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점검-2]과학계 "科技 정보는 미래 세대위한 시야"

"90년대까지는 오프라인 학술지의 복사 서비스 및 활용도가 높았다. 하지만 지금은 전자저널이용도가 높다. 5년 지난 자료는 거의 안본다. 절대 버리지 않는다는 것은 도서관에 통용이 안된다. 미래 지향적으로 가야한다."(해외학술지 폐기 결정한 KISTI위원회 관계자)

"과학기술 자료는 과학자들이 낸 성과이지만 출판된 순간부터 과학자만의 연구성과를 넘어 정책, 교육, 문화 등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 국민들을 위한 공동의 것이다. 또 우리의 자산이면서 인류를 위한 중요한 자료다. 한 기관 차원에서 임의로 결정해 버려서는 안되는 중요한 유산이다."(KISTI 학술지 폐기 반대 연구원)

50년간 축적된 과학기술 분야 일부 해외간행물이 활용도가 낮다는 이유로 폐기처리되는 상황에 대한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달로 모든 자료와 문서가 디지털화 되고 있다. 학술지만은 오프라인으로 봐야한다는 인식도 점차 전자간행물을 선호하는 방향으로 흐르는 추세다. 연구개발 성과 자료도 오프라인 학술지보다 디지털 자료가 더 많이 활용되면서 각 대학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 과학기술계에서는 오프라인 학술지 구입을 대폭 줄이고 있다.

국가 과학기술 정보 인프라 구축과 운영을 맡고 있는 KISTI(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역시 첨단기술 중심의 '디지털 라이브러리'를 지향점으로 삼으면서 이용도가 낮은 해외 간행물을 대대적으로 폐기해 효율경영을 추진하는 결정을 내렸다.

KISTI 경영진 한 관계자는 학술지 폐기 결정에 대해 "전임 원장부터 관련 위원회 등을 통해 일부 해외 학술지 폐기 결정을 내린 것"이라며 "앞으로도 이용도가 높은 전자저널 지식 구축을 본격화하는 등 미래 지향적인 과학기술 정보 인프라 구축에 더욱 집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또 그는 "폐기되는 학술지들은 전세계 유일 원본이 아니고 가치가 크지 않다"며 "한국 연구자료는 보존하고 있으며, 폐기 후 공간이 확보될 경우 연구원들을 위한 세미나 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학술지 폐기를 반대하는 연구원들은 과학기술 정보 인프라의 디지털화 방향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폐기 반대 연구원들에 따르면 디지털 정보는 당장 이용에 편리함이 장점이지만 매건당 이용 비용이 지불돼야 하고 접근장치와 포맷이 지속적으로 변경돼 꾸준한 관리의 불편이 있다. 특히 기관 이용자는 접근이 그나마 수월하지만 기업이나 개인의 경우 접근 절차나 비용면에서 어려움이 따른다.

무엇보다 과학기술 기반 정보인 해외 간행물은 후대의 많은 이들이 이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자료로 가치를 잘 이해해야 하는데 편리성과 효율성만 강조하는 처리방식은 분명 문제가 있다는 주장이다. 또 디지털 서비스는 단순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만 주는 것으로 아카이빙 서비스가 지원되지 않아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정보는 그야말로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양측의 주장이 엇갈리는 가운데 과학기술 정보 전문가들은 해외 간행물의 보존 필요성에 방점을 뒀다. 과학지식은 인류의 문화 유산으로 보존해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는 것. 과학기술정보 전문가들은 "특히 국내 모든 과학기술연구자가 다른 어떠한  도서관에서도 찾을 수 없는 과학기술정보 자료를 KISTI는 최후 수단으로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며 "선진국이 될 수록 그러한 역할은 더욱 커지게 된다"고 강조했다.

단순 자료 수준을 넘어 다양한 활용도 할 수 있다는 의견도 있다. 과학관에서 전시한다고 가정한다면 디지털 자료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학술지도 자료 형태로 전시해 보일 수 있고, 과학관련 학교 수업에서도 자료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다. 미래 세대를 위한 중요한 자료적 가치가 충분히 있다는 의미다.

◆ "출판된 간행물은 모든 인류의 문화유산"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과학기술 학술지를 폐기하는 곳은 없다. 특히 관련 전문기관이라면 다른 기관이나 대학에서 버리는 것도 수집해 자료화하고 운영하는 것이 맞다. 현재 우리나라 어디에도 자료관리에 대한 체계가 없다. 미래세대를 위해 우리는 이를 짚고 갈 필요가 있다."(과학사 전공 K 교수)

과학정책 및 과학사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리나라 과학기관 대부분이 자료의 가치를 인식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과학사 전문가 K 교수는 "지금 KISTI에서 문헌자료를 폐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지적하며 "과학기술자료는 출간된 자체가 유산이다. 가치를 지닌 것으로 정보성만을 가지고 폐기하는 것은 유산에 대한 인식부족"이라고 꼬집었다.

한 과학정책 전문가는 "연구기관에서 몇십년사를 쓰기위해 자료를 모으는데 그 행위 자체도 중요하다"면서 "자료를 유용하게 활용하고 교육 등 다양한 목적으로도 쓸 수 있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 가치를 인식하지 못해 중요기관의 자료들을 다 버린다"고 걱정했다.

다른 과학사 전공 교수는 "과학자들 대부분 지금 연구하는데 필요한가만을 기준으로 판단하는 것도 문제"라면서 "세대가 지나면 이전 과학가치의 평가 기준도 달라진다. 자료 자체가 없다면 우리는 그런 면을 밝힐 수 있는 근거도 사라지는 것이다. 좁은 시야가 아닌 미래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학계 한 원로는 "과학 선진국들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미래 세대를 위해 자료의 중요성에 공감하는 문화와 의식이 공유돼 있다"며 "우리 역시 우리만의 축적 문화로 미래세대를 위한 선진국 문화를 만들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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