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각 언론매체 특집 시리즈 방영…韓 임피제 동의서 배포로 분위기 어수선
원로 과학자 "정부의 지원과 연구자의 자세 맞물릴때 노벨상 가까워질 것"

7일 같은 시각 한국과 일본의 과학계 모습. 한국 과학계는 임금피크제 강제 도입을 앞두고 생존권을 위한 사투를, 일본 과학계는 노벨상 수상으로 수상자 특집 시리즈 및 인터뷰를 쏟아내고 있다.<사진=공공노조 및 김지영 기자>
7일 같은 시각 한국과 일본의 과학계 모습. 한국 과학계는 임금피크제 강제 도입을 앞두고 생존권을 위한 사투를, 일본 과학계는 노벨상 수상으로 수상자 특집 시리즈 및 인터뷰를 쏟아내고 있다.<사진=공공노조 및 김지영 기자>

노벨상의 계절. 이웃 일본은 생리의학상에 이어 물리학상도 연달아 수상하면서 과학계는 물론 전 국민이 축배를 들고 있는 분위기다.

이에 비해 한국 과학계는 임금피크제 강제 도입을 앞두고 생존권을 위한 사투로 현장 연구자들은 연구에 집중하기는 커녕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며 자조적인 분위기다. 노벨상 '제로 국가' 한국의 현실을 그대로 반증하는 듯 말이다.

일본의 각종 매체에서 노벨상 수상자에 대한 특집 시리즈를 방영하고 조명하며 연구자들의 연구자세, 연구자의 삶에 대한 저서 등이 전세계적으로 조명받고 있다.

생리의학상의 오오무라 사토시와 함께 현재까지 2명의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그야말로 축제분위기. 연구원 시절의 은사 인터뷰에서부터 노벨상 수상자로 길러낸 어머니의 인터뷰, 출신 대학 후배들의 축하 인터뷰까지 수상자와 관련된 여러 보도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카지타 타카아키의 수상 소식에 그의 출신 지역인 사이타마현도 축제 분위기에 휩싸였다. 그는 사이타마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대학도 사이타마 대학의 이학부 물리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 무엇보다 사이타마 현에서 처음으로 배출된 노벨상 수상자 소식에 지역주민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 과학계는 정부가 제시한 임금피크제 1차 데드라인이 이달말로 임박해 오면서 정부출연기관의 전국공공역연구노동조합(이하 공공노조)과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이하 과기연전)은 임금인상률 삭감 등 정부의 압박카드에도 임금피크제 도입을 반대하며 사투를 벌이고 있다.

출연연연구발전협의회 총연합회(이하 연총)도 6일 일방적인 임금피크제 도입에 앞서 정년을 연장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성명서를 내고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설상가상,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서 임금피크제 도입동의서에 대해 충분한 설명없이 사인을 강요했다는 의혹이 불거지며 구성원과 공공노조원들이 원장실을 점거하는 등 불편한 일까지 벌어졌다.

공공노조 관계자에 의하면 생명연은 부서별로 임금피크제에 대해 설명하라는 지시와 함께 도입동의서를 전 구성원에게 7일 배포했다. 관계자는 "부서별로 설명을 했다는 확인도 안된 상태에서 소속, 이름을 다 적는 기명방식의 동의서를 제출하라는 것은 구성원의 자유의사를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하며 "임금피크제 자체에도 문제가 많은데 기관에서 구성원들에게 불이익이 될수 있는 기명투표를 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생명연과 공공노조 간부들이 원장의 접견실 앞에서 항의 농성 중이다. 동의서 제출을 중단한다고 발표하면 철수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이번달까지 도입하지 않으면 총인건비를 삭감한다는 방침이다. 다음달부터 연말까지 도입시 인상률 25%를 삭감하고, 연내 도입하지 않으면 인상률 50%를 삭감한다. 또 임금피크제 미도입시 기관장 경영평가에서도 감점을 감행한다고 예고했다.

그러나 정부가 한국원자력의학원, IBS, KAIST 등 4개 특성화 대학과 고등과학원의 교원과 의사 같은 전문 직종에 대해서는 ▲채용 연령이 높은 점 ▲기관 경쟁력 저하 ▲타 기관과의 형평성을 감안해 임금 피크제 대상에서 제외해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는 현장의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보통 출연연 연구자들도 박사후 연수과정을 거치면 30대 중반이나 후반부터 직장생활을 하는 등 채용연령이 높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경우 연구환경이 파괴돼 우수연구자들이 이탈해 연구성과의 질적 저하가 우려되는 등 기관경쟁력 저하될 수 있음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일련의 상황에 대해 원로 과학자는 "일본은 오랫동안 기초과학에 집중투자하며 연구자의 자율성을 최대한 보장해주는 문화였고 연구자는 연구자로서 사명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연구에 몰입해온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기초과학에 투자를 시작한 기간이 길지 않다. 지속적인 정부의 지원도 꼭 필요하지만 연구자도 인류에 기여한다는 사명감으로 연구에 매진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그는 "임금피크제 도입을 앞두고 연구 현장이 뒤숭숭한 것은 사실이다. 연구자들이 이런 문제로 고민하지 않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마련부터 우선돼야 한다"며 현재 상황을 안타까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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