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제2회 KRISO 두드림의 날' 개최
신한균 사기장, '일본으로 간 도공의 후예' 주제로 강연

"조선은 세계적으로 훌륭한 도자기를 만들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조선의 백자를 국부(國富)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반면 일본은 조선에서 배운 기술을 활용, 교역을 통해 부를 축적해 메이지유신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이어 일본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두번의 전쟁에서 승리래 아시아의 승자로 군림했고, 조선은 식민국가로 전락했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KRISO·소장 서상현)는 24일 오전 10시 본원에서 '제2회 KRISO 두드림의 날'을 개최했다. 이날 '일본으로 간 도공의 후예'라는 주제로 행사를 찾은 신한균 사기장은 70여 명의 선박해양플랜트(연) 연구자들과 함께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호흡하며 강연을 진행해 나갔다.

한국에서보다 일본에서 더 유명한 신한균 사기장은 전통 조선사발의 선구자인 故 신정희 선생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는 15살 때부터 물레질을 시작해 부친인 故 신정희 선생 이후 전통의 맥이 끊어진 조선의 사발을 완전히 재현해 낸 최초의 사기장으로 명성이 높다.

도자기는 가슴 아픈 문화…"일본, 조선인에게 배운 기술로 조선을 집어삼키다"

'제2회 KRISO 두드림의 날'을 맞아 신한균 사기장이 선박해양플랜트(연)을 찾았다. 그는 "도자기는 가슴 아픈 우리 문화임과 동시에 자부심을 가져야 할 문화"라고 강조했다.<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제2회 KRISO 두드림의 날'을 맞아 신한균 사기장이 선박해양플랜트(연)을 찾았다. 그는 "도자기는 가슴 아픈 우리 문화임과 동시에 자부심을 가져야 할 문화"라고 강조했다.<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흔히 임진왜란을 '도자기 전쟁'이라 부른다. 조선사발은 일본에서는 '이도다완'이라 하여 국보 대접을 받았는데,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이것이 '조선 지천에 깔려있을 것'이라 믿었다. 조선사발은 그의 조선침략 욕망을 자극하는 데 충분했던 것이다.

하지만 조선 침략 후, 눈을 씻고 찾아봐도 조선사발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의 생각처럼 조선 평민들은 조선사발을 막사발로 사용하지 않고 제기(祭器)로 사용했기 때문. 할 수 없이 일본인들은 김해 향교 창고 있던 조선 그릇 8점을 훔쳐 도요토미에게 전리품으로 보낸다. 이를 받아 본 도요토미는 "매우 아름다운 그릇"이라며 흡족해했으나, 끝내 조선사발을 구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만다.

여기서 포기할 도요토미가 아니었다. 그는 곧바로 '조선 사기장을 납치하라'는 칙령을 내린다. 도요토미가 얼마나 조선 도자기를 탐냈는지 충분히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당시 7년간의 전쟁을 경험한 통에 조선인들 사이에서는 "일본으로 건너간 사기장은 양반 대접을 받는다"라는 소문이 퍼져있어, 대다수 사기장들은 스스로 일본으로 향하는 배에 올라타기도 했다.

일본으로 납치된 혹은 스스로 건너간 조선의 사기장들은 백자를 만들었다. 조선인이 만든 백자는 메이지유신 전까지 재정 90% 이상을 차지할 정도였다고 하니, '당시 일본의 살림을 백자가 책임졌다' 해도 틀린말이 아니다.

이렇게 일본에서 생산된 도자기는 인도네시아-자카르타-폼페이-이스탄불을 거쳐 유럽에 수출돼 일본에 막대한 부를 안겼다. 조선의 도자 기술을 이용해 막대한 부를 손에 쥔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통해 제국주의 국가의 면모 갖췄다. 이어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두번의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아시아 패자로 군림했다. 훌륭한 도자 기술을 국부로 연결하지 못 한 조선은 식민지로 전락했다.

신 사기장은 "조선 도자기는 가슴 아픈 문화다. 한 나라의 뛰어난 기술을 국부로 연결시키느냐 그렇지 못하느냐의 차이가 조선과 일본, 두 나라의 운명을 이토록 갈라놓은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제시했다.

◆한국은 세계적 도자기 기술 보유 국가…"우리 문화재에 자부심 가져라" 

"사발은 400년 전 우리나라 도자 기술의 결정판이다. 이를 '막사발'이라 부르며 누구나 아무렇게나 만들어 쓰던 것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

'막사발'이란 말은 조선 사발을 폄하하고 그 맥을 끊고자 하는 일본의 의도가 숨어있다. 어릴 적부터 흙을 만지며 자라왔던 신 사기장은 조선사발이 '막사발'이라 불리는 오명을 벗기기 위해 지금도 저술활동에 한창이다.

우리나라 도자 기술은 이미 세계적이다. 유럽에 비해 결코 뒤쳐지지 않는다. 오히려 뛰어나다. 이에 신 사기장은 "뛰어난 도자기 기술을 가졌음에도,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도자기를 '브랜드화'하는 마케팅 전략이 부족하다. 유럽 사기그릇 세트는 수백 만원을 주고 구입하지만, 국산 도자기가 비싼 것은 이해하지 못 한다"며 아쉬워했다.

그렇다면 세계적인 사기장이 생각하는 가장 도자기란 무엇일까?

신 사기장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그릇'을 가장 훌륭한 도자기로 꼽으며 6~70년대 많은 인사동 고물상들이 귀중한 골동품을 수집해 큰 돈을 축적한 일례를 소개했다. 그는 "당시 많은 한국인들이 조선시대로부터 내려오는 국보급 사기들을 팔아 플라스틱, 스테인리스 그릇을 구입하는 모순을 저질렀다"고 지적하며, 우리나라 도자기에 자부심을 가질 것을 당부했다.

한편, 다음 강연은 ▲다산 정약용: 목민심서(8/26, 황인경 작가) ▲과거 역사를 통한 KRISO가 나아가야할 방향(10/28, 황인경 작가)을 주제로 진행된다.

참가 신청은 교육담당자 이메일(신제규 jkshin@kriso.re.kr)로 가능하다.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강연은 웃음소리가 끊기지 않았다.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참석자들의 모습.<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2시간 가량 진행된 이날 강연은 웃음소리가 끊기지 않았다.강연에 집중하고 있는 참석자들의 모습.<사진=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제공>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