 사진을 짚어가며 한 명씩 소개했다.

◆ 의약분야 수요 선진국에 비해 낮아…화학·미생물·식품이 주분야

금강특허사무소는 해외 출원 경험이 많다. PCT 출원(한 번의 출원으로 다수의 가입국에 직접 출원 효과를 내는 제도), 마드리드 출원(다수 국가에 상표를 출원한 효과를 낼 수 있는 제도), 인커밍 사건(외국인이 한국에 출원)을 비중 있게 다룬다. 유 대표에 따르면 의약과 바이오 분야는 고도로 전문적인 분야로 매 사건마다 공부할 것이 많다. 그는 "대전에는 제약회사가 많지 않아 화학, 미생물, 식품 분야를 주로 하고 있고 최근에는 고분자, 소재 사건을 많이 맡고 있다"고 회사를 소개했다.

서울에는 의약 분야로 특화된 특허사무소들이 여러 개 있지만, 지방은 그렇지 못하다. 선진국에 비해 국내 수요가 확실히 낮기 때문이다.

그는 "전자나 자동차는 하루에도 엄청나게 출원이 쏟아지고 한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기도 하지만, 의약은 외국의 인커밍 비율이 높고 상대적으로 국내 출원 비중이 낮다"고 설명했다. 의약분야는 기술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다국적 제약회사가 주요 특허를 대부분 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에서 이 분야만 전문적으로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 최근 일본 vs 한국 중소기업 소송 승소…국내 기업 인정받아 보람

금강특허사무소는 최근 두 건의 사건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두 건 다 일본과 겨뤄 국내 중소기업이 권리를 인정을 받게 됐다.

유 대표가 10년 이상 함께 일한 국내 고분자 전문 회사는 일본이 거의 100% 장악하고 있는 고가렌즈 소재 분야에 도전장을 냈다. 처음에는 가능성이 미미했지만 자체 개발한 특허로 무장하고 저가 공략 등의 전략을 내세워 시장을 파고 들었다. 이에 일본의 회사가 자신들의 특허를 내세워 공격을 했고 본격적인 소송에 들어갔다. 유 대표가 이 사건을 맡았고 결과는 성공이었다. 결론적으로 일본 회사는 이 기업의 특허와 보유 기술을 모두 인정하여 제값을 지불하고 이 기업의 지분 51%를 인수하는 M&A를 하였고, 분쟁은 모두 합의로 취하됐다. 유 대표는 "한국의 중소기업이 이렇게 특허와 기술을 인정받아 소송 중이던 동종 외국 기업에 제값을 받고 회사지분을 판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고 자부했다.

또 다른 케이스는 토너생산 회사의 사례다. 이 분야 역시 일본이 장악하고 있다. 국내 L기업은 한 일본 기업의 토너를 계속 사용하다 국내 이 기업과 거래를 시작했고 일본 기업이 특허를 내세워 공격을 시작했다. 일본 기업은 서울의 큰 로펌과 일본 특허사무소를 대동해 소송을 했고 국내 기업은 유병선 대표와 함께 준비를 했다. 결과는 국내 기업의 대승소로 일본 기업의 특허를 원천적으로 무효화 했다.

유 대표는 “대기업은 특허 소송 전담팀까지 있으나 중소기업은 비용과 시간, 기업 에너지가 소진돼 소송에서 지면 도산하기 십상인데 이 사건의 성공으로 큰 보람을 느꼈다”는 소감을 전했다.

금강국제특허법률사무소 구성원들. 대부분 10년 이상 유 대표와 함께했다.
금강국제특허법률사무소 구성원들. 대부분 10년 이상 유 대표와 함께했다.

◆ 직원, 고객과 행복한 관계가 우선…특허 컨설팅 분야가 목표

금강특허사무소의 주요 거래처는 대전이 40%를 차지한다. 나머지는 충남, 경기, 전북 등이다. 거래처의 분포를 넓혀갈 수 있었던 것은 기존 출원인들의 소개다. 유 대표는 "한 번 고객이 오래 가는 편"이라고 말했다.

그의 고객 대부분이 남성이라 처음에는 자신이 여성인 것이 불리하다고 생각했으나, 신뢰로 다져진 관계가 동성끼리의 친분보다 더 오래간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며 깨달았다. 유 대표는 "기업도 특허의 중요성을 알게 됐고 객관적인 업무 능력을 판단해 일을 맡기는 것이 옳다고 여기는 추세"라고 말했다.

유 대표가 겪는 어려움 중 하나는 적합한 인재 구하기다. 청년 실업난 속에서 CEO들은 하나 같이 인재부족을 안타까움으로 꼽는다. 금강특허사무소 역시 신규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특허 분야는 탐구 정신, 공부에 대한 열정, 글쓰기 능력 등을 갖춘 이공계 인력을 필요로 한다. 그는 "기술에 대한 설명을 적는 ‘명세서 작성’은 거의 100% 이공계 전공자가 하는 일이며 기계, 전자, 화학 분야 수요가 필요하다"고 절실함을 나타냈다.

현재 그의 사무실에는 명세사 이외에도 도면을 그리는 CAD전공자, 해외 출원 관련 외국어 소통 담당자 등의 직원이 있다. 유 대표는 회사 브로셔에 있는 구성원들의 사진을 짚어가며 한 명씩 소개했다. 대부분이 10년 이상 일한 직원들인데 오래 함께 일해 온 만큼 애정도 남다르다.

미래 목표로 유 대표는 “고객은 물론 직원과 행복한 관계의 회사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유 대표의 또 다른 목표는 ‘특허 컨설팅 분야’다. 그는 “기업이 분쟁가능성과 기술개발 전 사전조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이 낮은데 이 부분을 개선시켜 기술 개발 및 좋은 특허로의 권리화, 특허분쟁 위험을 사전에 낮추는 데 도움이 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사무소 내부의 모습. 사무소는 둔산동에 자리잡고 있다.
사무소 내부의 모습. 사무소는 둔산동에 자리잡고 있다.

※'지식재산-과학의 힘' 기획연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전시의 예산을 지원받은 '지식재산서비스 서비스 혁신역량 강화사업'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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