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12월 한달 동안에만 유도 미사일 테스트 등을 제외하고도, 전세계에서는 19기의 로켓이 인공위성이나 우주인을 싣고 발사되었다. 그 중에서 러시아에서 발사된 것이 총 8기이며, 이 중에 바이코누르 발사기지 Baikonur Cosmodrome 에서 발사된 것이 7기이다.

2016년 1월 30일, 같은 바이코누르 발사기지에서 올해 첫번째로 발사된 Proton로켓에는 필자가 참여하여 제작한 Eutelsat 9B 위성이 실려 성공적으로 발사되었다. 무엇이 이 발사기지를 이렇게 특별하게 만드는 것일까?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의 위치
바이코누르 우주기지의 위치
 
역사적인 이유로 인하여 현재에는 카자흐스탄의 영토 안에 위치하게 되었지만, 바이코누르 Baikonur (러시아어: Байконур) 는 카자흐스탄 서쪽 아랄해 인근에 위치한 러시아 우주기지의 이름이다. 1955년 2월 12일, 미국과의 냉전을 하던 소비에트 연방 시절, 스탈린이 서명을 한 기지건설 법에 의거하여 대륙간 탄도탄을 발사하기 위한 발사장으로 비밀리에 건설되어 처음에는 과학연구실험장 No. 5 (Scientific-Research Test Range No. 5 또는 NIIIP-5) 로 불렸으며, 대외적으로는 Baikonur 라고 알려졌었다.

바이코누르라는 이름은 발사기지에서 수백 km 떨어진 카자흐스탄의 Dzhezkazgan 인근에 위치한 광산촌 마을의 이름을 빌려온 것이고, 이를 통하여 항공에서 사진을 찍어 감시활동을 하던 미국의 스파이활동을 교란하고자 한 목적이 있다고 한다.

스탈린이 서명한 우주기지 건설 명령서
스탈린이 서명한 우주기지 건설 명령서
 
군인들과 인부들을 투입하여 발사장 건설을 시작하였지만, 초창기에는 아무것도 없는 허허벌판에 영하 30도와 영상 40도를 오가는 광활한 평원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땅굴을 파고 살았다고 한다.

NIIIP-5 Baikonur 발사장에서 가장 가까운 마을은 Syr Darya 강을 끼고 있는 Tyuratam 이었으나, 발사장 건설과 함께 발사장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이 살기 시작하면서 확장된 마을 이름을 Leninski라고 부르기 시작하였으며, 1966년 Leninsk시 라고 개명하였다가 1995년 소비에트 연방의 몰락과 같은 시기에 도시의 이름을 현재의 바이코누르 Baikonur 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 발사장에서 세계 최초로 운용된 대륙간 탄도탄 R-7 Semyorka를 처음 발사하였으며, 이후, 1957년 10월 4일에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 Sputnik-1를 성공적으로 발사하였다. 1959년 1월 2일 최초의 달 탐사선 Luna 1호의 발사를 거쳐서, 인류 최초의 우주인 유리 가가린 Yuri Gagarin이 1961년 4월 12일에 이곳에서 Vostok-1 우주선을 탔으며, 최초의 여성 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쉬코바Valentina Tereshkova 역시 1963년 6월 16일 이곳에서 Vostok-6 를 타고 우주로 날아갔다.

Yuri Gagarin 을 기리는 바이코누르 가가린 우주박물관 Gagarin Museum (앞에 보이는 집은 유리 가가린이 처음 비행을 하기 전에 마지막 밤을 묵었던 집이다)
Yuri Gagarin 을 기리는 바이코누르 가가린 우주박물관 Gagarin Museum (앞에 보이는 집은 유리 가가린이 처음 비행을 하기 전에 마지막 밤을 묵었던 집이다)
 

세계 첫번째 여성 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쉬코바 (Gagarin Museum 에서)
세계 첫번째 여성 우주인 발렌티나 테레쉬코바 (Gagarin Museum 에서)
이곳에서 발사를 시작한 소유즈 Soyuz 발사체는 Voshkod 로 불리우던 시절부터 현재까지 1000기가 넘게 발사되었으며, 미국의 ILS (International Launch Services) 를 통하여 인공위성 발사체로 상용화를 하고 있는 프로톤 Proton 로케트도 현재까지 400기 이상이 발사되었다.

이렇게 대륙간 탄도탄을 거쳐 우주개발을 위한 발사체까지 수천기가 넘는 소비에트 연방 및 러시아의 로켓들이 바이코누르 발사기지에서 발사되었으며, 현재에도 발사되고 있다.

가가린이 처음 Vostok 1 우주선을 타기 하루 전, 지구에서의 마지막 밤을 보냈던 작은 집은 현재까지 그 원형이 고스란히 보관되어 여행객들을 맞이하고 있으며, 그 바로 옆에 새로이 개장한 가가린 우주 박물관에서 소련의 우주개발 역사를 실감나게 들을 수 있었다.

초창기의 우주인들이 탑승하였던 일인승 우주선은 낙하산이 달려있지 않고, 지구 재 진입시에 속도를 늦출 수 있는 장비들이 장착되어 있지 않았기에, 이곳에 탑승한 우주인은 우주선이 땅에 도달하기 몇 초전, 지상에서 4 km 상공에서 해치를 열고 개별적으로 탈출하여 낙하산으로 내려와야 했다고 한다. 1965년 세계 최초로 우주에서 우주선 외부 유영에 나섰던 레오노프 Leonov 우주인은 25분간의 유영을 마치고 우주선 캡슐로 복귀하는 과정에서 그 당시의 우주복이 외부와의 압력차이로 부풀어올라 캡슐 입구를 통과할 수 없었기에 수십번의 시도를 한 뒤에야 간신히 들어올 수 있었다는데, 들어온 뒤에 심장박동이 190/분으로 뛰고, 6리터의 물을 들이켜야 하였다고 한다.

이러한 경험들이 쌓여 러시아의 우주개발이 진행되었을 것을 상상한다면, 한국의 우주개발이 가야할 길이 참 멀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유인 우주선 탑승 캡슐과 소련의 우주왕복선 부란 Buran 의 엔지니어링 모델이 전시되어 있다. (가가린 우주박물관)
유인 우주선 탑승 캡슐과 소련의 우주왕복선 부란 Buran 의 엔지니어링 모델이 전시되어 있다. (가가린 우주박물관)
 
소비에트 연방 시절, 실패한 역사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지만, 특별한 날짜가 눈에 띈다. 1960년 10월 24일에 R16 로켓을 발사하는 과정에서 로켓이 폭발하여 현장에서만 거의 100여명이 사망하였고, 3년 뒤 1963년 10월 24일에 또 다른 발사체의 실패로 인하여 9명이 죽는 참사가 발생하였다. 희생자들을 기리는 기념탑과 무덤이 바이코누르 시내 한 복판에 위치한 공원에 세워졌다. 그 이후로는 현재까지 러시아에서는 절대로 10월 24일에 로켓 발사를 하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인류의 우주개발의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현재에도 아주 활발한 우주개발을 위한 발사체들을 운용하고 있는 발사기지이지만, 이곳 바이코누르의 미래는 상당히 불투명한 상태이다.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된 이후, 발사장의 위치가 카자흐스탄의 영토 내부에 위치하게 되었기에, 현재까지는 러시아가 발사기지와 인근 도시 바이코누르를 카자흐스탄에서 임대하는 형태로 운영을 하고 있다.

그러나, 여러 연방국가들에게 상당히 많은 우주개발의 역할을 부어하였던 소비에트 연방에서 독립된 현재의 우크라이나, 카작스탄 등 주변국가들은 러시아와의 정치적인 마찰이 있을 수 있기에, 러시아는 연방해체 이후부터 현재까지 독자적인 우주개발을 위한 프로그램을 추진하여 왔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앙가라 Angara 발사체의 개발과 보스토츠니 Vostochny 우주 발사기지의 건설이다.

러시아는 이를 통하여, 주변국들에 의존하는 기존의 Proton 발사체를 중단하고, 바이코누르 Baikonur 발사기지의 임대를 끝내려 하고 있다. 다만, 현재 석유가격의 급락으로 인한 재정지원의 문제와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빚어진 수출입 금지조치, 서방국가들과의 관계개선 문제, 등 산적한 정치/경제적인 이슈들이 병행되어 상기의 계획이 언제 완성될 지는 미지수이다.

바이코누르 발사기지가 이러한 정치/경제적인 어려움을 극복하고 살아남을지, 카자흐스탄 소속의 새로운 국제적 발사기지로 거듭날 수 있을지, 아니면, 이전의 화려한 영광을 뒤로 하고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지 현재에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이 발사기지를 거쳐간 수많은 우주개발의 선배들과 이 기지에서 하늘로 날아간 수백명들의 우주인들, 이들이 우리 인류문명의 지평을 지구 밖으로 넓혀준 선구자들이다. 바이코누르 발사장을 거쳐간 이 모든 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다.

◆최경일 박사는

최경일 박사.
최경일 박사.

최경일 박사는 '최경일의 지금 유럽에선'의 타이틀로 유럽의 한인과학기술인들이 바라보는 현대사회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국과 유럽이 경험하고 있는 과학기술분야의 발전상과 함께, 유럽에 살고 있는 한인과학기술자들의 역할과 한-유럽간의 교류,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지구의 환경보호 및 인류의 동반성장에 관한 고민들을 함께 공유할 예정입니다.

최 박사는 전산, 정보통신 및 인공위성 시스템을 전공했으며, 현재 프랑스 위성통신회사인 유텔셋 Eutelsat 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재직 중입니다. 연구분야는 인공위성의 시스템 설계 감리이며, 번역서로 '인공위성 통신 시스템'을 출판했습니다. 전공활동과 병행해 유럽의 한인협회인 동반성장 연구회 I-DREAM 회원으로 지구촌 공동체들의 동반성장을 위한 해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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