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2차 세계대전 이후, 독일의 V2 로케트 개발팀과 디자인을 전수받아 미국과 경쟁하면서 군사목적의 로케트 개발을 시작한 이후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로케트를 제작하고 발사한 나라이다. 그러나 올해 초 4월말과 5월 중순에 걸쳐 두차례의 로케트 발사 실패를 경험하면서, 로케트 발사 지존국가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4월 28일 Soyuz 2-1a 발사체는 국제 우주 정거장 ISS에 배달할 물자들을 실은 7290kg의 Progress M-27M 을 싣고 발사되었다. 그러나 Progress M-27M은 정상적인 궤도에서 분리되지 않았고, ISS에 도킹되어 물자를 배달 할 수 없었으며, 5월 8일에 남태평양 상공에서 지구에 재 진입하면서 연소되었다.

  

Progress M-27M을 발사한 소유즈 발사체는 미국의 우주왕복선이 퇴출된 이후, 국제 우주 정거장으로 우주인과 물자를 실어나르는 주된 발사체로 사용되어 왔다. 그러나 이번의 발사실패로 인하여, 우주 정거장에 배달해야할 음식과 물자들의 반입이 지연되었고, 원래는 5월 26일로 예정된 우주정거장으로 보내지는 우주인들의 여행 계획 역시 수정되어야 하였다. 

올해 말에 국제 우주정거장으로 '여행'을 가기로 예정하였던 영국의 뮤지컬가수 Sarah Brightman 은 직접적인 연관성은 부인하지만, 본인의 우주정거장 여행계획을 연기하기로 결정하였다. 그러나 현재의 우주정거장 사용과 우주인 발사 계획을 고려할 때, 연기된 여행을 실제로 실현할 수 있을 지는 미지수이다.

5월 16일 멕시코의 통신위성 MexSat-1(5325kg) 을 싣고 발사된 러시아의 Proton 발사체는 3단 로케트의 오동작으로 싣고 가던 MexSat-1 위성과 함께 지구상에 추락하였다. Proton 발사체는 이미 지난 2010년 이후, 해마다 한차례씩 발사에 실패하면서 최근 5년간 거의 10%의 발사 실패율을 기록하고 있다.  
 

Figure 3. Proton 발사체의 예상 항로 (c) 2015 RussianSpaceWeb.com
Figure 3. Proton 발사체의 예상 항로 (c) 2015 RussianSpaceWeb.com

이번의 실패로 Proton 발사체에 예약되어 있던 많은 위성들의 발사 연기가 불가피해졌고, 이들 중 몇몇 위성은 2014년 5월의 발사 실패 이후, 거의 일년 가까이 위성의 발사를 기다리게된 상황이 되었다.

최근 몇년 사이 정기적으로 발생한 Proton 발사체의 실패로 전세계 민간 대형 위성 발사체 시장을 양분하고 있던 유럽의 Ariane 발사체와 러시아 Proton 발사체의 균형이 깨졌고, 그 사이를 미국의  민간회사 SpaceX가 개발한 Falcon 9 발사체가 채우게 되었고, 중국의 장정 Long March, 인도의 PSLV, 그리고 일본의 H2A 발사체 등이 후발주자로서 시장 진입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순수한 민간업체로 출발한 미국의 SpaceX의 경우, 불과 10여년만에 대형 발사체의 개발과 발사를 성공시키고, 저렴한 가격에 발사체를 공급하기 시작하여, 국가주도로 우주개발을 기획해오던 많은 나라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최근에는 미국 정부의 주된 발사체 공급업체로 선정되면서 그 발사체의 안정성에 신뢰를 받았고, 유럽의 아리안 발사체 시장을 위협하는 중요한 경쟁자로 인식이 되었다.

이러한 이유로 유럽의 차세대 발사체 Ariane 6 개발에서 중점 개발의 목표가 발사체 가격 최소화가 되었고, SpaceX가 현재 개발 중인 Falcon Heavy 발사체와 비교하여 가격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되었다.

러시아에서는 현재 운용중인 Proton( 400여회 발사)과 Soyuz (700회 이상 발사)의 차세대로 Angara 발사체를 개발 중이다. 소비에트 연방 시절, 국방기술과 재원의 분산 정책으로 로케트의 개발과 발사를 소련 연방국가에 분산하였던 결과, 현재 정치적으로 민감한 관계에 있는 우크라이나 회사들이 각종 로케트 발사체의 일부 또는 전부를 제작하고 있으며, Proton 발사체의 주된 발사장은 카작스탄의 바이코누르 발사장이 되었다.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고려하여, 연방해체 이후, 러시아의 선택은 발사체의 자체 제작 및 영토내 발사가 우선 순위가 되었고, 이에 따라서 개발되기 시작한 것이 Angara 발사체. 소련 연방 해체 직후인 1994년에 개발이 시작되었지만, 처녀발사는 20년이 지난 2014년에 시행되었다.

앞으로 몇차례, 성능테스트와 발사체 구성의 변경 등을 통하여 러시아 영토 내부의 Vostochny 발사장 (만주벌판 바로 위 중국과 러시아 국경지대에 위치하고 있다)과 Plesetsk 발사장 (유럽 러시아의 북반부 위도 62도 위에 위치하고 있다)에서 운용될 예정이다. 이러한 발사체들의 개발과 운용이 냉전시절에는 국방 및 군비경쟁의 국면이 더 컸다면, 2000년대 이후에는 민간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측면이 더 커졌고, 앞으로는 더욱 민간부분의 시장이 커질 전망이다.

한국도 지난 2013년 나로호 1호의 성공적인 발사를 계기로 공식적인 발사체 제작 경쟁에 합류하였다. 러시아의 1단 로케트를 수입한 나로호의 발사체를 뒤로 하고, 현재에는 새로운 한국형 발사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다만, '우주개발' 만을 담당하면서 거의 20조원의 연간 예산을 사용하는 미국의 NASA와는 전혀 비교가 되지 않더라도, 유럽우주국의 연간예산  6조원(이중에 발사체 관련 예산은 9천억정도), 러시아 6조원, 프랑스, 독일, 일본의 우주개발 예산 3조원 등에 비교할 때, '항공 및 우주' 분야의 기술개발을 담당하는 항공우주 연구원의 일년 예산 4000억원 (Wikipedia 발췌)이 많이 작아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인도의 예를 든다면, 1962년에 ISRO의 전신인 INCoSpaR를 설립한 인도는 현재 인공위성과 발사체를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상용화하였으며, 3톤까지의 인공위성을 자체 발사할 수 있다. 그러나 추가로 더욱 성능이 좋은 발사체 GSLV Mk2의 개발을 위하여 발사체 개발에만 투입하는 예산이 연간 4000억원 (항공우주 연구원의 일년예산과 비슷)이며,  1조원이 넘는 전체 우주개발 예산에, 2만여명에 가까운 연구인력을 자랑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실제적인 제작은 민간회사들에게 위임한다고 하면서, 연구개발인력만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우주국의 네델란드 기술센터에만 2000여명의 연구인력이 근무를 하고 있으며, 성공적인 운용을 하고 있는 Ariane 5 발사체와 차세대 발사체 Ariane 6의 기술개발에만 9천억원 상당의 연간 예산을 배정하고 있다.

Figure 4. 전세계 우주국들의 연간 예산 분포 © KISTI http://www.ekaerospace.org/p/reports.html
Figure 4. 전세계 우주국들의 연간 예산 분포 © KISTI http://www.ekaerospace.org/p/reports.html
러시아의 Soyuz 발사체는 6월 5일 러시아 첩보위성 Kobalt-M 위성을 싣고 발사를 재기하였다. 5월에 실패한 Proton 발사체 역시 수개월 안에 실패의 교훈을 적용하여 발사체를 개선한 뒤, 위성발사를 재기할 것이다.

수백기의 로케트를 개발하여 발사해온 베테랑 러시아도 올해 들어 두번이나 로케트의 발사에 실패하였다는 사실이 우주개발에서 필연적으로 직면해야 하는 도전과 실패의 극복에 대한 문제를 상기시킨다.

6월 28일에 전해진 미국 SpaceX의 발사 실패 소식 또한,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최신 기술과 첨단 제작시스템, 그리고 풍부한 자본과 인력으로 도전하고 있는 경우라 하더라도 지속적인 발사체의 성공 여부는 여전히 매우 달성하기 어려운 목표라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실패소식들과 함께 한국의 우주개발 현위치를 대덕넷 독자들에게 올바르게 알리는 것이 향후 한국의 우주개발 정책 입안에서 좋은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최경일 박사는

최경일 박사
최경일 박사
최경일 박사는 '최경일의 지금 유럽에선'의 타이틀로 유럽의 한인과학기술인들이 바라보는 현대사회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한국과 유럽이 경험하고 있는 과학기술분야의 발전상과 함께, 유럽에 살고 있는 한인과학기술자들의 역할과 한-유럽간의 교류, 그리고 모든 사람들이 고민하고 있는 지구의 환경보호 및 인류의 동반성장에 관한 고민들을 함께 공유할 예정입니다.

최 박사는 전산, 정보통신 및 인공위성 시스템을 전공했으며, 현재 프랑스 위성통신회사인 유텔셋 Eutelsat 에서 시스템 엔지니어로 재직 중입니다. 연구분야는 인공위성의 시스템 설계 감리이며, 번역서로 '인공위성 통신 시스템'을 출판했습니다. 전공활동과 병행해 유럽의 한인협회인 동반성장 연구회 I-DREAM 회원으로 지구촌 공동체들의 동반성장을 위한 해법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