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호 작가 베니스 '특별전' 초청…시·공간 초월한 작품으로 '주목'
서산 출신 세계적 예술가 '지역 관심과 후원 필요'

"한국 과학자들이 예술에 눈을 뜨지 않으면 세계적 레벨에 갈 수 없습니다. 단순히 그림을 보라는 것이 아니라 영감을 받으라는 것입니다.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싶다면 예술을 알아야 합니다.(한호 작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현대예술계의 행사 '베니스 비엔날레'에 초청받은 한 예술 작가의 말이다.

베니스비엔날레 운영위원회에서 선정한 작가들이 작품을 전시하는 올해 특별전에서 한국의 예술가는 한호 작가와 이이남 작가만이 초청 받았다. 이중 한호 작가는 충청지역 출신의 세계적 예술가로 꼽힌다.

한호 작가는 충남 서산 출신의 지역  예술가로 파리, 뉴욕, 베이징, 서울에서 활동하며 15회 이상의 개인전을 개최한 바 있다. 그는 회화, LED 전구를 이용한 미디어회화, 조형, 퍼포먼스, 설치, 키네틱(Kinetic: 움직이는 예술, 특히 조각에서 작품의 일부가 움직이는 것) 등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수행하고 있는 '빛의 예술가'다.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 '동상이몽'. <사진=한호 작가 제공>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 '동상이몽'. <사진=한호 작가 제공>

◆서산 바닷가 마을 출신의 지역 예술가…회화 작가서 뉴미디어 아티스트로 진화 거듭

한호 작가는 서산 해미 바닷가 마을 출신이다. 그는 유년시절 그림 그리기와 영화를 좋아하고, 글씨를 잘쓰는 천진난만한 소년이었다.

한 작가는 "예술가에게 경험과 기억은 작품의 주요 소스가 된다"면서 "산과 바다의 접경지에 살면서 체험한 나무, 새, 바다, 물, 강, 별 등의 환경들이 작품에 대한 영감을 불러 일으키는 중요 요소가 됐다"고 회상했다.

그런 가운데, 그의 마음 한켠에는 빈자리가 있었다. 부모님이 이혼하면서 어머니와 떨어져 거주하게 됐다. 2살때부터 뵙지 못한 어머니는 32년 후, 서울예술의전당에서 개인전시회를 열 무렵에야 재회할 수 있었다.

이러한 아픔 마저도 그에게는 작품을 위한 영감이 되고, 유학생활 등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게된 동력이 됐다.

"자연이 의미있는 것은 빛, 달, 별이 그리움에 대한 위안을 준다는 것입니다. 그리움은 인간의 본질이기도 합니다.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헤어진다는 것은 형언할 수 없습니다. 인간이기 때문에 감정이 있고, 그리움이 있습니다. 제가 유학생활 등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었던 것은 막연한 동경, 그리움에 대한 훈련이 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유복하고, 행복했었다면 그러한 극복 능력이 없었을 것 입니다."

한호 작가는 지역을 떠나 서울로, 서울에서 파리로, 파리에서 뉴욕으로, 뉴욕에서 베이징을 거쳐 서울에 오는 'Romad(유목민)' 인생을 살은 예술가이기도 하다.

'빛의 예술가'인 한호 작가. <사진=한호 작가 제공>
'빛의 예술가'인 한호 작가. <사진=한호 작가 제공>

한호 작가는 대전 소재 대학을 졸업한 이후 서울의 지도교수 수하에서 2년 반을 보냈다. 그는 "교수님께 호되게 배웠는데 당시에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았다"면서도 "하지만 회화의 본질을 가르쳐 주신 은인이고, 화가로서의 기본을 수양하는 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지도교수의 작업실에 있으면서 만난 파리 출신 작가들은 프랑스 유학을 결심하게 된 결정적 배경이 됐다.

"주머니에 300만원만 들고 무작정 프랑스에 갔습니다. 현지서 만난 한인 작가분들이 파리 남쪽에 위치한 허름한 옛 주차장 건물을 소개시켜 줬습니다. 비가 샐 정도로 허름하고 찬 냉기가 들어오는 곳이었는데 침대 하나 놓고 맹렬한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물감 살 돈도 부족했던 그는 매일 밤 12시만 되면 나무 조각을 줍기 위해 사방을 헤매고 다녔다. 그런데 조각조각 나무들을 조합하다 보니 기형학적인 형태의 작업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새로운 오브제의 도입이 된 것이다. 그게 시작이었다.

이후, 평면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여러가지 생각을 하게 하는 아쌍 블라쥬 개념의 작업들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작업이 급진적으로 발전하게 됐다. 파리의 박물관에서 개인전을 개최한 그는 작품의 상당수가 즉각 팔릴 정도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조금씩 성공 가능성이 다가왔지만, 그는 또다시 새로운 예술에 대한 자아적 고민을 하게 됐다. 뉴욕에서 개최된 전시회에서 백남준, 척크로스, 리차드 프린스 등 세계적 거장들의 작품을 본 그는 우물안 개구리였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한호 작가는 "회화도 중요하지만 예술가로서 확장, 융합을 과감하게 시도할 수 있는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에게 있어 세계적 미디어 아티스트인 故백남준 선생은 롤모델이다. 그는 "백남준 선생님도 일본, 독일, 뉴욕 등 현대 미술의 심장이라 불리는 곳을 떠돌면서 예술 세계를 확장시켰다"고 말했다.

"뉴욕은 파리보다 더 역동적이고, 다변화된 곳이었습니다. 많은 작가들이 스타가 되고 싶어 뉴욕을 찾지만, 누구나 스타가 될 수 없다는 것 절실하게 느끼기도 했습니다"

변화에 대한 그의 예감은 적중했다. 빛이 단순히 평면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형상, 입체 설치 등을 통해 투영되는 빛의 세계를 구현하게 됐다. 특히, 불가리아 소피아 종이 비엔날레에 초대되어 전시한 작품들이 현지에서 큰 호응을 얻기도 했다. 단순히 영상을 만들고 프로그래밍하는 미디어 아트가 아니라 설치적 미디어아트, 회화적 미디어 아트로 진화하기 시작했다. 

한호 작가는 "이전의 미디어 아트는 미디어와 설치, 빛이 분리되어 있었는데 이 것들을 합치고, 퍼포먼스까지 접목했다"고 말했다.

뉴욕에서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그는 다시 중국으로 눈을 돌렸다.

그는 "한지를 작품에서 많이 다루면서 문자와 한지에 관심을 갖게 됐다"면서 "중국 현대 미술의 가능성을 보기 위해 베이징에서 1년 넘게 체류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년간의 해외 경험을 통해 얻은 성과로 그는 세계의 미술계의 흐름을 파악하게 된 것을 꼽았다.

한호 작가는 "변하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예술가는 알아야 한다"며 "진시황릉을 보지 않고서는 색감을 표현할 수 없고, 달을 봤기 때문에 빛의 표현이 가능했다. 그만큼 실제적 경험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세계 예술계의 흐름을 몸소 체험하면서 스스로 밀도가 있는 작가가 되기 시작했다. 전세계 미술사조, 동서양 비교, 캘리그래픽의 발전, 빛들의 움직임이 제 작업에 정립이 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작품 '세한도'. <사진=한호 작가 제공>
작품 '세한도'. <사진=한호 작가 제공>

작품 '동심'. <자료=한호 작가 제공>
작품 '동심'. <자료=한호 작가 제공>

◆시공간 초월한 작품 세계…"과학자, 예술에 대한 투자 아끼지 말아야"

"융합은 완벽한 2개의 것이 결합했을 때 이뤄집니다. 저는 회화주의자였고, 회화만이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세상의 흐름이 회화의 세계를 진부하다고, 느리다고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새로운 물감은 LED고, 새로운 시대의 것은 뉴미디어와 접목해야 앞서가는 것처럼 세상의 평가가 바뀌고 있었습니다."

과학이 아무리 발전해도 그 이상의 것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 그에 따르면 예술은 많은 것을 예시할 수 있으며, 예술가는 다양한 접목을 통해 새로운 대안을 만들고,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를 통해 보여진 비행기의 개념이 300년 후 과학을 통해 실현된 것이 그 예다. 

그는 "과학은 예술가의 영감을 구체화시키는 것이다"며 "과학과 예술과 분리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가는 것이기 때문에 과학자도 예술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빌게이츠도 피카소의 작품을 감상하면서 윈도우의 '멀티태스킹' 개념을 착안하게 됐습니다. 과학자는 예술을 알아야 하고, 예술을 보면서 느끼는 영감을 취해야 합니다. 자신만의 것으로 만들 수 있는 감성을 키우고 접목한다면 시대를 이끄는 성과가 나올 수 있습니다."

한호 작가의 작품에는 시·공간을 초월하는 등 한계가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독창성은 실험속에서 나온다"면서 "그림에 투명스크린을 씌운다. 1500년 유화기법에서 21세기의 매커니즘인 영상스크린까지를 보여준다. 영상과 회화의 경계를 허물면서 살아있는 회화 표현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시대에는 동양화, 서양화, 고전 산수, 현대 미술 등 경계도 없고 구분도 없다. 코스모폴리탄(무한궤도)이 제가 지향하는 미술의 방식이고 구현하고자 하는 세계다. 캔버스도 살아 숨쉬는 무한의 공간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 '동상이몽'. <사진=한호 작가 제공>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 '동상이몽'. <사진=한호 작가 제공>

한호 작가는 과학과 접목된 또 다른 변화를 추구하고 있다.

그는 "과학 매커니즘에 대해 잘 모르지만, 창조적 예술작품으로 구현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실험하고 연구하는 것이 제 삶"이라면서 "부력을 이용한 조형물 공중부양. 환상과 과학의 경계가 허물어진 빛의 환영 세계를 구현하고 싶다"고 밝혔다.

한호 작가는 예술의 산업적 활용 가능성도 제시했다.

그는 "예술은 산업화가 목적이 아니라 주관적이다. 예술은 산업과 과학이 만나는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 예술에 투자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 예술가가 이미 검증 끝냈다. 과학자와 협업하면 성공할 확률이 높다"고 밝혔다.

"예술가로 살면서 가장 힘든 것은 제 작품이 인정 받지 못할 때입니다. 예술가로 태어났다면 예술가로서 새로운 세계를 구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지녀야 합니다. 그게 예술가의 마지막입니다. 시대에 남길만한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그는 과학자들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하고 싶다면 영감을 받아야 한다. 그게 과학자가 해야할 일이다. 영감도 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기는 어렵다. 미술관도 자주가고, 대화하고 느껴야 한다"며 예술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말것을 당부했다.

특히 그는 대덕의 과학자에 대해 "왕희지의 말 중에 상덕부덕 대도무명이라는 말이 있다. 눈과 귀를 열고 세상의 모든 것을 수용할 수 있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게 이 시대 융합의 시초다"며 "아티스트와 협력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안타깝게도 지역의 후원과 관심이 부족한 상황으로, 한호 작가에게 도움이 절실하다.

그는 "베니스 비엔날레에 참가하는데 총 2억원이 소요되는데, 안타깝게도 자금이 부족하다. 특히, 지역에서 후원이 전무하다는 것이 아쉽다"고 토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세계적 예술가로 도약하게 되는 계기로 만들 것을 다짐했다.

"유년시절부터 꿈이 베니스 비엔날레였습니다. 동상이몽처럼 꿈과 현실을 왔다갔다 하는데, 작품 속에 전쟁, 헤어짐, 치유를 담아내고 휴머니티가 있는 작품을 통해 세계인들의 공감을 이끌어 내고 싶습니다. 많은 조언과 관심 부탁드립니다."

(한호 작가의 후원을 원하는 분은 손전화 010-4014-2915, 계좌번호: 시티은행 108-01871-269-01 예금주:한기호로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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