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부터 양일간 진행된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오전에 비해 오후엔 의원들의 빈자리가 많이 목격됐다. <사진=박은희 기자>
17일부터 양일간 진행된 미래창조과학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오전에 비해 오후엔 의원들의 빈자리가 많이 목격됐다. <사진=박은희 기자>

이슈도, 대안도, 변화도 없는 '속빈' 국감. 올해 과학기술계 국감을 두고 하는 소리다.

지난 14일 미래창조과학부를 시작으로 17일과 18일 양일간 진행된 과학기술분야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미래부 직할기관까지. 과기계 국감은 사실상 막을 내렸다.

현장에서 지켜 본 국감은 조용하기 그지없었다. 국회 국정감사는 일 년에 단 한번 연구현장 목소리가 국회의원들의 입을 통해 과학계 현안을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할 수 있는 자리이지만, 올해는 유난히 밋밋한 국감에 그치고 말았다.

이틀 동안 다룬 피감기관만도 50여 곳. 방대한 규모의 과기계를 단기간 내에 감사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을지 모르지만 규모를 탓하기 전에 본질을 건드리지 못했기에 '했으나 마나'한 국감이 되고 말았다는 데 문제가 크다.

특히 올해 국감은 ICT와 창조경제에 밀린 과학기술계의 문제점을 개선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내세울 수 있는 기회였지만 결과는 과거 국감과 별반 달라진 것이 없었다. 오히려 내년 4월 총선을 앞둔 탓에 어느 해보다 조용한 국감이 될 것이라는 예측이 그대로 맞아 떨어졌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을 대상으로 한 국감에서는 비정규직 문제와 임금피크제가 그나마 화두로 등장했다. 그러나 비정규직에 대한 지적은 매년 국감에서 다뤄지는 '단골손님'과 같다. 분명 다뤄져야 함은 맞지만 대안 없는 문제제기만 매번 반복해 이뤄지니 영양가 없는 답변만이 돌아올 뿐이다.

현장의 문제점을 명확히 확인하고 연구현장의 의견도 제대로 반영돼야 하지만, 비정규직 문제가 의원들이 그저 다루기 좋은 하나의 이슈쯤으로 여겨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크다.

최근 연구자들의 최대 고민 중 하나인 임금피크제에 대해서는 다수 의원들이 부정적인 입장만을 피력, 돌파구가 될만한 대안 마련에는 부족함을 여실히 보여줬다. 이외 질의도 지난해 등장했던 별반 다르지 않은 이슈들의 반복이었다.

둘째날 역시 피감기관만 달라져 있을 뿐 조용한 국감이 이어졌다. 그나마 정부의 'R&D 혁신안'이 도마 위에 오르면서 일찍 마무리 될 것으로 예상됐던 국감장의 분위기가 살아나는 듯 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의원들은 과학기술정책연구원(STEPI)과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의 통합이 가져올 효과가 미비하다는 목소리만 높일 뿐 통합을 주장하는 일부 의원과 미래부의 입장만 듣고 뾰족한 방안을 제시하지는 못했다. 더욱이 R&D 혁신안에는 두 기관의 통합 문제 외에도 지적해야 할 사항이 많았지만, 거론 조차 하지 못했다.

국가 존망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미래를 위해 과학기술계가 변해야 할 것이 많다고 하지만 의원들은 정부의 정책에 적극적으로 압박을 가하지도 현장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하지도 못했다.

상당수 피감기관들은 이름 한번 제대로 언급되지 못하고 안도의 한숨만 내쉬다 돌아갔다.

국감서 한 의원이 예산 부족으로 정상 운영이 불가능한 '뇌' 연구원을 '골 빈' 연구원이라 지적했다. 핵심이 빠졌음을 직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라 여겨진다. '알맹이 없는' 국감은 과기계 뿐만 아니라 국가에도 어떤 도움도 되지 못한다.

지금 연구현장의 과학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연구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있다고 아우성거리고 있다. 이제부터라도 부디 국감의 진정한 의미를 되찾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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