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종우 : 과학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 운영, 진행

원종우 대표.<사진=과학과 사람들 제공>
원종우 대표.<사진=과학과 사람들 제공>
모든 '대중화'는 어렵다. 대중화라는 표현 자체에 함의되어 있듯이 일단 대중적이지 않은 뭔가를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좋아하고 향유하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음악 쟝르던 스포츠 종목이던 아니면 과학이던,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그 이유가 합리적이지는 않더라도 나름의 역사적 혹은 사회문화적인 배경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마냥 무시하거나 당위성을 통해 강요한다고 해서 사라지지는 않는다.

원래, 무관심한 것에 관심을 끌거나 싫은 것을 좋아하게 만드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다. 단적으로 연애를 생각해 보면 된다. 내가 아무리 객관적으로 괜찮은 사람이라도, 좋은 인성과 조건을 갖고 있더라도 그것으로 나를 누군가에게 들이밀어 좋아하도록 만들 수는 없는 일 아닌가. 내가 이렇게 훌륭한데 왜 나를 사랑하지 않느냐고 항변해 본들 아무 소용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사람에게 내가 매력적으로 느껴지게끔 만들어 유혹하는 수 밖에 없다. 그럴려면 먼저 상대에 대해 알아야 한다. 성격이나 상황, 관심사와 취향 등을 알고 또 이해하고, 그래서 상대의 마음이 동할 수 있는 방식으로 섬세하게 접근해야 한다. 만약 그게 싫다면 그 사람과 연애할 생각은 접는 게 낫다.

과학 대중화도 마찬가지다. 과학의 필요성, 중요성 같은 것은 오랫동안 다양한 방식으로 강조되었기 때문에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과학이 좋아지는 것은 아니다. 나아가 우리 국민들의 경우는 과학이 다소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있는 경우가 흔하다. 생각해 보면 초등학교때쯤 과학에 순수한 관심 한번 안 가진 아이들이 얼마나 있었을까? 하지만 중고등학교에 올라가면서 학업의 부담 때문에 본의 아니게 멀어지게 된다. 그 과정에서 '과학이 재미있는 줄 알았더니 실은 어렵고 골치아픈 것이었어.' 라는 느낌을 세대를 막론하고 공유한 것이 우리 사회다. 어려서 가졌던 이 과학에 대한 로망과 좌절은 가능성과 장벽의 양면으로 존재한다.

그래서 이런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게 과학을 다시 전달하려 한다면, 일단 그들의 마음부터 이해해야 한다. 전문가적 입장에서 한 걸음 떨어져 대중의 눈과 마음으로 과학을 보고 느끼지 않으면 어떤 과학의 모습을 어떻게 전달해야 할지에 대한 방향성을 잡을 수 없다. 그런 상태에서는 그간 대중화의 이름 하에 관성적으로 해 온 일들만을 반복하게 된다. 이래서야 언감생심, 사랑받기를 기대할 수는 없는 일이다.

원종우 대표의 강연 모습.<사진=과학과 사람들 제공>
원종우 대표의 강연 모습.<사진=과학과 사람들 제공>

전문가적 입장을 접어두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필자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활동하고 있지만 과거 영국의 대학에서 기타 연주를 전공했었다. 귀국 후 레슨을 하면서 초보자들을 접할 기회가 많았는데, 때로 아주 간단한 연주조차 하지 못하는 그들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런 답답한 마음이 들 때면 기타를 반대로 잡고 왼손으로 쳐 보곤 했다. 그러면 아무 코드도 잡을 수 없고 음도 제대로 낼 수 없게 되고, 바로 그 순간 기타를 처음 잡는게 어떤 것인지 기억하게 된다. 아, 그랬지. 저 학생들은 못하는 게 당연한 거지. 그렇다면 일단 흥미와 애정부터 갖도록 해야지.

그런 느낌을 간직한 상태로 레슨을 하면 배우는 학생들의 입장을 잊지 않게 된다. 그 결과 학생들의 실력을 향상시키고 나아가 연주인의 저변을 늘릴 수도 있고, 이런 접근들이 조직화되면 종국에는 음악산업이나 악기시장에도 바람직한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점차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렇듯 대중에게는 그에 맞는 접근이 필요한데, 이때 과학과 관련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떠올리는 것은 '쉬운 과학'이다. 하지만 무엇이 쉬운 과학일까? 이 주제에 깊은 생각 없이 접근하다보면 '쉽다 = 유아적이다' 라는 등식에 사로잡히기 쉽다. 어쩌면 어린이들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현재 과학관들의 모습도 그 등식의 산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난 2년 반 동안 과학 팟캐스트 <과학하고 앉아있네>를 운영해 온 경험에 따르면 성인 대중은 과학적 지식의 유무와 상관없이 유아적인 쉬움을 선호하지는 않는다. 삶의 연륜을 가진 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과학적 주제는 오히려 심오한 쪽이다. 따라서 다소 어려운 내용이더라도 친절하고 친근하게, 애정을 가질 수 있도록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상대성이론이나 양자역학 등 난해하기로 유명한 것들도 복잡한 수식이나 디테일 없이 핵심을 잘 전달하면 이 과학이론들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 그것들이 설명하는 우주가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를 느끼게 할 수 있다. 이렇듯 과학 대중화의 목적은 국민들을 과학 전문가로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과학의 정수를 이해하고 또 좋아하도록 하는 것이며 그게 바로 교양으로서의 과학이다.

이런 관점을 통해 과학 대중화, 과학 커뮤니케이션에 과학기술인들이 직접 참여한다면 큰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모든 과학기술인이 과학 대중화에 직접 나서야 하는 것은 아니고 그럴 수도 없다. 하지만 과학에 대한 대중의 애정이 깊어질수록 과학의 저변 확대와 과학기술 환경개선의 선순환으로 돌아온다는 점에서 과학기술인들의 지지와 성원이 필요하다는 사실 만큼은 확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섬세한 유혹이 필요하다는 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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