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무처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이제 가을이 절정을 막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주변 어디를 보아도 나무들은 일년 내 준비해 숨겨두었던 가장 아름다운 옷을 꺼내 입고 한 해의 마지막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붉은 색, 노란 색, 그리고 갈색이 어우러지는 느티나무, 온통 노란 물을 뒤집어 쓰고 있는 은행나무, 진한 붉은 색으로 물든 복자기나무, 금빛으로 찬란히 빛나는 근육질의 서어나무, 붉은 색과 노란 색의 그라데이션 장식을 한 벚나무, 그리고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이름을 가진 단풍나무 등 참 많은 나무들이 각자의 색과 멋으로 이 가을에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지난 주말 단풍이 절정인 선운사에 갈 기회가 있었다. 고향 선산에서 시재가 있어 서울에 사는 형들과 누나의 가족들이 모두 함께 고향에서 가까운 선운사로 와서 1박을 하면서 가족 모임을 하기로 하였기 때문이었다. 내가 태어나 초등학교 3학년 초까지 살았던 곳은 선운사에서 가까운 고창군 흥덕면이라는 곳이다. 그런데도 선운사에는 동백꽃이 거의 지고 있는 시기에 딱 한 번 가 본 것이 고작이었다. 선운사는 이른 봄의 동백꽃과 초가을의 꽃무릇 그리고 늦가을 단풍이 곱기로 유명하여 사진을 찍는 사람들이 즐겨 찾는 곳이다. 그런데 불행히도 가는 날 아침부터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것도 제법 많은 비가 내렸다. 전국이 가뭄으로 걱정이었으니 반가운 비이긴 하지만 선운사의 단풍을 카메라에 담아보고 싶은 욕심이 있던 나로서는 반갑지 않은 비였다. 그래도 남쪽으로 내려가는 길가의 가을 풍경은 아름다웠다. 더욱이 간간이 비 갠 사이에 울긋불긋 물든 단풍 사이로 흰 구름이 피어 오르는 가을 산의 모습은 신비로웠다.

다음 날 아침 나는 7시가 조금 넘어 숙소에서 나와 카메라를 들고 산사로 향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고 있어 우산을 쓰고 가야 했기에 좋은 사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생각해 삼각대도 들고 가지 않았다. 조금 가다 보니 카메라를 든 사람들 일행이 보였다. 그들을 따라 조금 가다 보니 도솔천을 따라 그림같이 아름다운 단풍길이 나타났다. 이미 많은 사진 작가들이 삼각대를 펼치고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제껏 경치가 아름다운 명소라는 곳에 출사를 가 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처음 보는 진기한 풍경이었다. 나도 그들 틈에 끼어 사진을 찍기로 하였다. 부슬비가 내리고 있어 빛이 부족한 편이어서 삼각대 없이 좋은 사진을 찍기는 쉽지 않았지만, 삼각대를 쓰지 않으니 손쉽게 자리를 잡거나 이동할 수 있었고 또 아주 낮은 눈 높이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장점도 있었다. 카메라 뷰파인더로 보이는 단풍길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부드러운 아침 빛이 아쉬웠지만 비에 젖은 단풍은 더욱 선명한 가을빛으로 물들어있었다. 이 길 하나만 보아도 왜 사람들이 이곳으로 단풍구경을 오는 지 알 것 같았다. 일주문을 들어서서 산사로 가는 길 주변도 온통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들어 아름다웠다. 붉은 가을 빛을 품고 흐르는 도솔천도 선운사의 가을 운치를 한층 더해주었다. 정말 내가 가을의 절정에 서 있었다.

절정인 서운사의 가을 풍경에 빠져 있다 시계를 보니 그사이 시간이 많이 흘렀다.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서둘러 숙소로 돌아왔다. 선산으로 이동하여 시재를 드린 후 형들과 누나의 가족들은 서울로 떠나고 나는 다시 선운사로 향했다. 아침에 보았던 환상적인 가을 풍경을 아내와 외손녀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돌아와 다시 가 본 그곳의 모습은 이른 아침에 본 모습과는 많이 달랐다. 이른 아침에 낙엽으로만 가득 채워져 있어 환상적이던 길에는 그 사이 관광객들이 가득 채워져 있어 단풍 구경인지 사람 구경인지 구별이 되지 않았다. 그러니 사진을 찍을 생각은 아예 접어야 했다. 이른 아침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아쉬웠다. 다행히 우리가 선운사를 떠나려 할 즈음 비가 그치고 막 하늘이 개고 있었다. 엷어 진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수줍게 얼굴을 드러내고 그 아래로 멀리 가을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가을 동화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한동안 가을을 흠뻑 느끼고 돌아왔다.

이제 가을 나무들은 아름다운 가을 잎들을 떨구며 벌써 겨울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주말을 지나 비 갠 아침 출근길에 만난 가을 나무들은 아침 햇빛을 받으며 선명한 가을 빛으로 인사하고, 마지막 춤을 추는 금빛의 단풍잎은 인간의 그 어떤 그림이나 춤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가을이면 늘 느끼는 점이지만 나의 노년도 이 단풍나무처럼 아름다운 모습으로 물들어 주변에 작은 기쁨이라도 주는 삶이 되기를 소망한다. 그리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말없이 땅에 내려 앉는 단풍잎의 겸허함도 닮아가기를 원한다. 떠나가는 아쉬움을 함께 하듯 손에 손을 잡고 서로를 붙들고 있는 고운 단풍잎들이 애잔하게 느껴지는 11월의 아침이다.

11월에 꿈꾸는 사랑/ 이채

천 번을 접은
가슴 물소리 깊어도
바람소리 깃드는 밤이면
홀로 선 마음이 서글퍼라

청춘의 가을은 붉기만 하더니
중년의 가을은 낙엽 지는 소리
옛가을 이젯가을 다를 바 없고
사람 늙어감에 고금이 같거늘
나는 왜, 길도 없이
빈 들녘 바람처럼 서 있는가

모든 것이 그러하듯
영원한 내 소유가 어디 있을까
저 나무를 보라
가만가만 유전을 전해주는
저 낙엽을 보라

그러나
어느 한 순간도
어느 한사람도
살아감에 무의미한 것은 없으리
다만 더 낮아져야 함을 알 뿐이다

금빛 가을. 이제 가을이 절정을 막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주변 어디를 보아도 나무들은 일년 내 준비해 숨겨두었던 가장 아름다운 옷을 꺼내 입고 한 해의 마지막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이름을 가진 단풍나무도 금빛으로 물들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Pentax K-3, 18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200 s, ISO100
금빛 가을. 이제 가을이 절정을 막 지나고 있는 것 같다. 주변 어디를 보아도 나무들은 일년 내 준비해 숨겨두었던 가장 아름다운 옷을 꺼내 입고 한 해의 마지막 축제에 참여하고 있다. 가을에 가장 어울리는 이름을 가진 단풍나무도 금빛으로 물들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고 있다. Pentax K-3, 18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200 s, ISO100

 

 

늦가을을 위한 벤치 하나. 지난 주말 단풍이 절정인 선운사에 갈 기회가 있었다. 부슬비가 내리고 있어 부드러운 아침 빛이 아쉬웠지만 비에 젖은 단풍은 더욱 선명한 가을빛으로 물들어있었다. 이 길 하나만 보아도 왜 사람들이 이곳으로 단풍구경을 오는 지 알 것 같았다. Pentax K-3, 3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F/5.6, 1/30 s, ISO400
늦가을을 위한 벤치 하나. 지난 주말 단풍이 절정인 선운사에 갈 기회가 있었다. 부슬비가 내리고 있어 부드러운 아침 빛이 아쉬웠지만 비에 젖은 단풍은 더욱 선명한 가을빛으로 물들어있었다. 이 길 하나만 보아도 왜 사람들이 이곳으로 단풍구경을 오는 지 알 것 같았다. Pentax K-3, 3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F/5.6, 1/30 s, ISO400

 

 

가을 숲 속으로 난 꿈 길. 카메라 뷰파인더로 보이는 단풍길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김남희 시인은 이 사진에 “가을빛 소리 들리는 길”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 낙엽 떨어진 길 끄트머리/ 분명 보였던 그대/ 가을빛으로 부서진다 ….'Pentax K-3, 18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F/5.0, 1/25 s, ISO400
가을 숲 속으로 난 꿈 길. 카메라 뷰파인더로 보이는 단풍길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김남희 시인은 이 사진에 “가을빛 소리 들리는 길”이라는 제목의 시를 썼다. '…. 낙엽 떨어진 길 끄트머리/ 분명 보였던 그대/ 가을빛으로 부서진다 ….'Pentax K-3, 18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F/5.0, 1/25 s, ISO400

 

 

늦가을에 내리는 비. 일주문을 들어서서 산사로 가는 길 주변도 온통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들어 아름다웠다. 붉은 가을 빛을 품고 흐르는 도솔천도 선운사의 가을 운치를 한층 더해주었다. 정말 내가 가을의 절정에 서 있었다. Pentax K-3, 1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F/5.6, 1/15 s, ISO400
늦가을에 내리는 비. 일주문을 들어서서 산사로 가는 길 주변도 온통 붉고 노란 단풍으로 물들어 아름다웠다. 붉은 가을 빛을 품고 흐르는 도솔천도 선운사의 가을 운치를 한층 더해주었다. 정말 내가 가을의 절정에 서 있었다. Pentax K-3, 16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F/5.6, 1/15 s, ISO400

 

 

선운사의 가을 동화. 다행히 우리가 선운사를 떠나려 할 즈음 비가 그치고 막 하늘이 개고 있었다. 엷어 진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수줍게 얼굴을 드러내고 그 아래로 멀리 가을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가을 동화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한동안 가을을 흠뻑 느끼고 돌아왔다. Pentax K-3, 22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F/5.6, 1/2000 s, ISO200
선운사의 가을 동화. 다행히 우리가 선운사를 떠나려 할 즈음 비가 그치고 막 하늘이 개고 있었다. 엷어 진 구름 사이로 푸른 하늘이 수줍게 얼굴을 드러내고 그 아래로 멀리 가을 나무들이 줄지어 서 있는 가을 동화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벤치에 앉아 한동안 가을을 흠뻑 느끼고 돌아왔다. Pentax K-3, 22 mm with smc PENTAX-DA* 16-50mm F2.8 ED AL [IF] SDM, F/5.6, 1/2000 s, ISO200

 

 

마지막 춤. 이제 가을 나무들은 아름다운 가을 잎들을 떨구며 벌써 겨울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주말을 지나 비 갠 아침 출근길에 만난 가을 나무들은 아침 햇빛을 받으며 선명한 가을 빛으로 인사하고, 마지막 춤을 추는 금빛의 단풍잎은 인간의 그 어떤 그림이나 춤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Pentax K-3, 20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60 s, ISO100
마지막 춤. 이제 가을 나무들은 아름다운 가을 잎들을 떨구며 벌써 겨울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주말을 지나 비 갠 아침 출근길에 만난 가을 나무들은 아침 햇빛을 받으며 선명한 가을 빛으로 인사하고, 마지막 춤을 추는 금빛의 단풍잎은 인간의 그 어떤 그림이나 춤보다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Pentax K-3, 20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60 s, ISO100

 

 

손에 손 잡고. 떠나가는 아쉬움을 함께 하듯 손에 손을 잡고 서로를 붙들고 있는 고운 단풍잎들이 애잔하게 느껴지는 11월의 아침이다. Pentax K-3, 20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25 s, ISO100
손에 손 잡고. 떠나가는 아쉬움을 함께 하듯 손에 손을 잡고 서로를 붙들고 있는 고운 단풍잎들이 애잔하게 느껴지는 11월의 아침이다. Pentax K-3, 200 mm with Tamron SP AF 70-200mm F2.8 Di LD [IF] Macro, F/3.5, 1/125 s, ISO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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