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세상을 꿰뚫어 보는 통계물리학의 아름다움
저자 : 김범준, 출판 : 동아시아

◆ 메르스와 체질량지수와 B형 남자를 말하다

'세상물정의 물리학'의 1장은 한국 사회와 민주주의, 정의에 대한 물리학자의 '과학적인' 의견 제시가, 2장은 복잡한 세상의 사건들에 대한 재미있는 '통계적' 분석과 의미 발견이, 3장은 예술, 아름다움, 뇌, 체질량지수, 자연스러움에 대한 문학적 감성이 묻어나는 물리학자의 말들이 담겨있다.

'세상물정'과 동떨어져 연구실에만 갇혀있을 것 같은 물리학자가 보여주는 특이하다 못해 톡톡 튀는 관점과 방법, 글솜씨를 보면 풍성한 융합-통섭의 잔치에 초대된 느낌이 든다. 매 꼭지 글의 서론은 솔깃하고, 유머와 일침을 잊지 않는 결론에는 경쾌한 맛이 있다.

추천사를 쓴 정하웅 카이스트 석좌교수의 멘트처럼 '과학콘서트의 심화과정'이라는 표현이 썩 어울린다. 프로야구 구단이 원정경기를 다닐 때 발생하는 이동거리 격차를 최소화할 경기 일정 수립 방법은? '몬테카를로 방법'이라는 물리학 계산법을 이용해 에너지-이동거리가 낮은 상태를 찾아내면 된다.

혈액형과 성격의 상관관계(B형 남자 신드롬)는 또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결혼한 남녀 377쌍의 혈액형 특정 패턴과 심리검사자료 MBTI와 혈액형으로 분석해보면 그 실체를 파악할 수 있다.

◆ 세상을 바라보는 다른 눈

"사회학적 질문의 대상이 되는 인간과 물리학의 질문의 대상이 되는 인간은 서로 다르지 않다"(노명우)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학문간 만남과 자극, 그리고 수없이 주고받는 통찰 '세상물정의 물리학'은 '세상물정'의 깊은 속사정을 들여다보고 지혜롭게 이해하는 기회다.
 
"융합은 방법론의 나열이 아니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놓인 테이블 주변에 전문가들이 모인 형상에 가깝다. '세상물정'이 어찌 사회학자만의 관심분야 이겠는가. '세상물정'이라는 질문이 놓여 있는 테이블엔 물리학자도 앉을 수 있다. '세상물정'에 대해 공통적으로 던지는 질문의 귀중함에 주목한다면, 분과학문 사이의 경계를 따져 묻는 일은 부질없기만 하다." (노명우 추천사 중)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통섭(consilience 지식의 통합), 융합이라는 유행어가 학계와 사회를 뜨겁게 달군 지 10년지만 우리는 여태껏 그것을 물리학도 알고 사회학도 알고 철학과 문학까지 한 인물이 다 알아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했다. 융합은 방법론의 나열이 아니라,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놓인 테이블 주변에 전문가들이 모인 형상에 가깝다. 김범준과 노명우, 물리학자와 사회학자가 마주한 테이블처럼.

◆ 세상물정의 중심에 선 물리학자

'세상물정의 물리학'의 저자 김범준 성균관대 교수가 사용하는 복잡계 네트워크 과학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작동원리를 설명하는 매력 넘치는 학문이다.

정치인이라면 네트워크를 알아야 사람들의 투표 성향을 예측하고 판단할 수 있다. 메르스와 같은 전염병 네트워크의 속성을 알면 그걸 차단할 방법을 찾아낼 수 있다. 네트워크와 밀도의 관계성을 이해하면 명절의 교통체증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합리적인 행동도 알 수 있다. 리스트는 끝도 없이 늘릴 수 있다.

물론 복잡계 과학에서 말하는 '복잡한(complex)'의 의미는 일상에서의 그것과 다르다. 복잡성은 조직되어 있다는 것을 말하고(self-organization), 사람이나 뉴런 같은 개체가 상호작용하며 스스로 다양한 패턴을 엮어낸다는 것을 의미한다.

복잡계 과학은 그 패턴에 주목한다. 다시 말해 복잡계 과학은 한 현상의 복잡하게 얽힌 다양한 결을 하나씩 풀어서 알기 쉽게 이야기하는 '사회-물리학', '통계-물리학'의 형태로 불린다.

< 출판사 : 동아시아, 글 출처 : yes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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