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현장의 승리 '대전상의' 선거

취임식에 참석한 박희원 신임 회장(사진 맨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사진=길애경 기자>
취임식에 참석한 박희원 신임 회장(사진 맨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사진=길애경 기자>
박희원 제22대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이 지난 13일 공식 취임했다. 박 회장은 대전상의 회장 선거에 출사표를 던진 시점부터 줄곳 강조해온 '변화'와 '소통' 행보을 위해 취임 직후부터 대전시와 협력을 논의하는 등 벌써부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다.

이번 대전상의 회장 선거는 기업현장의 의견들이 모아지며 판세를 뒤집은 결과로 평가된다. 특히 벤처기업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의견들이 많다.

당초 손종현 21대 회장(남선기공 대표)과 새롭게 도전장을 낸 박희원 현 회장(라이온켐텍 대표)의 대전상의 회장 선거는 40여년간 관행처럼 이어져 오던 회장 연임이 기정사실화 되는 듯했다. 박희원 현 회장이 처음 출사표를 던졌을 때만 해도 관행을 깨고 선거판세를 뒤집기는 역부족이라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대결 양상이 박빙구도를 그리며 지역의 핫이슈로 부각됐다. 어느 선거전보다 뜨거웠다. 지역의 대표적 경제단체로 모두의 관심이 집중되며 언론에서도 연일 보도가 이어졌다.

그러나 그동안 대전상의가 나름의 역할은 했지만 80년 역사와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환경에 비해 역할이 크지 않았다는  기업 현장의 지적과 목소리가 모아지며 움직임이 시작됐다. 그러면서 변화가 필요하다는 박 회장의 공약도 탄력을 받게 된다. 선거 판세는 후반부로 갈수록 박 회장 쪽으로 기울며 역전세를 보였다. 선거일 전후로는 박 회장쪽이 우세하다는 의견도 적지않게 나왔다.

우리는 흔히 기회는 누구에게나 주어지지만 준비된 자의 몫이라는 말을 종종한다. 이번 선거 과정을 취재하면서 후보 양측에 공약 자료를 요청한 바 있다.

박 회장 측은 공약과 출마의 변을 담은 자료를 요청 즉시 메일로 보내왔다. 하지만 손 회장 측은 몇번의 요청에도 끝내 자료가 오지 않았다. 준비된 공약과 자료가 없다면서 말이다. 공정성을 위해 기사 출고를 늦춰가며 자료를 추가로 요청하고 손 회장과의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준비성만으로 선거 결과를 예단하기는 무리지만 준비 안된 쪽의 모습은 선거 결과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지난 11일 대전 유성호텔에서 열린 대전상의 제22대 회장 선출을 위한 임시의원총회에서 박 회장이 전체 88표중 51표를 얻으며 당선된다.

이번 투표 결과는 지역 기업인들의 적극적인 의지의 표명이기도 하다. 안정 속 연임을 강조했던 손종현 21대 회장의 조용한 리더십보다 3년 단임으로 변화와 소통에 적극 나설 것을 약속했던 박 회장의 움직이는 리더십에 힘을 실어준 것이다.

대전 지역의 기업환경은 독특하다. 기존 제조업 중심의 전통기업과 출범 40년이 지난 대덕연구단지의 연구성과를 중심으로 창업한 벤처기업 등으로 양분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구심점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구조다.

경제단체 역시 대전상의을 비롯해 대덕이노폴리스벤처협회, 대전충남세종융합연합회 등이 구성돼 저마다의 역할을 하고 있지만 구심점 역할을 하는 단체가 없었던 게 사실이다. 융합이 화두가 되면서 서로 협력해 시너지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음에도 누구 하나 적극 나서지 않고 있는게 현실이다.

대전지역에서 42년간 기업을 운영하며 지역 기업들의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던 박 회장 역시 당선 직후 첫 마디로 "이번 선거는 대전상의와 지역기업이 발전하기 위한 몸부림이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면서 "대전상의가 지역 경제단체 중 큰 형님 격이다. 구심점이 돼 단체간 화합과 결속력을 다지며 의견을 취합해 기업이 성장하고 고용창출로 지역경제 활성화를 도모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전의 기업들에게는 현재 많은 기회들이 펼쳐지고 있다. 세종시에 속속 입주하는 정부부처, 기업들, 대전 둔곡 신동지구에 들어서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 등이 속도를 내고 있다. 기업인들은 지금의 시기가 지역 기업들이 점프업을 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하며 박 회장의 활약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박 회장은 1973년 새한화학공업사로 출발해 자수성가한 기업인인다. 라이온켐텍은 세계 네 번째로 폴리올레핀 왁스를 개발한 것을 비롯해 인조대리석 기술로 국내는 물론 세계 시장에서도 손꼽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지역 인재 육성을 위해서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체험 기회를 제공하는 등 다양한 지원활동을 펼치고 있다.

라이온켐텍은 2013년 코스닥 시장에 진입했다. 지난해 1월 시무직 직후 공장이 전소되는 화재사고로 위기에 처하기도 했지만 불과 35일여만에 생산라인을 복구하는 등 박 회장의 강한 리더십으로 빠르게 회복하며 후배기업인들에게도 귀감이 되고 있다.

박 회장의 리더십을 오랫동안 지켜본 한 기업인은 "전임 회장도 잘했지만 신임 회장이 지역의 상공인이 대동단결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끌며 국가의 번영과 발전에 기여하는 계기를 만들어 주기 기대한다"면서 "공약처럼 적극적인 소통으로 기업들의 잠재적 능력을 이끌어 내고 북돋아 달라"고 당부했다.

또 다른 기업인 역시 "대전 지역 제조업, 벤처, 대기업, 연구소가 하나로 어우러질수 있도록 상의가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면서 "대전상의가 지역경제단체를 아우르고 지역상공인을 대표할 수 있는 체제로 대전의 경제와 기업 성장을 이끌어 달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이번 선거는 후보자와 지역 기업인들의 변화 의지가 이뤄낸 결과다. 변화를 기대하는 기업인들의 공감대와 변화와 소통을 강조한 박 회장의 선거 공약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며 승리로 이끈 것이다.

박 회장은 강한 리더십으로 취임식 직후부터 적극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회원들 역시 지지의사를 적극 보내고 있다. 이처럼 변화의 열망과 바램으로 일궈낸 성과가 지역의 전통제조기업과 벤처기업을 하나로 묶으며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지난 13일에 열린 취임식에서 케잌 촛불을 끄고 있는 박 신임회장과 권선택 시장, 지역 기업인들.<사진=길애경 기자>
지난 13일에 열린 취임식에서 케잌 촛불을 끄고 있는 박 신임회장과 권선택 시장, 지역 기업인들.<사진=길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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