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사진: 박용기/ UST 교무처장,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전문연구원

나름 이른 아침이라고 생각하고 숙소를 나섰으나 해는 벌써 바다 위로 한 뼘은 올라와 있었다. 일출장면을 찍으려는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거제도의 토박이 페이스북 친구가 바다 풍경이 좋다고 알려준 서이말등대라는 곳으로 가기로 하였다.

거제도의 동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서이말'은 땅끝의 모양이 마치 쥐의 귀를 닮았다고 하여 '쥐귀끝'이라고 불리던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와현해변과 구조라항이 내려다보이고 내도와 외도, 그리고 멀리 해금강까지 볼 수 있는 서이말전망대에 들러 잠시 바다 풍경을 감상한 뒤 서이말등대로 가는 길로 접어들었다.

등대까지는 한 쪽으로 바다를 면한 숲 사이로 차 한 대만 갈 수 있는 좁은 길이 나 있고 그 길을 따라 3.8 km를 가야 했다. 그곳은 군사 지역이어서 철망이 한 쪽 길을 따라 쳐있어 무언가 긴장되는 분위기가 느껴졌지만 나무들 사이로 열린 아침바다는 아름다웠다.

내도와 외도가 바로 코앞에 보이고 그 너머로 해금강이 보이는 아침 바다 풍경을 잠시 감상하며 카메라로 스케치 하듯 담아 보았다. 그러나 정작 나의 시선을 끄는 것은 풀숲에 피어 있는 작은 들꽃들이었다.

거제도의 동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서이말' 등대 부근. 내도(오른쪽의 가까운 섬)와 외도(중앙의 가까운 섬)가 바로 코앞에 보이고 그 너머로 해금강이 보이는 아침 바다 풍경을 잠시 감상하며 카메라로 스케치 하듯 담아 보았다. Sony ILCE-6000, 18 mm with E 16-70mm F4 ZA OSS, 1/250 s, F/7.1, ISO100
거제도의 동남쪽 끝자락에 위치한 '서이말' 등대 부근. 내도(오른쪽의 가까운 섬)와 외도(중앙의 가까운 섬)가 바로 코앞에 보이고 그 너머로 해금강이 보이는 아침 바다 풍경을 잠시 감상하며 카메라로 스케치 하듯 담아 보았다. Sony ILCE-6000, 18 mm with E 16-70mm F4 ZA OSS, 1/250 s, F/7.1, ISO100
 
아침 바다를 배경으로 불그스레한 작은 꽃을 피우고 있는 며느리밑씻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줄기에 가시가 촘촘히 돋아 있어 억샌 줄기를 가진 이 귀여운 꽃은 요즈음 서광이아재비라는 순화된 이름을 새로 얻었다.

일제 강점기 시절에 일본 꽃 이름인 '의붓자식의밑씻개'에서 유래하여 고부 갈등의 상징처럼 불리었던 이 꽃이 이제서야 누명을 벋게 되었으니 문화적 독립은 정치적인 독립보다 훨씬 어렵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서광이아재비_아침 바다를 배경으로 불그스레한 작은 꽃을 피우고 있는 며느리밑씻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줄기에 가시가 촘촘히 돋아 있어 억샌 줄기를 가진 이 귀여운 꽃은 요즈음 서광이아재비라는 순화된 이름을 새로 얻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7.1, 1/400 s, ISO100
서광이아재비_아침 바다를 배경으로 불그스레한 작은 꽃을 피우고 있는 며느리밑씻개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줄기에 가시가 촘촘히 돋아 있어 억샌 줄기를 가진 이 귀여운 꽃은 요즈음 서광이아재비라는 순화된 이름을 새로 얻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7.1, 1/400 s, ISO100

몸을 낮추어 서광이아재비꽃을 카메라에 담고 풀 사이를 살펴보니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려는 이질풀이 보였다. 그리고 그 옆을 보니 마치 아침 기도를 드리는 모습의 골등골나물도 딸기 셔벳처럼 불그스레한 아침 하늘빛을 배경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이질풀_풀 사이를 살펴보니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려는 이질풀이 보였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50 s, ISO100
이질풀_풀 사이를 살펴보니 이제 막 잠에서 깨어나려는 이질풀이 보였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50 s, ISO100

골등골나물_마치 아침 기도를 드리는 모습의 골등골나물도 딸기 셔벳처럼 불그스레한 아침 하늘빛을 배경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160 s, ISO100
골등골나물_마치 아침 기도를 드리는 모습의 골등골나물도 딸기 셔벳처럼 불그스레한 아침 하늘빛을 배경으로 피어나고 있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160 s, ISO100

또 도깨비바늘꽃도 비록 나중에는 도깨비바늘이 될지언정 앙증맞은 노란 작은 꽃잎을 달고 아직은 나도 꽃이라고 말하듯이 청초한 모습으로 피어 있었다. 이 작은 풀꽃들을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이에서 카메라에 담다 보니 작은 풀꽃들이 마치 말을 걸어 오는 것 같았다. 그들처럼 자연에 순응하고 단순하게 사는 삶이 아름다운 삶이라고 말 하는 듯 하였다.

도깨비바늘꽃_비록 나중에는 도깨비바늘이 될지언정 앙증맞은 노란 작은 꽃잎을 달고 아직은 나도 꽃이라고 말하듯이 청초한 모습으로 도깨비바늘꽃이 피어 있었다. 이 작은 풀꽃들을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이에서 카메라에 담다 보니 작은 풀꽃들이 마치 말을 걸어 오는 것 같았다. 그들처럼 자연에 순응하고 단순하게 사는 삶이 아름다운 삶이라고 말하는 듯 하였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160 s, ISO100
도깨비바늘꽃_비록 나중에는 도깨비바늘이 될지언정 앙증맞은 노란 작은 꽃잎을 달고 아직은 나도 꽃이라고 말하듯이 청초한 모습으로 도깨비바늘꽃이 피어 있었다. 이 작은 풀꽃들을 숨소리가 들릴 만큼 가까이에서 카메라에 담다 보니 작은 풀꽃들이 마치 말을 걸어 오는 것 같았다. 그들처럼 자연에 순응하고 단순하게 사는 삶이 아름다운 삶이라고 말하는 듯 하였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160 s, ISO100

그곳에는 천주교 순례지라는 안내문이 서 있었다. 안내문에는 병인박해가 한창이던 1868년경 윤사우라는 사람의 가족이 박해를 피해 대마도로 피신할 목적으로 대마도에서 가까운 거제도에 들어와 정착하게 되었다고 적혀있었다. 그리고 그 곳에서 해안을 따라 공곶이라는 곳까지 이어지는 길은 천주교순례길로 되어 있었다. 시간이 없어 그 길을 걸어가 보지는 못했지만 목숨을 걸고 믿음을 지킨 선조들을 생각하니 숙연해졌다.

등대를 떠나 천천히 이동하면서 보니 길 가에 흰색의 물봉선이 작은 군락을 이루고 피어 있는 것이 보였다. 가까이 가서 관찰해보니 이제까지 보던 물봉선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전체적으로는 흰색을 띠면서 옆면에는 노란 점이 보이고 앞에서 보면 마치 입술같이 넓은 꽃잎 아래쪽에 보라빛의 줄무늬가 새겨져 있었다.

아직 이슬이 맺힌 물봉선의 청초한 자태에 매혹되어 사진을 찍다 보니 이른 아침빛이 서서히 가셔가고 숲길에도 밝은 아침빛이 들기 시작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물봉선은 거제도에 서식하는 처진물봉선 혹은 거제물봉선이었다.

처진물봉선_아직 이슬이 맺힌 물봉선의 청초한 자태에 매혹되어 사진을 찍다 보니 이른 아침빛이 서서히 가셔가고 숲길에도 밝은 아침빛이 들기 시작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물봉선은 거제도에 서식하는 처진물봉선 혹은 거제물봉선이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5.6, 1/50 s, ISO100
처진물봉선_아직 이슬이 맺힌 물봉선의 청초한 자태에 매혹되어 사진을 찍다 보니 이른 아침빛이 서서히 가셔가고 숲길에도 밝은 아침빛이 들기 시작하였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물봉선은 거제도에 서식하는 처진물봉선 혹은 거제물봉선이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5.6, 1/50 s, ISO100

숲길 가에는 아직도 흰 으아리꽃이 가득 피어있고 마지막 꽃들을 매달고 있는 누리장나무, 노란 짚신나물과 붉고 작은 꽃봉오리를 달고 길게 서 있는 이삭여뀌도 보였다. 꾸밈 없이 순수하고 아름다운 이 꽃들의 생명력 넘치는 모습을 그대로 사진으로 옮기는 일은 불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으아리_숲길 가에는 아직도 흰 으아리꽃이 가득 피어있고 마지막 꽃들을 매달고 있는 누리장나무, 노란 짚신나물 등이 피어있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250 s, ISO100
으아리_숲길 가에는 아직도 흰 으아리꽃이 가득 피어있고 마지막 꽃들을 매달고 있는 누리장나무, 노란 짚신나물 등이 피어있었다.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3.5, 1/250 s, ISO100

이삭여뀌_길 가에는 붉고 작은 꽃봉오리를 달고 길게 서 있는 이삭여뀌도 보였다. 초가을 아침 햇살이 숲길을 환히 비치기 시작할 즈음 나는 아쉬움을 남긴 채 그곳을 떠났다. 지난 여름이 그렇게 그곳을 떠나고 있는 것처럼….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5.6, 1/125 s, ISO200
이삭여뀌_길 가에는 붉고 작은 꽃봉오리를 달고 길게 서 있는 이삭여뀌도 보였다. 초가을 아침 햇살이 숲길을 환히 비치기 시작할 즈음 나는 아쉬움을 남긴 채 그곳을 떠났다. 지난 여름이 그렇게 그곳을 떠나고 있는 것처럼…. Pentax K-3, smc PENTAX-D FA MACRO 100mm F2.8 WR, F/5.6, 1/125 s, ISO200

미국의 원로 사진작가이며 다큐멘터리 영화제작자인 로버트 프랭크는 "눈은 바라보기 전에 들을 수 있도록 배워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정말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는 어쩌면 먼저 이들이 들려주는 작은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가을 아침 햇살이 숲길을 환히 비치기 시작할 즈음 나는 아쉬움을 남긴 채 그곳을 떠났다. 지난 여름이 그렇게 그곳을 떠나고 있는 것처럼….

9월의 기도/박화목

가을 하늘은 크낙한 수정 함지박
가을 파란 햇살이 은혜처럼 쏟아지네

저 맑은 빗줄기 속에 하마 그리운
님의 형상을 찾을 때, 그러할 때
너도밤나무 숲 스쳐오는 바람소린 양
문득 들려오는 그윽한 음성
너는 나를 찾으라!

우연한 들판은 정녕 황금물결
훠어이 훠어이 새떼를 쫓는
초동의 목소리 차라리 한가로워
감사하는 마음 저마다 뿌듯하여
저녁놀 바라보면 어느 교회당의 저녁종소리
네 이웃을 사랑했느냐?

이제 소슬한 가을밤은 깊어
섬돌 아래 귀뚜라미도 한밤내 울어예리
내일 새벽에는 찬서리 내리려는 듯
내 마음 터전에도 소리 없이 낙엽 질텐데
이 가을에는 이 가을에는
진실로 기도하게 하소서

가까이 있듯 멀리
멀리 있듯 가까이 있는
아픔의 형제를 위해 또 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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