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현장, 정부 일방적 방침에 임피제 반대 입장 고수
인건비 인상률 삭감 폭 커질 전망…마찰 불가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이 속한 기타공공기관에 대한 임금피크제(이하 임피제)의 '1차 데드라인'이 이번 달 말로 초읽기에 들어갔지만, 출연연의 반발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한국화학연구원 등이 속한 전국공공연구노동조합(이하 공공노조)과 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의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이하 과기연전)은 임금인상률 삭감 등 정부의 압박카드에도 불구하고 임피제 도입 반대 입장을 확고히 하고 있다.  

임피제를 도입하지 않을 경우 출연연의 인건비 인상률의 삭감 폭이 커질 전망이어서 임피제 도입을 두고 정부와 물리적 마찰도 우려되고 있다. 

4일 출연연 등에 따르면 연구원별로 임피제 관련 T/F팀을 구성해 설명회 등을 추진하고 있지만 직원들 간의 의견이 분분, 어떤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 출연연은 직원들의 도입 반대 의견이 강해 설명회조차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기획재정부가 밝힌 임피제 도입한 기관은 미래부 전체 공공기관 41개(부설포함 53개) 중 한국연구재단을 비롯해 한국과학창의재단, KCA(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NIPA(정보통신산업진흥원), KISA(한국인터넷진흥원), 우체국물류지원단, 우편사업진흥원, 우체국금융개발원, 별정우체국연금관리단, 우체국시설관리단, 국립대구과학관, 한국데이터베이스진흥원 등 12곳이다.

출연연이 포함된 기타공공기관은 32개(부설포함 40개) 중 4곳이 도입했다. 이 중 출연연은 아직까지 단 한 곳도 도입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정부는 임피제 도입 시기에 따라 총인건비 인상률을 차등 반영할 방침으로 이번 달까지 도입하면 인상률 전체를 인정한다. 그러나 다음 달부터 연말까지 도입 시엔 인상률을 25% 삭감하고, 연내에 도입하지 않으면 인상률 50%를 삭감한다. 또 임피제 미도입시 기관장 경영평가에서도 감점을 감행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럼에도 출연연 대부분의 내부 구성원들은 기관의 정년이 이미 61세로 타 공공기관처럼 정년 연장의 혜택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월급 삭감이라는 손해만 감수할 수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KAIST, 과학영재학교, IBS 등 교원, 의사 등 전문 직종이 임피제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형평성 문제도 제기하고 있다.

이에 25개 출연연 중 15곳(화학연·안전성평가연·기초지원연·핵융합연·KIST·생명연·항우연·재료연구소·전기연·기계연·표준연·식품연·건설기술연·KISTI·한의학연)이 속한 공공노조는 불이익을 감수해서라도 임피제 도입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생기연·에너지연·원자력연·지질자원연·천문연 등이 포함된 과기연전도 정년 연장을 보장하지 않는 임피제는 반대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공공노조 관계자는 "임피제 도입은 정부가 협상의 여지를 전혀 주지 않고 일방적으로 도입을 하라는 방침에 불과하다"며 "노조 소속 출연연은 이번 달까지 예고된 임피제 도입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과기원전 관계자도 "과학기술계 정년은 IMF에 65세에서 61세로 줄어 오히려 정년환원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정년 환원이 보장되지 않는 임피제에 대해서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반면 정부는 이번 달 말까지 기타공공기관의 임피제 도입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과반수 노조 유무 상황에 따라 협약 타결을 유도할 방침이다. 과반수 노조가 있는 경우에는 노조 동의를, 과반수 노조가 없는 경우에는 근로자 과반수 개별동의를 필요로 한다.

또 노사협의 전제로 조건부 이사회 의결은 원칙적으로 부가하며, 임피제 도입과 관련해 노사협의 시 어떠한 이면계약에 대해서는 인정하지 않을 방침이다.

과학계 한 관계자는 "일방적인 희생만 요구하는 임피제 도입을 원하는 직원들이 얼마나 되겠냐, 대부분이 반대하는 입장"이라며 "과학계 임피제 도입이 정부의 보여주기 성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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