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⑧]부지는 특구·건물은 지자체 이원화 체제로 10년간 표류
"민간연 부지 대덕의 알짜배기…정부서 구입해 기업에 임대하는 방식"

동부기술원 내에 있는 유리온실. 농업분야 신생벤처에서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일부 기업들이 이 부지를 구입하면서 유리온실은 폐기처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사진=강민구 기자>
동부기술원 내에 있는 유리온실. 농업분야 신생벤처에서 꼭 필요한 시설이지만 일부 기업들이 이 부지를 구입하면서 유리온실은 폐기처분할 예정으로 알려졌다.<사진=강민구 기자>
신성지구 내 애경종합기술원, 대림산업연구소, 전민지구 내 대한항공 한국항공기술연구원, 동부하이텍, LG화학, SK 에너지기술원 등.

대덕연구개발특구 내에 입주해 있는 대기업 민간연구소들이다. 이들 기업연구소는 대덕연구단지가 조성되면서 정부출연연구소, 입주기관 간의 협동연구 촉진과 연구시설 공동활용을 위해 대덕연구단지 내에 둥지를 틀었다.

특구진흥재단이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대덕연구개발특구의 전체 부지는 약 6780만㎡(2051만평) 규모.

특구전체 부지에서 교육·연구 및 사업화시설구역이 차지하는 면적은 1308만9000㎡(395만9422평), 기업부설연구소의 부지면적은 238만4687㎡(72만3680평)규모로 확인된다. 특구내 교육·연구 및 사업화시설 구역 중 기업부설연구소 부지가 차지하는 비율은 18.22%로 전체 부지에서 결코 작은 면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LG와 SK연구소를 제외하고 대부분의 민간연구소는 기업의 경영정책이 바뀌거나 기업의 형편이 어려워지며 연구와 행정인력의 상당수가 근무처를 본사로 옮기고 떠나면서 연구소내에 유휴공간이 발생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대덕연구단지내 몇몇 출연연과 벤처 기업들이 공간을 확보하지 못해 탈대덕 현상이 이어지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특히 이런 공간들을 제대로 관리할 콘트롤타워의 부재로 일부 공간은 몇몇 기업들이 나눠먹기식, 부동산 투기혜택의 목적으로 이용되며 부지가 필요한 벤처들에게 박탈감을 주고 있어 위화감마저 조성하고 있다.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공간이 부족한 기업이나 스타트업들은 벤처 생태계 활성화와 특구 활성화를 위해 특구진흥재단이나 정부가 나서서 대기업 민간연구소들과 논의하며 유휴 공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기업인들은 부지를 정부에서 구입해 기업에게 장기 임대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특구법에 매몰된 특구와 자치단체, 체계적 관리 할 콘트롤타워 부재 

특구는 연구개발특구의 육성에 관한 특별법에 의거해 교육·연구 주거기능이 상호 조화된 과학전원도시를 지향한다. 이를 위해 연구분위기를 저해할 수 있는 시설물의 설치 제한을 통한 쾌적한 연구환경의 유지· 보전을 위해 주변 녹지공간을 보전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각 용지 목적에 맞는 기업의 입주와 승인, 운영 관리는 특구진흥재단에서 맡고 있고 건물에 대한 승인은 대전시나 구청이 관할하는 이원체제다. 이처럼 특구내 부지와 공간을 통틀어서 운영하고 관리를 할 수 있는 콘트롤타워의 부재 상태로 10년간 표류해온 셈이다.

이에 대한 피해는 특구내 기업과 기관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기술 중심의 벤처기업들이 속속 탄생하고 성장하며 추가 공간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공간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일부 벤처는 인근 세종시와 충청도의 적극적인 지원와 구애 정책에 따라 대전을 떠나고 있다.

특구 운영을 맡고 있는 특구진흥재단에서는 현재 민간연구소의 유휴 공간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구의 한 관계자는 "특구가 민간연구소를 들어가 볼 수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면서 "특구에서는 입주기업의 서류 접수와 검토 기능만 하고 있어 실제 특구내 민간연구소로 제대로 가본적이 없다"고 밝혔다.

또 다른 특구 관계자는 "대기업 연구소들은 시세차익을 노리기 때문에 망하기전에는 절대 부지를 팔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시세차익을 인정하게 되면 부지가 부족한 벤처들이 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민간연구소들도 속을 끓이기는 마찬가지다. 민간연구소의 한 관계자는 "민간연구소가 넓은 면적의 부지를 소유하고 있지만 대덕특구라는 특성상 연구·교육용 토지로 묶여 타지역에 비해 가격을 제한했다. 또 용도를 법으로 정했기 때문에 마음대로 권한이 없어 대덕을 떠나고 싶어도 옮겨가지 못하고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유휴공간 활용 방안 논의하면 충분히 가능

하지만 유휴 공간을 나름 활용하는 민간 연구소도 있다. 쌍용양회 기술연구소는 일본 태평양 시멘트가 지분의 30%를 취득하면서 공동경영을 하고 있다.

쌍용은 크게 ▲시멘트·콘크리트 ▲레미콘 ▲세라믹 등의 산업구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세라믹이 대구 경북권으로 분사되면서 규모가 줄었다.

쌍용 측 관계자에 따르면 외환위기 전 경영이 좋았을 때는 200명까지 인력이 존재 했다. 하지만 현재상황은 산기협 소속 연구원 21명과 연구 보조원 20~40명이 근무하고 있을 뿐이다. 그 때문인지 건물 크기 대비 인원 수가 적어 연구원은 조용한 분위기고,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쌍용 측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건물 중 80%는 쌍용이 자체 활용하고 있으며 20%는 IT 6개 기업에 임대해 사용하고 있다. 또한 1개동은 LIG 넥스원이 입주해 사용 중이다.

쌍용측 관계자는 "민간연구원 입주 1호라는 자부심 갖고 경영 어려워도 대덕 떠나지 않을 것. 경영 어려웠으나 작년부터 흑자가 발생하고 경영이 호전되면서 신규 인원 채용도 고려중이다"고 밝혔다.

이어 관계자는 "현재 쌍용연구소의 행정동 1층에는 100평 규모의 빈공간 존재하며, 동부한농 등 여러 기업에서 임대 문의 오고 있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한국항공기술연구원도 몇년전까지는 유휴 공간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무인기 사업을 적극 추진하면서 연구인력을 대덕으로 배치하는 중이다. 다만 아쉬운 것은 부지내 자체적으로 조성한 무인기 이착륙을 위한 활주로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

관계자에 의하면 당초 대한항공 측에서 진행하던 무인기 연구에 비해 최근 정부과제로 진행하는 무인기의 규모가 커서 활주로를 사용할 수 없게 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규모가 작은 무인기 개발 기업과 활용을 위해 논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대덕의 알짜배기 정부가 구입해 기업에게 임대하는 방식으로"

"현재 대기업 민간연구소부지는 대덕에서도 알짜배기 땅이다. 이런 부지는 특구나 정부가 매입해 실제 활용을 원하는 회사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기업은 회사 운영을 위해 부지를 활용하고 재산 축적의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입하는 일은 없어야 대덕의 생태계가 제대로 조성될 수 있다."

대덕의 한 벤처인은 "현재 동부기술원 부지를 구입한 몇몇 기업은 부동산 특혜를 보고 있다"면서 "3만평규모의 부지는 많은 기업들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이다. 땅은 정부에서 소유하고 기업에게 장기간 임대해 건물을 짓고 활용할 수 있도록 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대전시 관계자는 "특구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정확한 마스터플랜이 없는게 사실"이라면서 "공간을 어떻게 구성할지에 대한 논의가 먼저 이뤄져할 할 것같다"고 답변했다.

특구 관계자는 "지금 나오고 있는 용지들은 대기업이 30~40년 동안 갖고 있다가 부도나서 어쩔 수 없이 내놓는 땅으로 사유재산"이라면서 "연구교육시설은 원천적으로 투자가 불가하다. 대기업들이 내놓은 땅을 또 대기업에 줄 것인지, 아니면 다른 연구교육시설로 줄 것인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기업인은 "공간에 대한 큰 그림을 먼저 그리고 그걸 누가 주도하고 디자인할 건지 정해지면 그 전체 니즈를 수집할 수 있는 기관이나 위원회를 정해 담아내는 것이 좋겠다. 잘 연구해보면 효과적으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국화학연구원과 인접해 있는 쌍용연구소의 테니스장. 연구인력이 줄어 수년간 사용을 못했지만, 최근들어 내부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강민구 기자>
한국화학연구원과 인접해 있는 쌍용연구소의 테니스장. 연구인력이 줄어 수년간 사용을 못했지만, 최근들어 내부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사진=강민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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