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천 연구회 이사장, 5월 상상력포럼D서 '정부R&D 혁신 방안' 설명
"연구개발 혁신위해 연구자, 정부, 연구회 각각의 역할 필요"

"원장의 리더십이 보장돼야 혁신이 가능한데 이번에 정부가 R&D 혁신방안을 통해 원장의 임기를 늘렸다. 임기가 바뀌는 것이 쉬운일이 아니다. 그런데도 바꿨다는 것은 앞으로 연구현장에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의미다."

이상천 국가과학기술연구회(이하 연구회) 이사장은 '정부 연구개발(R&D) 혁신'안 중 원장 임기가 늘어난 것을 피력하며 앞으로 연구현장의 긍정적 변화를 강조했다.

지난 13일 정부가 'R&D 혁신 방안'을 발표한 가운데 '국가 R&D 어떻게 달라져야 하나'를 주제로 20일 오후 3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 상상력포럼D 5월 행사가 열렸다.

이번 포럼은 각 출연연의 정책 담당자, 연구원, 기관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이상천 이사장의 주제발표에 이어 다양한 질문이 쏟아지며 어느때보다 뜨거운 관심 속에 진행됐다.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참석자들. <사진=강민구 기자>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는 참석자들. <사진=강민구 기자>

 

 

정부에서 발표한 R&D혁신 방안의 골자는 ETRI·기계연 등 6개 정부출연연구기관들은 산업현장을 중시하는 '한국형 프라운호퍼 연구소'로 개편, R&D총괄조정기능을 위한 과학기술전략본부 탄생, 싱크탱크 역할을 할 과학기술정책원 설립 등이다. 또 정부과제수주(PBS) 비중을 축소하고, 기관장 임기를 기존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논문 중심 평가를 폐지하고, 연구자들의 행정부담을 대폭 완화키로 한 것이다

이상천 이사장은 "최근 R&D 혁신에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백가쟁명 형태로 자기 주장만 하고 있다"면서 정부출연기관의 첫 통합기구 수장으로서 그동안 고민해오던 내용을 공유하고 마스터플랜을 만들어가기 위한 각각의 역할론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그는 최근 일반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한국이 자랑스럽다'고 생각하는 분야의 결과치를 예로 들며 "과학기술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국민들이 2003년 64.2%에서 올해는 75.9%로 늘었다. 이에비해 과학에 대한 위상과 대우는 그를 따라가지 못하는데 이를 높이는게 연구회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는 말로 강연을 시작했다.

이어 그는 과학계가 함께 논리와 명분을 만들어 함께 이해시키도록 하자고 덧붙이며 정부의 혁신안이 발표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이 이사장은 "그동안 연구비 투입대비 성과가 없다며 출연연에 책임을 물어왔던게 사실이었다"면서 "하지만 변화된 환경에 따라가지 못한 R&D 생태계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고 그 현실에 모두 공감하면서 대책과 방향을 제시하기 위해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서 이번 R&D 혁신안이 발표됐다"고 부연해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에 발표된 안 중 원장의 임기가 3년에서 5년으로 늘어난 것을 언급하며 과학기술인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에 의하면 조선시대 세종 시기 과학기술이 세계에서도 손꼽을 정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세종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해 중국과 사대주의 대신들이 가하는 위협을 감수하면서도 한글, 천문력 등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또 노비출신 과학도를 발굴해 등용하면서 세계 최고 기술이 나올 수 있었다는 것.

'정부R&D 혁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상천 이사장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정부R&D 혁신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이상천 이사장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이 이사장은 "원장의 리더십이 보장돼야 혁신이 가능하다는 차원에서 정부에서도 기관장 임기를 5년으로 연장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앞으로는 과학계 종사자들이 세종의 리더십처럼 국민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리더십을 발휘할 때"라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혹자는 임기가 길어지면 정치적 인사가 왔을경우 어떻게 버틸지는 고민하는데 길어지면 아무나 공모에 응할 수도 없고 선임하는 쪽에서도 아무나 뽑을 수 없을 것"이라면서 "연구현장이 정상적으로 바뀌어 갈것"이라고 주장했다.

KIST와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의 성과 자료를 인용하면서 과학기술계 구성원 모두 힘을 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그는 "기관의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의 국가 경쟁력은 26위이지만 과학기술 경쟁력은 6위다. 과학계 잘하고 있는데 다른 분야에서 따라가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면서 "KIST 설립 후 46년간 595조원 경제적 사회적 파급효과를 거뒀고 생기원의 역할로 기업당 매출과 고용창출이 크게 늘었다. 그동안 잘해왔듯이 앞으로도 충분히 잘 할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R&D 혁신이 이뤄지지 못했던 이유로는 연구기획과 과제선정, 평가 등이 졸속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 이사장은 "수십억원 과제도 줄세워서 발표시키고 비전문가들이 평가해 선정했다. 특히 상피제도를 적용하면서 이렇게 빼고 저렇게 빼니 전문가가 없었다"면서 "연구회는 상피제도를 없애고 가장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객관적인 평가 할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처럼 연구수행체계의 앞에서부터 문제가 되고 있으니 사업화가 안됐다. 우리가 느끼고 가야한다"면서 "연구자들이 과제를 수주하기 위해 지나치게 과열돼 있는 것도 문제이고 자존심 상하는 일이다. 연구자들이 연구에 몰입할 수 있도록 연구회가 그 역할을 하게끔 논의 중이다.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바람직한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연구성과가 제대로 사업화로 이뤄지기 위한 방안으로 모 언론의 주장을 들며 정부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언론 자료에 의하면 현재 16개 부처의 평가기관이 제각각이다. 과학기술은 콘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이뤄져야하는데 부처의 기득권으로 콘트롤타워 기능이 안되고 있다고 언론에서도 지적하고 있는데 이는 모두가 느끼는 부분으로 공감한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이 이사장은 연구자들의 변화해야할 부분도 지적했다. 그는 연구비 사용 중 장비에 대한 문제를 언급하면서 "R&D 예산의 1조원 이상이 매년 장비업체로 간다. 불필요한 장비사서 조금 쓰고 버려두고 심한 경우에는 과제 다 끝나가는데도 남은 예산을 처리하기 위해 장비를 산다"며 황당해 했다.

그는 이어 "장비공동활용 방안은 비용을 줄이는 차원이 아니라 애국하는 마음으로 해야한다"면서 "다행히 많은 출연연에서 장비 공동활용에 참여하고 있어 고무적"이라고 덧붙였다.

주제발표에 이어 플로어에서 다양한 질문이 쏟아졌다.

출연연에서 창업했다는 다른 창업자는 리더십을 위한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연구자와 보직자 두 트랙이  필요한데 우리는 연구자가 어느날 보직을 맡으면서 제대로 기관 경영이 안되고 있다. 둘다 잘하는 사람은 없다"면서 "리더십을 갖춘 좋은 원장이 나오려면 트레이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 이사장은 "이전에는 탑다운 방식으로 목표가 있어 시키는대로 하면 됐지만 지금은 창의적인 시대로 개인의 개성을 존중하고 관리도 프로답게 해야한다. 일정 과정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한다"면서 "자리만 차지하는 리더로 인해 잘못되는 사례 많이 봤다. 그래서 KIRD에 과정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이사장은 "리더는 구성원이 능력을 발휘하도록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참석자는 평가의 부당함을 예로 들며 현장에 더 귀를 기울여 달라고 요청했다. 참석자는 "지난해 과제에 대해 A를 받았는데 이는 소재분야로 무척 중요한 연구다"면서 "하지만 평가자와 기관장이 이를 인지하지 못해 연구비 지원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또 "73학번인데 현재 학생들이 배우는 교재가 그때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공대가 발전해야 기업이 발전한다. 정부차원에서 이를 개선해야한다"고 건의했다.

광주에서 올라온 문승현 GIST 총장은 "성과확산은 과학기술인의 사회적 책임이다. 대덕은 클러스터가 있고 이웃을 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면서 "앞으로도 지역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토론이나 교육의 장이 광주에서도 열릴 수 있기를 바란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 앞서 선박해양플랜트 투어 행사도 열려 각 출연연 관계자들간 소통과 교류의 시간을 가졌다. 투어참석자 중 박준홍 코릭스 연구소장은 "수조연구소를 봤는데 규모가 상당해 민간이 하기에는 어려운 연구시설이라는데 놀랐고 연구자에게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서상현 소장은 환영사를 통해 해양플랜트연구소가 지금 자리에 들어선 유래에 대해 소개했다. 서 소장은 "연구소가 들어서기 전 이 자리 이름이 있는데 주변에 물도 없는 상황에서 배뜰골이라고 불렸다"면서 "우리나라의 조선산업을 끌어올리는데 역할을 하는 우리 연구소가 이 자리에 들어선게 우연이 아니다. 앞으로도 조선산업을 일으키기 위해 열심히 정진해 나가겠다"고 인사를 했다.

6월 상상력 포럼D는 6월 29일 국가핵융합연구소와 '기술이전과 사업화'를 주제로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상생한마당으로 펼쳐질 예정이다.

행사 전 기념사진 촬영에 나선 기관장들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행사 전 기념사진 촬영에 나선 기관장들의 모습. <사진=강민구 기자>

 

 

포럼 종료후, 주요 참석자들의 기념 사진 촬영. <사진=강민구 기자>
포럼 종료후, 주요 참석자들의 기념 사진 촬영. <사진=강민구 기자>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