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표준연 광도센터 박사, 인공위성 카메라 표준도 우리 손으로
"개인적인 스트레스 컸지만 측정에서 실수 거의 없었죠"

신동주 표준연 박사가 그의 실험실에서 광원색의 기준을 잡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벽에도 까만 커튼이 쳐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사진=길애경 기자>
신동주 표준연 박사가 그의 실험실에서 광원색의 기준을 잡는 과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벽에도 까만 커튼이 쳐 있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사진=길애경 기자>
온통 암흑이다. 단 한줄기의 빛도 허용하지 않는다. 실험실에 들어서니 출입문에 난 작은 창에도 검은 커튼이 쳐져있고 심지어 비상출구 방향을 알리는 비상등에도 커튼이 설치돼 있다.

30년간 빛을 파장별로 분석하며 우리나라 광원색 표준을 확립해온 신동주 한국표준과학연구원 기반표준본부 광도센터 박사. 그에게 빨강과 파랑 등 우리가 익숙한 색은 큰 의미가 없다. 눈에 보이는 모든 색을 포함하고 눈에도 보이지 않는 자외선과 적외선 영역의 빛까지 파장으로 분류해 밝고 어두움을 수치로 측정한다. 그의 실험실이 단 한줄기의 빛을 허락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는 올해 1월말일자로 표준연에 근무를 시작한지 30년 3개월이 됐다.

신 박사는 "1985년 처음 표준연에 왔을때만해도 연구단지 대부분이 허허벌판이었다. 30년 시간이 흐르면서 연구단지도 많이 달라졌다"고 말하면서 "측정표준의 보급을 통해서 국내 기업에 도움을 줬다는데 큰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동안 단 한건의 문제도 발생하지 않았지만 그러기위해 스스로 받은 스트레스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다"고 말하며 지난 시간을 돌아봤다.

◆우리나라 광원색의 표준 그의 손끝에서 시작

교정기관에 제공되는 장비에 대해 설명하는 신동주 박사.<사진=길애경 기자>
교정기관에 제공되는 장비에 대해 설명하는 신동주 박사.<사진=길애경 기자>
처음 표준연에 왔을 당시에는 3명이 팀을 이루기도 했지만 그의 연구는 대부분 혼자서 진행된다. 기업들의 요구가 끊이지 않아 30년동안 항상 바쁘게 살아왔다. 

외롭지 않았느냐고 질문하니 그는 "한번 장비를 켜면 여러개가 돌아가는데 혼자 체크해야 해서 오동작 될수 있어 어려움이 있지만 스케줄 조정이 용이하고 생각한대로 만들수 있는 장점도 있다"면서 "지금도 기업의 요구가 계속되고 있어 여전히 바쁘다. 혼자 연구하는데 익숙해졌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어 그는 "예전에는 컴퓨터가 많지 않고 자동화되지 않아 연구과정이 지금보다 천천히 진행되는 편이었는데 지금은 장비도 계속 새롭게 나와 연구 속도도 빨라지고 인력도 대폭 늘었다"면서 "장비가 새롭게 나오면 익히는데 시간이 걸렸고 특히 컴퓨터와 장비가 호환이 안되는 경우도 있어 어려움도 많았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그에 의하면 표준연에서 흑체를 기준으로 파장별 광량에 대한 표준을 정하고 이를 표준전구에 옮겨 보급해 주면 교정 기관에서는 표준전구를 사용해 빛의 색을 측정하는 표준을 잡는다.

 "흑체(블랙바디)를 사용하는 광원색의 일차표준 장치는 규모도 크고 가격도 비싸서 일반 교정기관에서 이를 직접 구축해 사용하기는 어렵다. 그래서 정부출연기관인 표준연에서 일차 표준장치를 만들어 일반 교정기관에서 사용하기 쉽고 저렴한 표준전구를 제작해 공급하고 있다."

그는 "우리가 일차표준을 보유하고 있지 못하면 미국 등 외국의 표준전구를 구입해서 사용해야 하는데, 나라마다 보급하는 표준전구의 종류와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불편한 점이 많다. 우리나라는 2007년에 러시아에서 흑체를 구입해서 일차표준을 확립해 자체 제조한 표준전구를 기업에 제공하고 있다"며 일차표준 장치 개발을 주요 성과로 꼽았다.

◆파랑 빨강 빛의 파워로 색 구별…국제 비교는 필수

"같은 양의 빛이 들어올때 가장 밝은 색은 녹색이다. 붉은 색으로 갈수록 어둡게 느껴지는데 빨강을 넘어서면 거의 빛을 느끼지 못하고 이는 적외선이다. 또 파랑에서 보라로 가면 어둡게 느끼다가 더 나가면 자외선이기 때문에 우리는 느끼지 못한다." 

그가 맡은 업무는 파장에 따른 빛의 양, 즉 광원색의 기준을 잡는 것. 파장별로 구분한 색으로 보여지는 빛의 표준은 중요하다. 빛이 너무 세면 시력이 손상되거나 약하면 제대로 보이지 않는 문제가 있어 민감하다. 우리나라 광원색의 표준이 그의 손끝에서 시작된다고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스마트 기기의 디스플레이 경우 색좌표, 규격 등 광원색이 규격에 맞는가를 측정해야한다. 디스플레이로 보여지는 색의 표준이 세계 시장 어디에서도 문제가 없도록 기준을 잡고 이를 활용해 시험기관에서 검사를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그의 역할이다. 하지만 이를 구입한 소비자가 광원색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면 광원색 측정표준을 제공한 기관부터 추적하게 된다. 

신 박사는 "추적하면 어떤 장비를 사용했고 어디서 교정을 받았고 등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데 그 끝에 표준연이 있다"면서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다른 나라와 측정결과가 일치하도록 국제 비교를 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가 되면 국제적인 망신이다. 아직까지는 단 한건의 문제도 없었다. 그런 점이 스트레스이긴 하지만 보람"이라고 밝혔다. 

◆연구자는 진정한 프로가 되어야 "인공위성 카메라 교정도 국내에서 가능하게 할것"

"자기가 하는 일에 진정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프로가 되어야 한다."

 신 박사는 자신이 하는 일에서는 진정한 전문가가 되길 희망한다. 후배 연구원들에게도 각자의 분야에서 전문가로서 프로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해 준다.

그러면서 지난 3월 발사된 인공위성 아리랑3A호에 실린 적외선 카메라를 보며 앞으로 인공위성에 들어가는 적외선 카메라의 표준도 우리가 할 수 있도록 하고 싶다는 새로운 목표를 세웠다.

그는 "인공위성에서 쓰는 카메라는 일부 파장의 빛만 선택해 측정하는 것이 많다"면서 "미국 표준연에서는 NASA의 장비를 교정하고 인공위성에 사용되는 장비도 교정하고 있다. 지난번 우리나라에서 발사된 인공위성에 탑재된 카메라의 교정은 외국에서 해 왔을 것이다. 앞으로 이에 대한 교정을 국내에서 가능하게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광원색의 1차 표준이 되는 흑체(검은색 둥근 모양).<사진=길애경 기자>
광원색의 1차 표준이 되는 흑체(검은색 둥근 모양).<사진=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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