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수회(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동창회) 엮음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이끈 주역, 서울대학교 조선해양공학과 동문들의 회고를 담다!

일제 강점기에서 벗어나 광복을 맞이한 지 어느덧 70주년입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지난 70년은 한마디로 격동의 시대였습니다. 광복의 기쁨도 잠시, 분단 조국은 동족상잔이라는 6.25를 겪었고, 식민 통치 이후 재건의 기회도 없이 모든 것이 황폐화된 터전에서 새롭게 시작해야 했습니다.

되돌아보면 고난과 시련의 시대를 딛고 일어서서 오늘의 우리를 이룬 것은 뛰어난 지도자가 있어서도 아니고, 기업을 일으킨 재벌도 아니었습니다. 오로지 자신의 자리에서 혼신의 힘과 열정을 다한 사람들이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세계 여러 나라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습니다.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말이 그래서 더욱 가슴 절절하게 다가옵니다.

'진수회 70년, 남기고 싶은 이야기들'은 바로 사람만이 희망이라는 증거를 확연하게 보여주는 책입니다. 비록 특정 대학의 특정학과 동창회의 동문들이 산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중심으로 엮은 회고이지만, 이 책에는 격동의 현대사를 살아왔던 젊은이들의 삶의 현장이 고스란히 녹아 있습니다.

해방을 맞이한 지 그 이듬해 1946년 8월 22일 「국립 서울대학교 설립에 관한 법령」에 따라 국립 서울대학교가 설립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경성제국대학의 후신인 경성대학과 일제 강점기에 설립된 각급 관립전문대학을 통합하였고 그 산하에 문리과대학, 법과대학, 상과대학, 공과대학, 농과대학, 사범대학, 의과대학, 치과대학, 예술대학 등의 9개 단과대학이 설치되었습니다.

공과대학에는 건축공학과, 기계공학과, 섬유공학과, 야금학과, 전기공학과, 항공조선학과, 채광학과, 토목공학과, 화학공학과 등 9개였고, 1947년 전기공학과에서 전기통신 분야를 분리, 전기통신공학과를 신설하여 10개 학과가 되었습니다. 여기에서 눈여겨볼 학과는 항공조선학과입니다. 타 학과는 통합 이전의 대학 학력을 인정하였지만, 항공 전공과 조선 전공을 합한 항공조선학과는 신설 학과라 이전의 대학 학력을 포기하고 1학년으로 학업을 다시 시작하여야 했습니다.

1949년에 학과 명칭이 조선항공학과로 개칭, 마침내 1950년 5월 12일 조선항공학과 1회 졸업생 6명이 배출되었고, 조선을 전공한 학생회 명칭을 '진수회'라고 정했습니다. 진수회(進水會)에는 장차 배를 지어 광활한 대양에 진수하리라는 꿈이 담겨 있습니다. 이후 1953년 동창회가 조직되었고, 1968년 조선과 항공 전공이 분리·독립하여 조선공학과 동창회 진수회가 재탄생하였으며,1992년 조선해양공학과로 학과를 개편, 2015년 70회 입학생 48명을 맞이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는 학문적 토대가 전혀 없었고, 또한 전공 교수도 없는 상태에서 출발하였습니다. 이렇듯 열악한 상황이었지만 배를 만들고 싶다는 열정으로 입학한 학생들은 일제 강점기 당시 잠수함을 설계하고 건조하는 데 관여한 해양대학교 기계공학의 김재근 교수의 영입을 학교 측에 적극 요청하였고, 마침내 김재근 교수가 조선공학과 교수로 초빙되어 조선공학과의 터전을 마련했습니다.

학문적 토대가 없었던 초창기에는 교수와 학생이 외국에서 조선 관련 서적을 들여와 함께 번역하고 토론하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러기에 그 어느 학과보다 배움의 열정이 더욱 컸을 것입니다. 1회 졸업생이 배출되고 그들이 척박한 조선 현장과 학과의 시간강사로 도움을 주면서 차츰차츰 자리를 잡아갑니다. 이러한 과정이 있었기에 그 어느 학과의 동창회보다 더 끈끈하게 유대감을 키워나갔을지 모릅니다.

진수회와 진수회 회원들의 역사는 곧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역사이자 국가 발전의 역사!

1960년대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이 시작되었고, 정부는 중화학을 대표하는 핵심 산업으로서 조선산업을 육성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조선 현장에 진출하여 실제 업무를 익히거나 보다 더 전문적이고 선진 조선 기술을 배우고자 유학을 떠나 탄탄하게 실력을 쌓은 진수회 동문들이 이에 적극 참여하였습니다.

기획안을 마련하고 그것을 현실화하면서 조선산업의 발전 기틀을 다져나간 것이지요. 당시 일본이 세계 조선산업을 쥐락펴락할 즈음에 우리의 조선산업은 걸음마 수준이었고, 세계는 우리나라는 결코 일본을 따라올 수 없다는 시선으로 우리를 바라보았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에 흔들리지 않고 우리의 조선산업을 이끌어갈 인재들이 서울대학교 조선공학과를 중심으로 미래를 준비하였습니다.

진수회는 60여 년 동안 바로 그 인재들을 하나로 보듬어주는 커다란 울타리가 되어주었습니다. 우리나라 조선산업의 태동기에서 활약했던 원로 동문들이 하나둘씩 세상을 떠날 때마다 우리 조선(造船) 역사의 한 모퉁이가 떨어져 나가 안타깝다는 1회 졸업생이자 진수회 탄생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신 조필제 동문 회원의 말씀에 따라 진수회 70년사를 출간하기로 결의하였고, 2012년부터 작업을 시작하였습니다.

이 책은 우리의 조선산업의 발전과 궤를 같이합니다. 먼저 각 진수회 회원이 활약하던 시기의 우리나라 조선산업을 중심으로 경제 상황 전반을 기술하고 이어서 각 졸업생들의 학창시절과 조선산업에서 활동한 이력들이 펼쳐집니다.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빛나던 젊은 날의 시절을 되짚어보는 것도 정말 의미 있는 일이겠지요. 전문적인 글쟁이들이 아닌 마음 가는 대로 써내려간 회고담을 읽다 보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1946년 조선항공학과 입학생(1회 졸업생)부터 2000년 입학생(55회 졸업생)까지 동문들의 회고를 아우르는 책은 아마 이 책이 최초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삼면이 바다인 우리는 고대에서부터 강건한 해양국가를 꿈꿔왔습니다. 우리는 해양을 향해 웅지를 펼치던 선조들의 기개는 물론, 해양을 무대로 눈부신 활약을 펼치던 선조들의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러기에 미군이 남겨둔 선박을 수리하던 그 열악한 환경에서 불과 50년도 안 된 짧은 시간에 세계 최고의 선박과 해양 관련 기반기술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진수회 회원들의 피나는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하였다고 감히 말하렵니다.

지금은 비록 조선해양산업이 위기에 처해 있다고 하지만, 언제나 위기는 찾아오고, 또 기회가 찾아옵니다. 한때 조선산업 세계 1위라는 영광도 누렸고, 또 기업의 부침에 따라 그 속에서 일하는 많은 사람이 고통을 받기도 했습니다.

조선산업에 핵심으로 활동한 진수회 회원들의 이 기록은 그동안 우리의 조선산업에서 활약했던 선배들이 걸어왔던 제1막의 길을 갈무리하고, 이제 더 넓은 세상을 준비하는 후배들의 제2막을 위한 나침반이 되고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이 책은 기적의 항해를 이루어낸 선배들에게 후배들이 보내는 축하와 감사의 박수이자, 새로운 항해에 나서는 후배들에게 선배들이 보내는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입니다.

비록 이 분야와 관련 없는 보통사람들이라 할지라도 현대사를 관통하는 젊은이들이 어떻게 생각하고 살아왔는지를, 이 책을 읽으면서 보다 큰 꿈을 펼쳤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출판사: 지성사, 출처: 진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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