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진 KAIST 교수 연구실의 남다른 연구실 운영방식 화제
학생선발 우선기준은 '체력'…문화활동·결혼 장려
"국가 사회 이끌 인재 양성 목표"

"교수로 18년 동안 재직하면서 학업 성적과 연구와의 상관관계는 찾지 못했습니다. 반면에 독서, 운동, 연애와는 상관관계가 있어 학생을 선발할 때 최우선적으로 고려하고 있습니다."

조병진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연구실의 운영방식이 남달라 학교 뿐만 아니라 연구현장에서도 화제가 되고 있다.

조 교수가 이끄는 연구실명은 NEED(Nano Electronics & Energy Device Lab). 나노전자와 에너지 장치를 개발한다는 문맥상 의미 외에 사회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개발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약 17여명의 석·박사 학생들이 CMOS 반도체 기술, 유연 반도체 소자, 열전 발전 소자 등의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한국그래핀연구회 창립자이면서 회장직을 역임했던 조 교수의 영향으로 그래핀 연구도 활성화 되고 있다. 최근에는 연구실이 우수공학연구센터(ERC)로 지정되면서 열전 소자 연구를 본격화하고 있다.

조 교수가 꼽은 'NEED'의 장점은 연구하기 적합한 환경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학생들이 출·퇴근을 신경쓰지 않고, 각자 스스로 연구하게 이끈다. 학생들이 아이디어를 냈을 때 마음껏 구현할 수 있는 환경도 구축돼 있다. 연구실 장비나 시설 등이 우수하고, 반도체 분야에서 노하우가 나날이 쌓이고 있다.

조병진 KAIST 교수와 연구실원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조병진 KAIST 교수와 연구실원들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 학업성적과 연구의 상관관계 없어…"운동·독후감·연애 유무가 중요"

얼핏 보기에는 여타 연구실과 다르지 않은 이 연구실의 선발 기준은 독특하다. 학업성적이나 연구계획서를 중시하지 않고 운동, 독서, 연애를 잘하는 학생을 선발한다는 것.

조 교수는 학생을 뽑을 때 성적을 보지 않는다. 성적과 연구에서의 상관관계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조 교수는 학생관찰 과정에서 운동을 좋아하거나 잘하는 학생들이 일반적으로 긍정적이고 뚝심이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에는 답이 없기 때문에 운동을 좋아하는 학생들은 항상 어려움을 돌파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반면, 체력이 부족하거나 운동을 싫어하는 학생들은 쉽게 포기하게 된다는 것이다. 

선발 과정에서는 독후감도 중요하게 고려된다. 독후감을 통해 학생들의 독해력, 독서량, 생각 등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글은 독서를 많이 할수록 좋은 글이 나올 수 있다. 독서량이 부족한 학생들은 주어진 일 자체는 잘하지만 자신 스스로 대규모 프로젝트를 기획하거나, 정보를 수집하는 역량이 부족하다. 

마지막으로는 연애 유무다. 연애를 잘하는 학생들은 상대방의 마음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배려심을 갖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조 교수는 "반도체 연구는 장비를 많이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혼자서 하기가 어렵다"면서 "소자 하나를 제작하는 과정에도 10가지 이상의 장비 사용이 필요하다. 여러 학생들의 도움을 받으면서 의사소통과 배려심이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 "교수는 연구자 이전에 교육자…사회 이끌 리더 양성 목표"

"교수는 연구자 이전에 교육자입니다. 사회에서 리더가 되는 학생들을 양성하는 것이 의미가 있습니다. 리더가 되는 학생들은 폭넓게 생각하는 학생들이며, 훈련을 통해 만들어 집니다."

조 교수는 항상 교수의 역할에 대해 고민한다. 그러면서도 교수는 연구자 이전에 교육자라는 결론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생각에 결정적 영향을 준 것은 공대생으로 각각 대학과 대학원에 재학중인 자제들의 역할이 컸다. 좋은 교수 밑에 있어야 학생들이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조 교수 스스로 그러한 교육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실험실원들에게 조교수는 독후감·감상문 작성과 결혼 등의 활동을 장려한다. 

조 교수 연구실의 석·박사생들은 매달 전공과 무관한 책이나 연극, 음악회 등 문화활동을 수행하고, 이에 대한 감상문이나 독후감을 제출해야 한다.  

매달 연구실 홈페이지에 취합된 독후감 중 가장 잘 작성된 3건의 독후감을 선정해서 '이달의 글' 시상식 을 개최하고 상금도 수여한다. 

조 교수는 "학생들 입장에서는 연구와 시험을 치느라 바빠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석박사 6,7년 동안 매달 독후감을 쓰게 되면서 처음에는 초보적 글쓰기 수준의 학생들이 세련된 글을 작성하는 사례를 자주 보게 된다"고 말했다. 

이렇게 취합된 글은 연구실원들이 자체적으로 연말 송년회에서 그 해에 '이달의 글'로 가장 많이 선정된 학생에게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한다. 공대 연구실 중에는 사실상 유일하다.  

학생들은 매달 독후감이나 감상문을 게시판에 올리고 있으며, 연말에는 시상도 하고 있다.<자료=강민구 기자>
학생들은 매달 독후감이나 감상문을 게시판에 올리고 있으며, 연말에는 시상도 하고 있다.<자료=강민구 기자>

학생들에게 조 교수는 결혼과 출산을 장려한다. 좋은 논문을 쓰는 것보다 빨리 결혼해서 아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인건비도 올려주면서 장려하기 때문에 박사과정 학생중 반 이상이 결혼에 성공했다.   

또한, 항상 감성을 풍부하게 갖고, 사람들에게 관심을 가질 것을 주문한다. 인류에 도움되는 연구를 하려면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아야 하고, 감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 한국 공학도에게 부족한 감성을 계속 키워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 교수는 "훌륭한 과학자가 되려면 연애소설, 역사소설을 많이 읽으라고 권한다"면서 "과학자가 과학만 중시하면 아무 연관 없는 연구에 빠지기 쉽다. 늘 사람에게 관심을 갖고, 이들에게 필요한 연구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학생들이 배려심이 부족할 때 야단을 많이 치는 편이다. 예를 들어 발표자료를 작성자 친화형으로 만들어 청중들이 불편하게 되면 난리가 난다.  

배려심이 몸에 습관화 될 수 있도록 주차장 안내서를 붙이는 활동도 시키고 있다. 무의식 중 건물 주변 아무 곳에나 주차하는 학생들이 있는데 잘못 주차되어 있는 차에 안내서를 붙이는 활동을 통해 배려심이 체화 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조 교수는 앞으로 학생들이 연구실에서 소중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KAIST 학생들은 가만히 놔둬도 연구를 잘하기 때문에 부족한 부분만을 신경씁니다. 교수의 역할은 학생들을 양성하는 것으로, 학생들이 이 연구실에서 보낸 20대의 소중한 시간을 큰 축복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보다 더 보람 있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교육용 랩 안의 옐로우 펩에서 실험에 열중하고 있는 한 학생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교육용 랩 안의 옐로우 펩에서 실험에 열중하고 있는 한 학생의 모습.<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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