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도쿄 국제 전시회 참관…국제 현장에서 본 우리 모습
국제 첨단 정밀과 먼거리…98년 위기 기시감

국내 정치는 혼미하고, 국가 공동체에 대한 부정이 일반화되고 있는게 우리의 현주소이다. 그런 가운데 홍콩과 도쿄의 전시회 취재차 두 곳을 둘러 보았다.

홍콩은 97년 이후 19년만의, 도쿄도 몇년만의 방문이다. 더군다나 국제 전시회는 2013년 독일 금형 전시회를 본 적은 있지만 아시아에서는 처음 보는 규모라 호기심과 궁금증을 갖고 보게됐다.

두 곳을 보고 느낀 결론은 98년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감이었다. 한국이란 나라의 존재를 찾아보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직전 일본서 연수하면서 논문 작성을 위해 동남아를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그때 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별로 눈에 띄지 않아 우리는 무엇을 먹고 사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됐고, 결국은 그것이 외환위기로 나타난 경험을 갖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홍콩과 도쿄의 두 전시회 및 사회를 보면서 그런 위기감이 다시금 느껴졌다면 과민한 것일까?

홍콩에 머물며 느낀 것은 홍콩의 국제화였다. 영국의 조차지로 1백년을 지내면서 영국 시스템을 상당부분 수용했고, 문화도 동서양을 융합했다. 코엑스는 비교도 안될 정도 크기의 홍콩 컨벤션 센터도 놀라웠고, 그 공간이 가득차 복도마저 부스가 마련되는 전시회가 개최된다. 각국에서 온 참가자와 바이어 등을 조직적으로 운영하는 모습 등에서 오늘날 홍콩의 빌딩숲이 간단히 조성되지 않은 것임을 알게 한다.

국제 금융계에서 오랜 동안 일한 한국인을 만나고 밤에도 불이 꺼지지 않는 빌딩들을 보면서는 세계 금융시장의 큰 손으로 작용하고 있는 저력을 느낄 수 있었다.

동서양의 교류 거점으로 활기를 발산하고 양쪽 문화를 절묘하게 조화하는 홍콩을 보며 과연 우리의 국제화 수준은 어느 정도이며 우리는 얼마나 외국인을, 외국 문화를 수용하고 있는 것인가를 자문하게 됐다.

일본 도쿄를 보면서는 홍콩과는 다른 절제하는 가운데 자신의 저력을 뿜어내는 일본의 힘을 체감했다.

빈틈없이 작은 부분도 정밀하게 맞춰져 있고, 다양한 디자인에 백년 이상 갈 정도로 튼실하게 지어진 빌딩 숲을 보며 우리와는 차원이 다름을 다시금 인지했다.

우리와 차이가 크다고 느끼게 만든 것은 도쿄 빅사이트에서 열린 전시회의 내용. 출품한 기업들의 기술 수준을 보면서 기술 격차가 아직도 상당함에 아팠다.

주된 전시물이 소재 및 부품.
기술 설명을 듣는데 이론과 다른 현장에서의 적응을 아주 세밀한 부분까지 통제가능하도록 만들고 이를 시스템으로 구현한 부분에 이르러서는 실력차를 절감하게도 만든다.

기술을 접하는, 일을 대하는 마음 가짐들이 정말 진심을 갖고 그 일을 해결하려는 것이 전달되면서 기본 자세가 다른 만큼 결과가 다를 수 밖에 없음을 느낀다.

가장 마음에 걸린 것은 미래 기술에 대한 대목이었다. 자동차 관련 전시회의 주역은 중소 전문기업들이었다. 우리나라나 대부분의 전시회가 메이저들이 전시장의 메인을 차지하고 마이너들은 구석에 몰리는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에는 메이저고 마이너고 구분이 없다.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주역이다. 특히 기술 아이템이 주목을 끈다.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에 큰 영향을 미치고, 산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분야는 자동차 산업이다.

미래 자동차가 전기차가 될 것임은 모터쇼 및 전자 전시회에서 이야기는 들어왔다. 그런데 기반 기술들은 어느 정도인지는 감이 없었다.

이번 전시회를 통해서 그 구체적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문기업들이 각기 자신들이 생각하는 미래 전기차의 모습을 유형의 모습으로 갖고 나왔다. 소재와 운영 등에 있어서 관련 기술들도 선보였다. 이를 보며 대강의 모습이 그려졌다. 전기차는 메이저 보다 마이너의 무대가 될 가능성이 있음을.

그런 가운데 아쉬운 것이 한국의 존재감이었다. 일본 기업이 다수인 것은 어쩔수 없다 쳐도 우리의 경쟁 상대이기도 하고, 우리가 한 수 아래라고 여기는 대만과 중국은 그래도 존재감을 드러내고 더 나아가서는 부스도 제법 볼만한데 한국 기업들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물론 이 전시회는 크지도 유명하지도 않으니 우리 기업들에게 알려지지도 않았고, 비용 대비 효과가 없으면 나갈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시회 참관자들 가운데 한국말이 심심찮게 들린 것을 보면 아주 가벼운 전시회는 아니기도 한 모양이다.

홍콩과 도쿄, 두 곳을 돌며 느낀 것은 위기감이다. 과연 우리는 얼마나 세계를 인식하며 살아가고 있는가? 정치인을 욕하지만 그들을 뽑은 우리는 우리가 세계와 유리되서는 살아갈 수 없는 존재임을 얼마나 명확히 인식하고 있는가? 또 행동도 하고 있는가?

기술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알고 있다고 하지만 격차에 대해서는 얼마나 인식하고 있는가? 우리 과학자는, 기술자는, 더 나아가서 개개인들은 새로운 기술 동향을 알기 위해 얼마나 신경 쓰고 있는가?

한국은 완성된 나라가 아니다. 아직도 건국 과정에 있는 나라이다. 국가가 시작된지 이제 3세대뿐이 안된 나라이다. 그러기에 시행착오도 많을 수 밖에 없고, 선진국에 비해 부족한 것도 많다. 그런 가운데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공동체에 대해 객관적으로 인식하고, 다음 세대를 위해,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위해 지금 해야할 일을 인식하고 실천하는 것이 아닐까?

국제화와 기술 고도화는 생존을 위한 필수이다. 더불어 공동체에 대한 자기 책임 인식도 선진국의 공통 부분이기도 하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국 사회가 위기에 직면하게 된다는 경고음이 우리 사회 내외에서 나오고 있다. 이번 전시회 취재는 국제 현장에서 그 위기감을 확인한 자리였다.

지금 우리가 해야할 것은 한국 사회에 대한 비난이 아닌 세계속에서 우리가 처한 상황에 대한 객관적 인식과 학습, 그에 기반한 공감대 형성을 통한 전략 마련이 아닌가 싶다.

발신하고, 공감하며 위기에 대응하고 미래를 개척해나가야 한다고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대덕의 과학자를 비롯해 이공계인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일본은 올해 '이공계 국가 일본'을 미래 교육 지표로 정하고 이전보다 한층 집중적으로 이공계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공계인들이 과거 주어진 목표를 달성하는 수동적 존재에서 이제는 목표를 설정하고 국가 미래를 이끌어야 하는 능동적 존재가 될 것이 요구되고 있다.

과학기술 50년을 맞이했다. 과학기술인들의 역할에 대한 질문이 달라지고, 기존과는 다른 '행동'이 요구되고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를 세우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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