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재산, 과학의 힘②]디자인전문기업 '가디언'…'원 스톱 풀 서비스' 제공
이상원 대표 "창조적인 사고로 최상의 디자인 만들어 나갈 것"

이 대표는 창업부터 '최고의 디자인은 최상의 상품'이라는 철학을 고수해 온 것이 성공의 요인이 됐다고 말한다.<사진=박은희 기자>
이 대표는 창업부터 '최고의 디자인은 최상의 상품'이라는 철학을 고수해 온 것이 성공의 요인이 됐다고 말한다.<사진=박은희 기자>

벤처기업 창업 열풍이 분 90년대 후반, 대전은 디자인의 불모지와 다름없었다.

당시 기업의 디자인 수요는 넘쳐났지만, 지역이 아닌 서울 소재 기업들을 통해 디자인을 해결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대전 유성구 장대동에 위치한 제품디자인전문기업 '가디언'의 이상원 대표가 창업을 결심한 이유이기도 하다.

"당시 벤처 붐으로 디자인을 필요로 하는 기업의 수요가 상당할 거라 생각을 했죠. 보통은 디자인 업체가 기업으로 디자인 의뢰를 받는 만큼 '을'의 입장인데, 이때만큼은 수요가 넘쳐나 '갑' 노릇을 해 본 것 같아요.(웃음) 그래도 지역에는 디자인 전문 업체가 거의 없어 기업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일거리를 찾아왔어요."
    
1997년 '컴픽스'로 창업한 이 대표는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오며 2006년 '가디언'으로 상호를 변경. 대전의 대표 디자인 전문기업으로 키웠다. 2002년과 2006년에는 한국디자인진흥원으로부터 한국우수디자인전문회사로 선정되기도 했다.  

◆ '원 스톱 풀 서비스' 제공…작은 부품부터 대형 장비까지 디자인 세계 무한

가디언이 대전지역 최고의 디자인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원 스톱 풀 서비스(One Stop Full Service)'가 한 몫 했다.

원 스톱 풀 서비스는 기존의 디자인과 목업(Mock-up)까지 작업하는 것과는 달리 기구설계는 물론 금형 전 단계의 워킹 목업(Working Mock-up)까지 진행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디자인을 시제품과 거의 유사하게 만들어 제품의 특성을 쉽게 파악할 수 있도록 했다.
 
"처음에는 보통의 디자인업체처럼 제품디자인까지만 작업을 했습니다. 그런데 중소기업은 디자인을 보내도 기업 상황에 의해 제품으로 생산되지 못하고 사장되는 경우가 많더라고요. 일한 보람을 느끼지도 못하는 거죠."

이렇게 도입한 원 스톱 풀 서비스는 기업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개발 비용의 절감은 물론 일정 단축의 효과까지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원 스톱 풀 서비스는 가디언의 매출을 꾸준한 상승세로 유지시키고 있다. 가디언에서 매년 진행되는 디자인 프로젝트만도 20여 건에 이른다. 아주 작은 부품부터 대형 장비까지 전기·전자, 의료기기, 바이오, 산업기기 등 디자인 분야도 다양하다.

기업으로부터 디자인 의뢰가 들어오면 7명의 직원들은 가장 먼저 디자인 리서치에 들어간다. 디자인 콘셉트를 설정하기 위한 밑그림으로 사용자 환경 및 관련 특허 검색은 물론 경쟁사 제품까지도 분석해 디자인 콘셉트를 결정한다.

이후 제품 디자인 단계를 걸쳐 기수 설계와 목업 단계를 진행한다. 모든 단계를 통해 디자인이 최종 완성되기까지 2~3개월이 걸린다. 

이 대표는 "한 통계를 보니 기업이 기획한 제품이 디자인 과정을 걸쳐 양산까지 성공하는 비율은 20%에 불과하다. 양산을 했어도 잘 팔리는 제품이 될 확률은 더 적다"며 "디자인 이후에도 시장 및 환경 변화로 최종 디자인을 손에 쥐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이 대표가 외부적인 경제 환경의 부침에도 큰 어려움 없이 기업을 이끌어 온 데는 '신뢰'가 바탕이 됐다. "욕심 부리지 않고 내가 잘하고 좋아하는 일을 했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그는 "디자인은 단순히 예쁜 그림을 그리는 것만이 아니다. 사용자의 성향, 시장상황, 트렌드 등 모든 것을 고려한 종합적인 화합물"이라고 강조했다.

◆ "관습엔 도전을, 고객엔 신뢰를"…'최고의 디자인은 최상의 상품' 철학 실천

이 대표가 손에 들고 있는 의료기기 '치근관 충진기'는 가디언의 디자인으로 의료시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대표는 디자인 의뢰가 끝난 상태에서도 디자인을 새롭게 진행해 성공을 거뒀다. <사진=박은희 기자>
이 대표가 손에 들고 있는 의료기기 '치근관 충진기'는 가디언의 디자인으로 의료시장에서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대표는 디자인 의뢰가 끝난 상태에서도 디자인을 새롭게 진행해 성공을 거뒀다. <사진=박은희 기자>
2010년. 가디언은 의료기기 기업으로부터 디자인 의뢰를 받았다. 치과에서 사용하는 '치근관 충진기'로 상한 치아의 내부를 때울 때 사용하는 의료기기였다. 기업은 촉박한 일정 탓에 디자인을 급하게 요구했고 가디언은 기업이 원하는 콘셉트에 맞춰 디자인을 보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최종 디자인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무언가 부족함이 많은 디자인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디자인을 다시 진행했다. 그렇게 1년 반이 흘렀다. 이 대표는 2차 디자인을 갖고 기업을 다시 찾았다.   

일반적으로 의뢰가 끝난 디자인을 기업의 요구 없이 디자인 기업 스스로 디자인을 다시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가디언이 디자인 한 2차 '치근관 충진기'는 시장에서 '대박'을 냈고, 현재는 수출 길에 올라 더 많은 매출을 내는 효자 상품이 됐다.  

"치근관 충진기의 1차 디자인은 아쉬움이 많았죠. 좀 더 세련된 디자인으로 완성할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이 있었어요. 기업이 받아줄지 안받아 줄지는 다음 문제라 생각했조.(웃음). 다행히 기업이 2차 디자인에 만족했고 매출도 좋아 두루 좋은 결과를 가져왔죠."

가디언은 치근관 충진기의 업그레이드 버전도 준비 중이다. 이처럼 디자인이 제품으로 생산돼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보일 때 보람을 느낀다는 이 대표. 

그는 "기능이 같아도 디자인이 다르면 매출도 달라질 수 있다. 디자인 가치 창출에 성공한 제품이 런칭에 성공해 히트상품이 되고, 후속제품개발이 다시 발주될 때가 가장 보람되고 자부심이 생긴다"며 "반면 기업의 사정으로 런칭도 못하고 사장되면 안타까워 잠도 제대로 오지 않는다"고 고백했다.

이 대표는 창업부터 고수해 온 '최고의 디자인은 최상의 상품이다'라는 철학을 앞으로도 꾸준히 실천해 나갈 계획이다.

그는 "디자인은 무한경쟁시대의 기업의 생존과 번영의 필수요건이자 경쟁력"이라며 "성공적인 디자인 개발을 위해 다양한 시장정보를 습득하고 창조적인 사고로 최상의 디자인을 해 나갈 것"이라고 포부를 내비쳤다.

인터뷰 말미 이 대표는 지역의 디자인 산업의 발전 방안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대전·충청 디자인기업협회장이기도 한 그는 "대전충청지역 디자인 기업의 저변은 확대됐으나 질적인 부분과 소규모 기업형태로 경쟁력이 높지 않아 성장에 한계가 있다"며 "디자인산업발전을 위해 디자인기업을 직접 지원하는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2017년 목표로 추진되는 대전디자인센터가 설립되면 지역디자인산업발전에 많은 변화가 기대된다"며 "기업, 기관, 학계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 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지식재산-과학의 힘' 기획연재는 산업통상자원부와 대전시의 예산을 지원받은 '지식재산서비스 서비스 혁신역량 강화사업'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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