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 남북 미래 과학기술계 과제 ①]
국방 과학기술 창의‧자율적 R&D시스템 전환 시급

8·25 고위급 협상 타결 이후 남북 간 인도적 교류 차원의 접촉이 처음으로 재개된다. 남북 적십자가 9월 7일 판문점에서 추석 이산가족 상봉에 대해 협의한다. 냉기류가 흐르던 남북 이 모처럼 대화와 안정 국면으로 돌아섰다. 그런 가운데 국방 첨단 전력 확보의 중요성과 함께 답보 상태에 있던 남북 과학기술의 교류가 재개되어야 한다는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덕넷은 한국 과학계가 앞으로 남북의 발전적 미래를 위해 어떻게 대응해 나가야 할지 그 역할과 과제를 짚어본다. 국방 과학기술①과 과학기술 전반② 2편으로 연재할 계획이다.<편집자주>

상황 #1. 합참본부가 정한 무기체계를 벗어나는 새로운 무기는 개발할 수 없다. 예산 자체가 배정되지 않기 때문에 연구원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연구를 도전적으로 할 수 없는 구조다.

상황 #2. 국방 과학기술자들에게는 연구환경이 냉혹하다. 웬만한 실패가 용서되지 않는다. 98점 맞은건 생각안하고 2점 부족한 것에 대해 감사를 받고 지적과 비판을 받는다.

우리나라 국방 R&D를 대표하는 ADD(국방과학연구소) 연구자들이 처한 상황이다.

국가적으로는 창조국방 과학기술을 외치지만, 정작 현장 과학자들은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북한 무기체계를 완전히 능가할 길이 없다고 경고한다. 북한의 군사력을 뛰어넘을 새로운 첨단 무기 개발이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 형국이다.

◆ 합참 무기체계 외 '新무기 개발 불가능'…"국방 창의R&D예산 확보해 연구자율권 줘야"

ADD 전‧현직 과학기술자들에 따르면 현재 국방 과학기술 연구시스템은 새로운 무기체계 개발이 가능하지 못하다.

ADD의 상위기관 軍 합동참모본부가 정해놓은 지상‧해양‧항공‧유도 등의 무기체계를 벗어난 무기 개발을 아무리 연구자들이 필요하다고 소요 제기를 해도 예산 자체가 배정되기 힘든 구조다. 군 관계자들은 신무기 개발 수요를 들으려 하지 않고, 갖춰진 무기체계 내에서의 연구개발만 고집하고 있는 셈이다.

가령 ADD 연구자들이 유인탱크를 대체할 수 있는 소형 무인탱크를 개발한다고 하면 세계적으로 없는 무기이고 우리 무기체계에 속하지 않는다는 논리로 아예 연구개발을 시작할 수 없다. 한 ADD 연구자는 "아무리 좋은 연구개발 아이디어가 나오더라도 얘기도 꺼내게 되지 않는 분위기가 강하다"고 토로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DD 연구자들은 우선 새로운 창의적 예산 배정이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북한이 개발하지 못하는 비교우위에 있는 신개념 무기개발 아이디어들이 굉장히 많은데, ADD가 자율성을 갖고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창의 예산을 확보해 줘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현재는 ADD 원장 조차도 연구자들이 연구개발을 자율적으로 할 수 있도록 배정해 줄 수 있는 예산이 1원 한 푼 없는 상태다.

ADD 한 원로 과학자는 "우리의 국방 과학기술력이 사실은 선진국을 거의 따라왔다"며 "이제는 과학기술력으로 새로운 무기체계를 개발하려는 도전이 필요한데, 가장 중요한 것이 창의적으로 연구할 수 있는 창조 국방 R&D예산이 확보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실패에 엄한 연구문화…"여유가 숨쉬는 연구문화 조성해야"

ADD 과학자들은 진정한 창조적 국방R&D를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적인 R&D를 펼칠 수 있게 연구환경 또한 조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창의적인 연구개발을 해야 하는데 연구문화가 경직돼 웬만한 실패가 용서되지 않는 문화를 하루 빨리 탈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봇물을 이룬다.

실패에도 냉혹하지만, 선진국들이 10년 개발할 무기개발 기간을 5년으로 압축시켜 연구해야 하는 단기적 성과창출의 반복현상도 연구자들에게는 큰 압박이다.

압축적 연구개발 활동을 하면서 조그만 실패도 허용되지 않으니 연구원들 입장에서는 도전적인 연구를 꺼리게 된다. 짧은 시간 적은 예산으로 연구하다 보니 시험이 충분치 못한 상황이 번번히 발생한다.

ADD 전 K 소장은 "첨단 명품무기를 단기간 내 개발할 수 없는 한계 속에서 국방 연구자들을 단기적 성과에 몰아붙이는 것이 과연 국가적으로 이익이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우리나라도 우리의 현실에 맞게 도전적으로 신무기를 개발할 수 있도록 여유가 숨쉬는 창의적 연구문화를  반드시 조성해 내야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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