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개념 레독스 흐름전지 개발…실리콘밸리서도 주목
기존 대용량 배터리 크기 대폭 감소시켜…전기차·발전소·신재생에너지 등 산업 전반 활용 가능

#사례1: 건물주 A씨는 건물 내부에 비상용 대용량 배터리를 설치하는 것을 포기했다. 고가인데다 상당한 면적을 차지하고, 또 행여 발생할 폭발 사고도 염려돼서다. 결국 A씨는 이 자리에 음식점과 사무실을 입점시키기로 결정했다.

#사례2: 신규 창업한 A 회사는 파티션 대신 스탠다드에너지사의 표준형 스택을 구입했다. 파티션처럼 부피를 차지하지 않으면서 전기코드를 꼽아서 비상용 배터리로 활용할 수 있다.

최근 ICT 기술의 발달에 따른 스마트폰, 스마트 워치, 전기차 등의 등장으로 전기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신속한 충전이 가능하면서 장기간 사용 가능한 대용량 배터리의 수요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차전지는 화학적 에너지를 전기적 에너지로 변환시켜 외부 회로에 전원을 공급하거나 방전되었을 경우, 외부의 전원을 공급받아 전기적 에너지를 화학적 에너지로 변환시켜 전기를 저장할 수 있는 전지를 의미한다. 

차세대 이차전지로 부각되는 레독스 흐름전지의 기존 패러다임을 바꾸면서 대용량 배터리 산업을 이끌어 가겠다고 당찬 도전장을 내민 스타트업이 있어 눈길을 끈다.

스텐다드에너지(대표 김부기)는 레독스 흐름전지를 활용한 셀과 소재를 개발하는 전문기업으로, 지난해 청년지식재산인상 슬기상을 수상한데 이어 올해 창조경제대상에서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상을 수상하면서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다.

스탠다드 에너지는 지난 8월 KAIST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페스티벌에서 모의크라우드펀딩 투자대회 1위를 차지했다.<사진=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스탠다드 에너지는 지난 8월 KAIST에서 열린 창조경제혁신페스티벌에서 모의크라우드펀딩 투자대회 1위를 차지했다.<사진=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

◆ 공학의 난제 해결…'실리콘 밸리 현지서도 주목'

"수학의 난제처럼 공학에서도 난제가 있습니다. 해외에서도 많이 상용화가 시도됐지만 10여년간 기술적 문제가 있는 상황에서, 사업화에 대해 실제로 몸으로 부딪혀 보고 싶어 창업하게 됐습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KAIST 출신의 소재, 기계설계, 시스템, 소프트웨어 각 분야 전문가와 마케팅 디자이너로 구성되어 있다.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된 것은 지난 2008년부터다. 당시 학생이었던 김부기 대표는 지도교수인 이대길 KAIST 교수의 도움을 받아 2013년 법인을 설립하게 됐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의 교수님과 학교 측의 적극적 지원은 창업과정에서 큰 힘이 됐다.

회사의 주요 구성원들은 대부분 김 대표의 지인이 중심이 되어 있다. 모두 5~10년 가까이 인연을 맺었으며, 눈빛만 봐도 서로가 원하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김부기 대표는 "실험실에서 함께 있었던 친구도 있고,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같이 다녔던 친구도 있다"면서 "한 친구는 저명한 외국계 기업을 다니다가 의기투합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직원 외에는 이 기업에 투자한 전문가 그룹이 상시로 이들과 교류하면서 지원하고 있다. 또한, 대전창조경제센터로 부터 부족한 비즈니스 네트워크에 대한 지원도 받고 있다. 

이 기업이 개발하는 레독스 흐름 전지는 차세대 이차전지의 하나로서 내부의 전해질에서의 이온 이동을 기본 원리로 하여 전자의 흐름을 형성하는 시스템이다. 주요 회사로는 일본 스미토모, 미국 이머지, 비즌, UET 등의 회사가 있다.

소용량 배터리가 규모 최소화에 집중하는 반면, 대용량 배터리는 전기의 안정적·효율적 저장과 관리가 중요하다.  

10여년간 이를 상용화하기 위한 많은 시도가 있었고, 일부 활용되고 있다. 그러나, 기존의 레독스 전지는 액체가 순환해야 하는 특성 때문에 전액이 새거나 고비용, 부피 과대, 무게 증가, 시스템 복잡성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어 왔다.

하나를 조립하는데만 많은 인력이 소모되며, 그 과정에서 불량률 발생, 복합한 조립과정 등이 있어야 했다. 따라서, 처음부터 생산단가를 줄이기 위해 배터리의 대형화가 주로 진행된다. 

그런 가운데, 스탠다드 에너지가 개발한 레독스 전지는 레독스 전지의 성격만 도입한 것으로 기존 전지와는 설계와 구조를 모두 바꿨다.

기존 전지가 용량을 늘리는데 집중했다면 스탠다드에너지는 소재개발과 액체 흐름 제어에 초점을 맞춰 효율 향상, 부피 감소 등을 통한 가격과 신뢰성 문제를 해결했다.    

스탠다드에너지가 개발한 배터리 크기는 작게는 절반으로, 많게는 10분의 1 수준으로 줄였으며, 디자인 변경도 용이하다. 

대용량 배터리의 예상 수요처는 포괄적이다. 주로 건물, 병원, 데이터센터의 백업전원이 될 수도 있고, 발전소,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활용될 수 있다.  스마트폰, 전기자동차 등 전기의존형 산업이 증가하고 있는 가운데 안정적 전력공급의 필요성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최근 개발하고 있는 테슬라 전기 자동차의 경우 1대를 충전하는데 약 60 KW급의 전력이 소요된다. 이는 무려 10개 가정에서 사용하는 전력 소모량이다. 100대라고 가정할 경우 6MW라는 대규모 전력 소비로 인해 블랙아웃 등 수급이 불안정해질 수 있다. 

또한,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대용량 배터리를 활용하면 여분의 전기를 활용해 필요시마다 사용할 수 있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소재 일부는 이미 시범 판매를 시작했으며, 대용량 배터리 생산은 내년 상반기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초기 생산물량을 구매할 소비자들과는 국·내외적으로 많은 문의와 협상이 진행된 상황이다.

최근 김 대표는 미국 동부, 서부에서 레독스 전지 대기업 관계자들을 만나 시제품에 대한 기술 검증까지 받았다.

김 대표는 "신생기업이다 보니 현지 기업들의 관심이 저조했지만, 시범 영상을 보고 큰 관심을 보였다"면서 "기술 부분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현지 관계자들을 만나 기술적 타당성과 방향성에 대해 인정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지 기업들은 비밀유지각서(NDA) 체결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논의를 요청해 왔는데 김 대표는 우선 진행을 보류했다. 애초에 원했던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기술의 방향성과 타당성을 입증 받는 것이기 때문에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추후 상황에 따라 상호 보완적 파트너십은 염두에 두고 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배터리기술 검증이 해결된 만큼 생산기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스탠다드 에너지를 이끌고 있는 김부기 대표.<사진=강민구 기자>
스탠다드 에너지를 이끌고 있는 김부기 대표.<사진=강민구 기자>

◆ 기존 공간 활용…"소비자들이 존재도 모르게 주변에서 활용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

김 대표는 그동안의 과정 중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으로 초기 설계도를 폐기했던 순간을 꼽았다. 

많은 시간을 들여 설계한 방안이 기존 시장에 비해 기술적으로 진보되었지만 장기적으로 타 기업과 경쟁하기에는 위협요소가 많다고 느꼈다. 당장의 사업화는 가능했지만 기존의 장점을 개선하는 수준에 불과했다. 1년 후의 생존도 걱정해야 하는 벤처 입장에서는 장기적 생존 가능성에 대한 기술적 확신이 없었다.

직원들은 좋은 직장을 포기하고 온 만틈 의미있는 창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과감하게 기술방향, 설계방식등을 다 버렸다. 새로운 문제정의를 위한 질문부터 다시 시작했다.

"왜 이래야만하는가? 이게 당연한 것인가? 이러한 과정이 반복되다 보니 점차 스탠다드 에너지만의 색깔이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스탠다드 에너지는 에너지시설(Plants)은 줄이고, 더 많은 자연 공간과 식물(Plants)을 살려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꾀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존 레독스전지의 패러다임 자체를 완전히 바꿔 플랫폼의 변화도 가능할 전망이다. 기존의 파티션과 같은 공간을 활용할 수 있어 별도의 공간확보 노력이 필요없다. 또한, 레고처럼 이것을 활용해 하나의 구조물을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아직까지는 주변에서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아이디어를 황당하게 듣는 사람도 있고, 건축 규제법을 따지는 사람도 있다.

김 대표는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고 현실화시키는 것이 벤처의 역할이라면서 앞으로 대량생산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고객에게 혜택을 주는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것을 다짐했다. 

"공학기술의 답은 소비자의 요구상황을 충족시키고, 인류에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소비자가 원하기 때문에 배터리를 작고 손쉽게 만들었습니다. 앞으로 이를 통해 자연공간을 살리고 사람들의 주변에서 항상 혜택을 받게 하고 싶습니다."

스탠다드에너지에서 개발한 표준형 스택.<사진=스탠다드 에너지 제공>
스탠다드에너지에서 개발한 표준형 스택.<사진=스탠다드 에너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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