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포럼D]IBS·대덕넷, 16일 한전 전력연구원 대강당서 개최
이지성 작가 '생각하는 인문학' 주제…"주체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곧 인문학"

이번 포럼은 인문고전 읽기의 열풍을 일으킨 이지성 작가의 인기를 반영하듯 많은 이들이 함께 했다.<사진=김요셉 기자>
이번 포럼은 인문고전 읽기의 열풍을 일으킨 이지성 작가의 인기를 반영하듯 많은 이들이 함께 했다.<사진=김요셉 기자>

한국 사회를 강타한 인문학 붐이 쉽사리 식을 줄 모르고 있다. 인문학 관련 강연이 지역 곳곳에서 열리고, 관련 서적들도 쏟아져 나오고 있다. 인문학과 다소 이질적인 조합으로 보일 수 있는 과학계에도 인문학 바람이 거세다. 이쯤이면 신드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딩으로 리드하라', '생각하는 인문학' 등으로 인문고전 읽기의 열풍을 일으킨 이지성 작가. 그가 대덕을 찾아 인문학을 해야 하는 이유를 피력했다.   

"어려서부터 받아온 주입식 교육으로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생각을 지배당하고 있다. 생각의 노예가 되고 있는 것이다. 행복을 스스로 찾아가기 위해서는 주체적으로 판단해 인생을 살아가야 한다. 생각을 하는 것이 곧 인문학이다."

IBS(원장 김두철)와 대덕넷은 16일 오후 한전 전력연구원 대강당에서 '생각하는 인문학'을 주제로 2015년 하반기 첫 상상력포럼D를 개최했다. 기존 오후 3시에서 오후 5시로 행사 시간이 변경됐음에도 '출판계의 신화'를 증명이라도 하듯 참가자들의 발걸음은 일찍부터 이어져 마련된 자리를 가득 채웠다.

◆ 인문학 어원은 결국 '교육'…"생각을 지배하는 것이 인문학"

인문고전 읽기의 열풍을 일으킨 이지성 작가.<사진=김요셉 기자>
인문고전 읽기의 열풍을 일으킨 이지성 작가.<사진=김요셉 기자>
이 작가는 '인문학의 정의가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며 강연의 포문을 열었다. 애써 찾은 이들에게 책에 나온 내용을 되풀이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는 "사실 우리가 쓰는 대부분의 용어가 일본에서 들어왔다. 시간, 공간, 물질, 사회, 정의 등 수 많은 단어들이 일본말에서 비롯됐다. 19세기 일본 학자들이 서양서를 번역했고 이런 용어들이 역수입되면서 우리말처럼 돼 버렸다"며 "그러나 '인문학'은 특이하게도 일본인이 만든 말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인문학의 어원은 라틴어인 '스투디아 후머니타스(Studia Humanitatis)'에서 비롯됐다. 라틴어는 그리스어를 바탕으로 하는 만큼 번역하면 '파이데이아(Paideia)'. 우리말로 옮기면 '교육'을 의미한다.

그리스에서 교육은 기원전 소피스트들로 하여금 교양을 위해 고귀한 정신을 길러내는 학문으로 인식되고 있었으나, 소크라테스에 의해 개념이 완전 뒤바뀌게 됐다. 교육은 진정한 인간다움과 진리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정의됐다.

그는 "소크라테스가 살던 시대에 교육은 어땠을까? 당시에는 폴리스를 지키기 위한 장군 양성과 말을 잘 하는 교육이 주가 됐다. 아테네에서는 말을 잘하는 소피스트들이 인기와 권력을 얻었다"며 "그런 중에 소크라테스가 등장해 영혼을 돌보는 교육을 주장했다. 교육혁명을 일으킨 것이다. 기득권들은 이를 용납하지 못했고 젊은이를 타락 시킨 죄로 소크라테스를 사형 당하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춘추전국시대에도 귀족의 자녀들만 교육을 받을 수 있었다. 군자는 곧 귀족이었다. 그러나 공자는 군자의 의미를 달리 해석했다. 군자는 내면의 도덕을 가진 사람이라 말했다. 교육 혁명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인문학은 교육 혁명"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인문학을 잘 하기 위한 방법은 무엇일까? 이 작가는 철학, 역사, 문학 등에 집중할 것을 권했다.

'인간의 본성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철학을 논할 수 있다는 그는 영화 '반지의 제왕'을 예로 들었다. 그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절대반지는 플라톤의 국가론에서 나왔다. 우연스럽게 절대반지를 거머쥔 목동은 타락해 절대 권력을 휘두른다. 플라톤의 국가론은 이런 과시욕을 비판한다"며 "절대반지를 끼었을 때 진짜 정의는 무엇인지. 우리 사회의 정의는 무엇인지에 대해 우리는 자녀들과 혹은 동료들과 토론할 수 있다. 이것이 인문학이 된다"고 말했다.

역사에 대해서는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주문한다. 그는 "영화 300을 자세히 보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싸운 것일뿐 정의를 위해 싸운 것은 아니다. 테르모필라 전투는 전투자만 죽은 것이 아닌 노예 900명도 함께 죽었다"며 "이런 역사를 자세히 알지 못하면 우리의 생각은 조종당할 수 있다. 주체적인 인간이 되기 위해서는 다양한 관점으로 역사를 봐야 한다. 이것이 진정한 인문학"이라고 강조했다.

역사 교육에 대해서도 말을 이었다. 그는 "우리의 국사교육은 일제 강점기에 친일파 역사학자에 의해 주도적으로 만들어졌다. 일본인들의 주장이 그대로 담긴 역사를 우리는 배우고 있는 것"이라며 "주체적인 생각으로 우리의 역사를 바로 잡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인문고전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인문고전은 인류 역사를 새롭게 쓴 위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것"이라며 "고전을 통해 선현들의 지혜를 터득하고 자아 성찰의 시간을 가져볼 수 있다"고 밝혔다.

◆ "양심에 맞는 삶 살기 위해 인문학 해야"

강연 후 질문도 이어졌다. 한 참석자는 "최근 직업적 고민이 있다"면서 "잘하고 좋아하는 일로 직업을 바꿀수 있는지, 직업 전환의 포인트를 어떻게 찾았는지"를 물었다.

이에 이 작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자녀 이상으로 사랑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내가 좋아하는 일로 밥을 먹겠다면 좋아하는 일도 찾을 수 없고 밥도 먹지 못한다"면서 "교사시절에도 이미 작가 활동을 했듯이 글쓰기를 정말 좋아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선천적으로 사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인순 전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이 "자연과학은 모두에게 진리이고 인문학은 본인에게 진리"라고 생각한다며 자연과학과 인문학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고 삶에 적용할 것인가를 질문하자 이 작가는 "과학자라는 용어는 근대 이후에 나온 것으로 뉴턴 역시 자신은 자연철학자라고 했듯이 자연과 철학은 하나"라고 답변했다.

과학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국어를 지도하고 있다고 소개한 참석자는 학생들의 인문학 입문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이나 책 추천을 요청했다.

이 작가는 "인문학 입문을 돕는 책이나 방법은 없다. 학문의 관점에서 인문학을 보면 끝이 없다. 철학자로 살게 아니라면 그렇게 들어갈 필요는 없다"고 지적하며 "아이나 학생들에게 인문학은 부모나 교사가 살아가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소크라테스는 철학을 하는 이유로 양심에 따라 사는 것이라고 했는데 많은 사람들이 어릴 적에는 착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갖고 있지만 세상과 접촉하면서 그런 마음을 잃는다"면서 "인문학을 학문적 접근으로 왜곡하지 말고 내 양심을 들여다보고 내 양심에 맞는 삶을 살기위해 인문학을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 대덕과학문화센터 매각…"고층 오피스텔 건립 절대 반대"

한편, 이날 강연에 앞서 대덕과학문화센터 재창조 추진위원회는 최근 매각된 대덕과학문화센터(이하 대덕센터)와 관련해 고층 오피스텔 건립을 반대하는 서명운동을 펼쳤다.

대덕센터는 1993년 정부 시책으로 과학자들의 교류의 장으로 건립돼 운영해 오다 임대기간 만료 등의 이유로 목원대로 주인이 바뀌었다. 지난해 목원대로부터 위탁을 받는 M 시행사는 19층과 21층의 쌍둥이 오피스텔을 짓는 계획안으로 대전시 건축심의위원회의 승인을 받았다.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과학동네의 심장부가 고층 오피스텔로 짓눌리며 대덕의 커뮤니티 공간이 사라지는 것은 물론 대덕연구단지의 정체성마저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인 것.

여흥민씨 종친회 회장인 민황기 청운대 교수는 "당시 국가시책의 일환으로 종친회에서 두말 없이 부지를 양보했다. 취지가 변질될 것 같았으면 절대 부지를 양보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고층 건물이 들어서면 선산이 전부 그늘이 되는 것은 물론 환경 오염도 심각해 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종친회에서는 절대 반대 입장으로 관련 서명을 받고 있다. 모두들 대덕연구단지의 정체성을 흔리는 일은 있을 수 없는 일로 무분별한 개발을 반대하는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10월 상상력포럼D는 10월 21일 윤태성 KAIST 교수 초청, '융합시대의 핵심 키워드 지식비즈니스와 개방형 혁신'을 주제로 진행된다. 장소는 추후 공지될 예정이다.

포럼 시작 전에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사진=김요셉 기자>
포럼 시작 전에 순국선열에 대한 묵념의 시간을 가졌다. <사진=김요셉 기자>

상상력포럼 일부 참가자들이 포럼 전에 전력연구원을 둘러보고 있다.<사진=대덕넷>
상상력포럼 일부 참가자들이 포럼 전에 전력연구원을 둘러보고 있다.<사진=대덕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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