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장인순 前 한국원자력연구소장

창조경제의 롤 모델이 되다.

'연구소 기업' 100호 탄생 기사를 읽으면서 지난 세월 어려웠던 생각들이 머리를 스치면서 그 당시 주변의 반대를 무릅쓰고 외로운 싸움을 했던 생각이 난다.

'선바이오텍'(후에 주)콜마비앤에이치로 개명)이라는 작은 씨앗이 비록 척박한 땅에서 누구의 축복도 못 받고 태여 났지만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경제의 롤 모델이 되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는다.

글을 쓰는 이유는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외로운 것인지, 그러나 성공하면 보람도 상대적으로 훨씬 크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싶다.

“어렵고 힘 드는 일에 도전하라. 어려운 일은 지루하지 않고, 많은 상상력을 하고, 다른 사람들이 두려워하는 일이라 도전하면 더 큰 보상을 얻는다”라는 말을 많은 연구인들에게 전하고 싶어서다.

평생을 연구생활을 하면서 느낀 것은 연구자는 반드시 기업마인드를 가지고 연구에 임해야 한다는 것이다. 논문을 쓰기 위한 연구를 할 때와 기업화를 목적으로 연구를 할 때의 연구자의 자세와 태도는 크게 다르다. 

원자력연구원에서 '핵연료 국산화' 과제를 10여 년 동안 수행하면서, 비이커로 시작한 연구가 몇 단계의 파일롯 플랜트를 거처 자력으로 상용공장 건설까지의 과정을 돌이켜 보면 '상용화'라는 큰 목표의 설정은 연구자들에게는 큰 도전이고 압박이지만 상상력과 열정을 올인 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사실이다.
 
사생아로 태어난 콜마비앤에이치

왜 사생아인가? 주위의 엄청난 반대에 부딪쳐 3년여 만에 전혀 축복을 받지 못하고 태여 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생아도 잘 키우면 슈퍼베이비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예가 아닌가!

연구원이 기업마인드를 갖는 것은 연구에 대한 보다 깊은 관심과 열정을 쏟을 수 있을뿐더러, 더 나아가 창출된 이윤을 연구비에 투자하는 다시 말하면 연구비를 스스로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동시에 그 연구비가 얼마나 값지고 의미가 있는가를 이해하고, 나아가 우리가 사용하는 국민의 세금인 연구비의 소중함도 깊게 느낄 것이다.

순수 연구비만 50억 원으로 8년 여년에 거처 개발한 '면역개선 항암치료 보조식품' 첨단 기술을 이용해 개발한 기능성 화장품은 미국FDA의 인증을 받음으로 그 효능과 질을 자신했다. 때문에 연구원이 기업과 공동으로 출자해 회사를 만들 결심을 하였으며, 한국콜마와 각각 5억씩을 투자하여 10억으로 회사를 설립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출연연구소의 특성상 투자나 회사 설립은 이사회 승인을 반드시 받아야 하는데, 정부 측 이사의 반대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유는 두 가지, 하나는 연구하는 사람들이 연구나 열심히 할 것이지 무슨 돈벌이를 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연구소가 출자해서 만든 사례가 하나도 없다는 이유이다.

회사설립을 두고 오래 고민한 결심인데 너무나 가볍게 거절을 당하고 나니 어이가 없다고 할까? 왜 이런 건의를 충분히 검토해 보지도 않고 안 된다고 하는지 정말 이해할 수가 없었다.

특히 자율권 자율권 하면서도 이런 정도의 결정을 기관장의 재량으로 할 수 없다는 자괴감과 무기력이 무엇보다도 가슴을 아프게 했다.

회사 설립의 목적은 나름대로 확실한 철학이 있었기에 자존심에 크게 상처를 입어 포기할 수가 없었다. 나를 힘들게 했던 것은 연구소 간부들도 이 일로 정부의 미움을 받으면 혹시 많은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니 포기하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이었다.

과학자로서의 자존심을 위해서도 도저히 포기할 수 없어 여러 가지로 고민하던 끝에 '기술가치평가투자'라는 해법을 통해 겨우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다. 이는 기술을 평가해서 평가액의 1/3을 투자금으로 인정하고 현금은 투자하지 않는 제도이다.

3년이라는 귀중한 시간을 허비하고 어렵게 2004년 2월에 '콜마비앤에이치'가 설립되고 이후 2006년에 정부로부터 '연구소기업 1호'로 승인 받게 되었다. 

연구소 기업 설립 자체를 그렇게 반대하던 정부도 콜마비앤에이치의 성공을 보고서야 출연연에 연구소 설립을 독려하게 되었고, 드디어 100호의 탄생을 보게 되었고 앞으로도 많은 연구소 기업이 탄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것이 바로 지금 정부가 이야기 하는 대표적인 창조경제 롤 모델이 아닌가 생각한다.

국민에게 혜택을 돌려주는 기업정신

창업 후에 어려움도 많았고 창업자체를 많이 후회하기도 했었다. 창업 후에 마케팅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10억 원이라는 출자금은 판매 부진으로 유지비와 인건비로 소진되어 회사가 고사할 수밖에 없었다. 

이 어려운 시기에 마겟팅을 전담하겠다는 주)에터미의 등장이 새로운 활기를 불어 넣으면서 어려움을 극복하게 되었다. 인류의 역사에 초기에 등장하는 모든 신화는 창조성이 있다고 하는데, 희랍 신화의 피그말리온 효과(Pygmalion Effect)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자본금 23억의 연구소 기업이 코스닥에 상장되면서 1조원 이상 주식 대박이라니 놀라운 일이 아닌가!

이렇게 성공하게 된 기업 철학은 첫째는 철저한 품질 관리로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 과제를 수행한 연구비는 국민이 낸 세금이므로, 할 수만 있으면, 품질은 최상이면서 값은 최저로 하여 모든 국민에게 혜택을 돌려주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만약 이윤을 많이 창출되면 연구 참여자에게 많은 혜택을 줄 수 있고 동시에 많은 다른 연구자에게도 자극이 될 뿐만 아니라, 연구비도 정부에만 100% 의존하지 않는 연구 풍토가 조성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바로 국민의 복지를 위해서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출연연의 존재 이유이고, 더 나아가 이 시대가 요구하는 창조경제를 선도하는 중요한 롤 모델이다.

연구소 기업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건강을 되찾고 더욱 아름다워지고 더욱 행복한 삶을 산다면 연구원들의 힘든 연구생활에 최상의 보상이 되리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창업초기에 선뜻 회사설립을 도와주신 주)한국콜마 윤동한 대표이사, 어려운 가운데서도 초심을 잃지 않고 주)콜마비앤에이치를 이끌고 키워오신 김치봉 대표이사, 주)에터미를 통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해 주신 박한길 회장, 끝으로 연구에 참여했던 한국원자력연구원 식품생명공학연구팀 전원에게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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