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난사람]정원영 과천국립과학관 연구사…전시물 기획 해설 교육 전담
"과천과학관보며 연구사 꿈 키워, 스쳐지나갈 수 없는 전시 만들겠다"

"과천에 과학관이 처음 개관했을 때 여기서 일하고 싶다고 느꼈어요. 전시물을 보면서 '이렇게 꾸미면 좋겠다'라는 아이디어가 막 떠오르는데 정말 행복했거든요. 지금 이렇게 일할 수 있게 되어 신기하고 기뻐요. 스쳐지나가는 전시가 아니라 하나를 보더라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전시물을 만드는 연구사가 되고 싶어요."

국립과천과학관은 봄과 가을 소풍시즌이 가장 바쁘다. 호기심 가득한 두 눈에 하나라도 더 많은 이야기를 담기 위해 발걸음이 빨라지는 아이들의 역동적인 모습에서 과학관의 존재의 이유가 느껴진다.

관람객이 어떤 전시물에 흥미를 느끼는지 살피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 있다. 정원영 과천과학관 자연생명전시과 연구사다. 그는 자연생명전시관의 전시나 교육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전시물을 직접 해설하거나 교육을 담당하고 있다.

정 연구사는 2008년 과천과학관이 개관했을 당시 관람객으로 처음 이곳을 찾았다. 서울대에서 지구과학교육과에 이어 환경교육 분야를 전공하며 석·박사 학위를 받은 그에게 과천과학관 전시는 큰 관심사이자 연구대상이었다. 실제 직접 찾은 과학관은 생각보다 더 흥미로운 곳이었다. 관람 후 과학관은 운명처럼 그에게 다가왔다. 과학관에서 근무를 해야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과학교육에 관심이 많아 대학원에서 관련분야를 전공하고 있던 저에게 과천과학관은 또 다른 꿈을 꾸게 해준 곳이었어요. 전시물들을 보면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올랐고 여기서 일하고 싶다는 생각이 정말 많이 들었죠. 같은 전공친구들은 졸업  후 대부분 교사를 선택했지만 저는 과학관에서 일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러나 연구사가 되는 길은 쉽지만은 않았다. 단 번에 연구사가 됐으면 좋았겠지만 지름길은 없었다. 연구사를 매년 채용하는 것이 아니다보니 좀처럼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막연한 꿈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잠시 근무했던 직장에 출퇴근하면서 마주치는 과학관을 보며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그는 과천과학관의 연구사로 지원해 합격했다. 간절했던 꿈을 이룬 것.

"애착가는 전시물? 해설 시나리오 작업 SOS"

"연구사들은 '제일 애착 가는 전시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아요. 제가 오자마자 '생동하는 지구(SOS, Science On a Sphere)'의 해설과 시나리오 작업을 해서인지 애착이 많이 가요. 매일은 어렵지만 가끔 직접 해설하면서 관람객의 반응을 살피고 시나리오 작업에 참고를 하고 있습니다."

정원영 연구사가 처음 과천과학관에서 담당한 업무는 지난 11월 재정비를 마무리한 자연생명전시관의 '인류의 진화'코너 오픈이다. 이와 동시에 SOS의 해설과 시나리오 작업을 담당했다.

SOS는 둥그런 지구형태의 스크린에 영상을 비춰 지구환경변화관측을 3D동영상으로 생생하게 살펴볼 수 있다. 지구의 과거 모습에서 현재와 미래모습, 한반도의 육상 및 해양생태계 등 다양한 영상을 관람할 수 있다.

SOS의 첫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직원들과 관람객 앞에서 해설했던 때가 아직도 생생하다. 그는 "어떻게 하면 전시물을 관람객에게 제대로 전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던 때"라고 회상했다.

SOS는 과천과학관 뿐만 아니라 국립대구과학관,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등도 보유·운영하고 있어 사실 새로운 프로그램은 아니다. 그러다보니 보유한 영상을 어떻게 구성하고 설명하느냐에 전시의 퀼리티가 결정된다. 정 연구사가 직접 해설하는 시간을 통해 관람객 반응을 살피고 시나리오 작업을 하는 이유다.

선배들이 기획한 전시물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데 힘써온 그가 최근 새로운 전시를 기획하고 오픈했다. 정 연구사가 처음 제안하고 진행된 '자연의 보호색과 위장'주제 전시다. 과학관 내 많은 사람들이 도와주었지만 아이디어는 오롯이 그의 머릿속에서 나왔다. 10월 오픈 예정인 이 전시는 카멜레온이나 문어 등이 왜 이런 보호색을 띄게 되었는지를 살펴볼 수 있는 내용으로 마련된다.

그는 이번 전시를 통해 관람객과의 소통에 앞서 단순한 전시가 아니라  주제를 발굴해 이야기가 있는 해설을 하고 싶다. 생물이 왜 이런 보호색을 띄게 되었는지 지금 우리 삶에 어떻게 연관이 있는 지 등을 반영하고자한다.

◆ "해설방법에 따라 다르게 보이는 전시…또 오고 싶은 과학관 만들고 싶어"

"예전에는 자연사박물에만 관심을 뒀다면 지금은 과학관 자체에 관심이 많아요. 그러다보니 해외에 나가면 꼭 박물관에 갑니다. 뭐라 설명하기 어렵지만 장인정신과 예술적 감각, 철학이 느껴지는 전시물에서 감동을 받아요. 단순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전시 안에 들어와 있다는 것을 느끼는 전시관을 만드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정원영 연구사는 '스쳐지나갈 수 없는 전시물을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는 전시물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감동과 메시지를 전달받을 수 있는 전시물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그는 '일본 우에노국립박물관'을 예로 들었다.

"온갖 동물과 식물표본을 전시해 놓은 생물종 코너 한 가운데 거울이 놓여있었어요. 거울에 비치는 우리 모습에서 인간도 하나의 생물이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함이었죠, 마네킹을 가져다놓을 수도 있지만 거울을 가져다놓음으로써 우리가 전시를 보는 것이 아니라 내가 전시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굉장히 기억에 남아요."

새로운 전시를 만들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 연구사는 "주어진 전시물을 활용해 이야기가 있는, 관람객이 상상할 수 있는 코너를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전시물을 늘리는 게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를 알려주는데 주력하고 싶다는 것.
 
그는 "자연사관은 크게 보면 화석이 주로 전시돼 있는데 이 화석을 왜 봐야하는지, 화석을 통해 무엇을 알 수 있는지 그런 내용들을 전달하는 것이 부족한 것 같아 보완을 하고 싶다"면서 "우리가 알고 있는 공룡은 사실 과학자들이 화석을 보고 유추한 모습들로 어떤 색을 가지고 있었는지 등은 답이 없다. 과학자들이 왜 이런 모습을 유추하게 됐는지 과정을 전달할 수 있는 전시를 기획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같은 전시물이라도 해설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리 보게 하는 힘을 갖고 있다"며 "또 오고 싶은 과학관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 말에 귀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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