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하는 미국정보통신 인력시장

“일자리를 찾는 닷커머들은 많지만 쓸만한 닷커머는 없고.” 요즘 미국의 닷컴기업 최고경영자들은 이런 말을 한다고 합니다. 벤처가 죽쑤기는 미국이 더하면 더했지 못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도 실직한 닷커머들이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중입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능력있는 인재들을 못찾아 난리인게 또한 미국의 실정입니다 . 워싱턴에 본부를 둔 미국정보기술연합회가 2일 발표한 자료는 미국 정보통신 인력시장의 현주소를 보여줍니다.

이 자료에 따르면 미국의 정보통신기업들은 올해 총 90만명의 종업원을 채용할 계획입니다. 그러나 이 중 절반 가량만 충원이 되고 약 42만5천개의 일자리는 주인을 찾지 못할 것 같습니다. 훈련된 기술인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올해 미국 정보기술기업이 필요한 인력은 지난해(1백60만명)에 비해 44%나 줄었습니다. 물론 미국경제가 하강곡선을 긋는데다 하이테크 기업들은 급속한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정보통신 분야에 종사하는 종업원 수는 지난해보다 오히려 늘었습니다. 현재 미국의 정보통신분야에 종사하는 종업원 수는 1천40만명입니다. 지난해(1천만명)보다 40만명이 늘었습니다. 이는 미국 전체 고용인력의 7%에 달하는 수치입니다.

벤처가 침체해도 자격을 갖춘 인력에 대한 수요는 꾸준하다는 얘기입니다. 몇년 전과 차이가 나는 것은 직종별로 기상도가 분명히 갈린다는 것입니다.

예를들어 기술지원 인력은 지난해에 비해 수요가 65%나 줄었습니다. PC 분야가 대표적이죠. PC판매는 계속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당연히 기술지원 인력이 필요없게 됐죠. 이와함께 기술서적을 쓰고 정리하는 저술종업원의 수요도 지난해에 비해 73%나 줄었습니다. 웹개발자를 찾는 손길도 25%가 줄었습니다.

반면 올해들어서는 프로그래머,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네트워크 설계자 등 전통적인 정보기술인력과 사무직 인력의 수요가 늘고 있습니다. 특히 기업전산시스템 관리자에 대한 수요는 62%나 늘었습니다.

이는 벤처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에 뛰어드는 대신 기존의 전통적인 사업을 다진다는 얘기죠. 미국정보기술연합회의 해리스 밀러 회장은 “지금은 특별히 재능있는 개성이 강한 엔지니어보다는 4년제 대학에서 교육을 받은 전통적인 학사학위자를 선호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습니다.

미국벤처들은 서서히 대박의 꿈을 버리는 중입니다. 대신 기업의 내재가치를 높이고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쌓는 본질적인 부분에 눈을 돌리는 것 같습니다. 우리도 귀기울여야 할 대목입니다.

뉴욕=김종윤(dalsae@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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