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여 있다. 바다와는 무척 친밀할 수 밖에 없는 지형적 특징이 있을 뿐 아니라, 그 바다에는 특히 많은 섬이 자리해 있다. 유·무인도를 합쳐 무려 3358개의 섬이 있다(해양수산부, 2008). 작은 국토에 비하면 전 세계적으로 단연 최고의 섬나라인 셈이다.

우리와 비교적 가까운 필리핀과 인도네시아도 세계적으로 섬이 많은 나라인데, 이들 국가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하는 나라로 화산섬이 무수히 형성되어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리아스식 해안을 갖고 있다. 리아스식이라는 용어는 스페인의 리아라는 곳의 대표성을 가져와 리아의 식이라 하여 리아스식 해안이라 부른다.

한반도에 오늘날과 같은 지형이 형성된 것은 비교적 최근인 신생대다. 신생대 이전까지 한반도 지형을 옆에서 보면 거의 평탄했다. 오랜 침식이 이어지며 서에서 동으로 띄엄띄엄 지질구조선을 따라 침식이 이뤄지고 신생대 제3기에는 한반도의 동쪽으로 치우친 경동성 요곡 운동이 일어나 경사를 갖게 된다. 이러한 경동성 운동을 통해서 태백산맥, 낭림산맥, 마천령산맥 등이 만들어진다.

이로 인하여 한강, 금강, 영산강 등 대부분의 하천은 동쪽에 있는 산맥을 근원지로 해서 서해로 흘러내리게 된다. 그 후 4기에는 빙하기가 찾아와 빙기와 간빙기가 반복되고, 빙기에는 모두 얼어 바다의 물이 없어져 버리고 결국 해수면이 낮아져 하천의 하방침식력이 강해진다. 즉 해수면이 낮아지면서 더 많이 아래를 침식시키게되어, 서해안과 남해안에는 많은 침식이 일어났다. 그런데 후빙기에 해수면이 다시 상승, 빙하기때 침식이 되어 만들어진 깊은 골짜기로 물이 들어오면서 삐죽삐죽한 해안선과 섬이 만들어지게 된다.

이러한 수 많은 섬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형태와 환경으로 인하여 최근에는 섬에 대한 인식이 점차 높아지고 다양한 각도로의 접근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두가지 사례를 예로 보여주고자 한다.

우선 섬의 형태에 따른 예술과 인문학적인 접근이다. 우리나라의 수 많은 섬에 이름이 붙여진 유래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는 섬과 연관이 있는 사건이나 역사적 사실과 관련된 것이다. 주변의 다른 섬보다 늦게 주민이 정착하여 '만지도', 섬으로 유배 온 선비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말과 생각이 어눌해진다고 하여 '눌도'로 불려졌다.

두 번째는 섬의 자연 환경적 특징에서 생겨난 이름이다. 소나무가 무성하여 '송도', 닥나무가 많다고 하여 '저도' 등으로 이름이 붙여졌다. 세 번째는 사람들이 육지나 배에서 바라본 섬의 옆모습으로부터 자연스레 붙여진 이름이다. 졸고 있는 사람 같다고 하여 '조름도',  볼기짝(엉덩이)을 닮았다하여 '볼개섬' 등이 그 예이다.

최근에는 위성이나 항공 영상으로 제작된 섬관련 지도를 쉽게 접할 수 있다(다음지도, 네이버지도, 구글지도). 이제는 쉽게 접할 수 있게 된 인터넷지도를 통해 우리나라 섬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새로운 이름과 의미를 부여해 보고자 하는 새로운 시도이다. 먼저, 일반적인 지도의 틀을 벗어난 상상력으로 육지를 빼고 섬만 있는 지도를 만들고, 이 섬들을 다시 한 곳에 모아 우리나라의 '섬 가족 지도'를 만든다. 섬들로써는 처음으로 가족 모임을 하게 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정해진 위치의 제한을 받지 않게 된 자유로워진 섬들은 다양한 형태의 모습으로 변신을 할 수 있다. 한 예로 달팽이 모양의 패턴으로 디자인이 가능한 것이다.
 

제주도를 중심으로 모인 가족지도(왼쪽), 달팽이 패턴으로 변신한 우리나라 섬배치(오른쪽).
제주도를 중심으로 모인 가족지도(왼쪽), 달팽이 패턴으로 변신한 우리나라 섬배치(오른쪽).
지도는 북쪽을 위쪽 방향 두고 있어 우리는 늘 고정된 모습의 섬만 바라보았다. 지도상에 있는 섬을 있는 그대로 보게 되면, 어떤 모양을 닮았는지 알기 어렵다. 하지만 여러 각도에서 보게 되면, 내가 알고 있는 어떤 모양과 비슷해지는 때가 있게 된다. 이러한 접근을 통하여, 날개가진 동물을 비롯해 땅과 바다에 사는 각종 동물의 모습뿐 아니라, 다양한 사람과 사물의 모습으로 그 섬의 형태를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동물, 사람, 사물과 같은 독특한 모양을 지닌 40개의 섬을 선별하여 섬의 역사를 비롯해 생김새로부터 상상력을 발휘해 예술과 인문학적 스토리를 엮어 '미래를 꿈꾸는 해양문고(한국해양과학기술원)' 시리즈인 '상상력의 마술상자, 섬(지성사, 2014. 8; KIOST, 최현우박사, 최영호교수)'이 출간되었다. 이중 일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먼저 전남 신안군 압해읍의 '가란도'는 지도상에서 이 섬을 보면 어느 형상도 닮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180도 회전시켜보면 배가 통통한 비둘기의 모습이 나타난다. 전북 군산시 옥도면의 '석도' 역시 270도 회전시켰을 때 바다에 떠있는 약 300m의 거대한 누에가 그 모습을 드러낸다.

전남 신안군의 가란도(왼쪽)와 전북 군산시의 석도(오른쪽).
전남 신안군의 가란도(왼쪽)와 전북 군산시의 석도(오른쪽).

경남 통영시 산양읍에 있는 미륵도의 북서쪽 끝 부분에 약 40m의 작은 다리로 연결되어 있는 풍화리 함박마을이 있다. 이 지역은 소위 얼짱 각도라 부르는 45도 각도로 스마트폰을 쳐들고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는 순간을 보여준다. 전남 완도군 금일읍의 '황제도'는 100도 회전시켰을 때, 훈장님으로부터 회초리를 맞고 있는 서당아이의 모습이 나타난다. 

경남 통영시의 미륵도 함박마을(왼쪽)와 전남 완도군의 황제도(오른쪽).
경남 통영시의 미륵도 함박마을(왼쪽)와 전남 완도군의 황제도(오른쪽).

전남 신안군 증도면의 '화도'는 몇 개의 섬이 염전으로 연결되어 마치 초기 무선전화기 모양을 하고 있다. 또한 전남 신안군 비금면의 '황탄섬'은 80도 회전시켰을 때 한반도 모양을 한 대동여지도의 모습으로 펼쳐진다. 강원도 동강에 '한반도 지형'이 있다면, '황탄섬'은 바로 바다에 있는 '한반도 섬'이라 할 수 있겠다. 

전남 신안군의 화도(왼쪽)와 황탄섬(오른쪽).
전남 신안군의 화도(왼쪽)와 황탄섬(오른쪽).

이와 같이 섬에 대한 새로운 별명과 이야기거리를 만들어 자연스럽게 섬에 대한 흥미와 관심을 유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섬을 동물, 사람, 사물로 매칭시킴으로써 국토에 대한 사고의 영역을 다른 차원으로 확장시켜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이러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것이 바로 창조의 시작점이 아닐까 한다.  

다음은 자연과학적인 접근의 예이다. 우리나라 바다를 책임지고 있는 국토해양부의 '무인도서 종합관리계획 2010-2019'에 근거하여 기획된 '전략 무인도서 과학적 해양생태도 개발연구' 사업이다 (책임자; KIOST, 강정훈 박사).

이 연구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영해기점 무인도서의 체계적 유지 및 관리를 위해 효과적인 과학적 시스템 구축에 필요한 기본 자료를 획득, 무인도서의 생태계 기반관리기법의 개발이다. 개발될 기법은 크게 전략무인도서 조사 가이드라인과 자원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과학적 생태 종합자원도 작성으로 구분된다. 이를 토대로 향후 한반도 주변에 위치한 190여개의 영해기점무인도서에 대한 전반적인 접근조사와 체계적 맞춤형 관리기법을 생산해 낼 계획이다.

1단계로, 영해기점무인도서 중 하나인 백도를 중점연구도서로 선정하여 백도가 처해있는 과학적인 실정을 고려한 생태계 기반 필수정보로서 1)지질, 지형학적 환경 2)도서주변 기초물리환경 3)도서주변 기초생태계 특성(먹이생물관점) 4)무인도서 서식 수중생물 5)무인도서 중간기착 외래유해생물을 선택하였다.

과학적 생태 종합자원도의 밑그림에 해당하는 도서주변 정밀 해안선 추출 및 정밀 해저지형도를 작성하고, 도서 주변 수온·염분 분포 및 암반서식생물의 주요먹이환경 특성을 지속적으로 획득할 예정이다. 또 수중생태지도 작성 및 모니터링을 위한 주요 정점별 특성(어류, 무척추동물, 해조류 및 산호류)을 파악하고, 서식지 맵핑을 기반으로 장기생태모니터링을 위한 기틀을 마련하는 연구이다.

이후 각 조사항목들을 토대로 무인도서 맞춤형 표준모니터링 방법을 개발하여 가이드라인을 작성하고자 한다. 자원관리를 위한 과학적 해양생태 종합자원도를 작성하고 실질적인 무인도서 관리를 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해 제시하는 것이 핵심 목표라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이러한 자료들을 유기적으로 결합한 무인도서 생태자원·환경도 작성도 계획 중에 있다.  

지금까지 두 가지 서로 다른 관점의 섬에 대한 접근을 살펴보았다. 근년 들어 지구의 기후변화 등으로 가장 먼저 영향을 받게 될 가능성이 높은 전 세계 섬나라와 섬에 대한 관심이 무척 증대되고 있는 상태이다. 경제적 이익창출이나 가치, 피해에 대한 현 상황의 파악이나 대응전략, 이러한 부분들도 필요한 부분이지만 무엇보다도 우선 섬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가치에 대하여 다각도의 접근으로 살펴보고 인식하며 미래를 그려나가는 것이 중요한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전략무인도서 해양생태계 기반관리기술 개발과제의 주요 성과.
전략무인도서 해양생태계 기반관리기술 개발과제의 주요 성과.

◆김동성 해양과기원 박사는

김동성 박사.
김동성 박사.
해양자원과 생태계의 중요성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김동성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박사는 'see the sea'를 통해 해양과학 현장을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줄 예정입니다.

김동성 박사는 일본 동경대학교 대학원 이학부 생물과학과를 졸업하고,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생물연구본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김 박사는 해양과학분야의 베테랑으로 국립해양생물자원관 건립 자문위원과 해양과학 기술분류체계 수립을 위한 분과위원, 해양환경영향평가 자문위원 등을 수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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