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해외 전문기관의 한국경제 진단 : 국가 R&D와 산업구조에 관한 중요 경고

"한국의 R&D(연구개발) 지출은 2012년 GDP의 4.4% 수준으로서 OECD에서 가장 높지만, 사회전반적인 혁신 시스템 상의 취약점으로 R&D 투자에 따른 성과를 충분히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고질적인) 낮은 R&D 생산성의 원인은 ①R&D 프로세스, ②공공연구(출연연구소, 대학) 사업화 등의 취약성에서 기인하며, ③R&D 기획, 평가 시스템 및 산학연 네트워크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이 내용은 지난 2014년 6월17일에 OECD에서 발간된 '한국경제보고서(OECD Economic Surveys: Korea)'에서 지적한 우리나라 혁신시스템의 문제에 관한 내용의 주요 골자다.

우리나라 국가 R&D 투자수준이 OECD 1위이면서 성과는 꼴찌 수준이라는 점은 잘 알려진 문제다. 하지만 이 문제를 우리나라가 복지비 투자에 있어서 꼴찌라는 점(GDP대비)과 일자리 창출효과가 높은 서비스 산업에 대한 공공투자를 최소화하고(OECD꼴지 수준) 대기업·제조업 중심 R&D 투자에 치중한다는 점을 대비시켜 생각해 보면 보다 심각한 문제를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즉, 국가 R&D 성과의 비효율성 문제는 단지 기술혁신의 지연에 따른 기회비용 손실에 그치지 않으며, 현재 우리나라가 직면한 심각한 사회문제 – 청년실업, 노인 자살율, 성장 잠재력 상실과 사회 활력 저하 등등 – 와 밀접하게 관계되었다는 점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실정은 중국의 산업기술 추격과 선진국의 기술혁신 사이에서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해 허리띠를 아사 수준으로 조여가며 R&D에 투자하고 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러한 기대에 따른 투자에도 대학과 출연연의 연구성과는 기업의 니즈(기술 수요)와 동떨어져 있다. OECD는 보고서에서 다음과 같이 종합적 의견을 제시했다.

"한국은 지난 10 년 동안 OECD 국가들 중에서 경제성장율이 가장 높은 국가 중 하나였다. 그러나 2011-12 년에 걸쳐 경제 성장이 둔화되면서 높은 가계 부채, 낙후된 서비스 부문, 취약한 중소기업 등의 구조적인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이로 말미암아 대규모 재벌 기업의 수출에 의해 주도되는 한국의 전통적인 추격형 전략(catch-up strategy)에 관한 우려가 제기되었다. 이외에도 1997 년 이래로 상대적 빈곤과 소득불평등이 확대되고 있다. 새로운 성장 전략은 '창조경제'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벤처 기업이 핵심 역할을 수행하며, 사회복지 지출 증가와 고용 확대를 위한 로드맵을 포함하여 사회 통합(social cohesion)도 더욱 강조될 것이다. 이러한 계획은 최근들어 회복되고 있는 경기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장기적으로 한국이 최고 수준의 선진국가에 더욱 근접하고, 사회통합과 삶의 질(well-being)을 개선하는 데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일자리 창출의 78%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원이 선진국 대비 매우 적극적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과 대기업의 생산성 격차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OECD는 "중소기업에 대한 정부의 관대한 지원은 금융시장 발전 저해, 구조조정 지연, 과도한 부채에 따른 금융 위험 증가 등의 부작용을 수반한다"고 지적하며 중소기업 관련 지원 사업 수를 줄이라고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는 사뭇 반대되는 지적도 있다. "기업 R&D 비중에 있어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24%로써, OECD 평균인 33%에 크게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R&D 투자 수준 차이가 곧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생산성 차이 확대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중소기업 근로자 1인당 생산이 1980년 대기업의 55%에서 2000년 35%, 2011년 28%로 추락) 이것은 모순 같은 진단이지만 조금만 들여다 보면 중요한 맥락을 잡아낼 수 있다.

중소기업을 포함하여, 기업을 살리기 위한 우리나라 정부의 재정 지원은 매우 적극적임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의 R&D 지원 수준이 OECD 평균을 상당히 하회한다는 점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중소기업의 지원이 단기 수혈식이 아닌 혁신역량 강화, 그중에서도 R&D 역량의 강화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한다. 단기 수혈식 지원이 강화될수록 시장 왜곡이 심해지고 우리나라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키우는 결과만 가져올 것이라는 OECD의 경고를 귀담아 들어야 하지 않을까.

2. 대안은 그리 간단하지 않다 - 중소기업의 R&D 수용성

OECD 지적처럼 단기 수혈식 중소기업 지원이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게 되고, 국가의 R&D 지원이 중소기업 기술혁신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더 강화되어야 한다면 대안은 간단한 듯하다. 바로 중소기업 R&D 비용을 늘리는 것이 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과연 그럴까? 경제 전문학자들의 영원한 논쟁 화두인 계획경제와 시장경제의 대립을 말하려는 게 아니다. 국가의 중소기업 R&D 지원전략을 논하려면 우리가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중소기업으로 통칭되는 것을 중소-중견기업으로 나누어 보고,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에 대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이 곧 국가의 경쟁력'이라는 표현은 결코 수사적 표현이 아니다. 자본과 내수기반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산업 성장기에 대기업 주도, 수출주도의 성장을 선택한 것은 매우 적절한 선택이었지만 이제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기임을 여러 경제학자들이 경고하고 있다. 대기업 대비 지나치게 위축된 중소기업의 생산성, 기술혁신 역량이 우리나라 잠재성장률 추락의 원인이며 산업뿐 아니라 사회 전반의 활력을 잃어버리게 하고 있다. 과학기술인들에겐 익숙하지 않은 '산업 생태계 육성'이라는 표현이 점점 더 중요한 키워드로 회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독일이나 일본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산업생태계에서 허리 즉 중견기업의 취약성이 두드러진다. 최근 세계적 이슈가 되고 신산업인 드론(Drone)이라 불리는 무인기의 경우 이러한 문제로 인한 폐해가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한 산업계 경영인은 "혁신적 제품을 개발하려고 해도 이제는 중국의 부품이 값도 더 싸고, 성능도 더 좋아서 국산 부품을 사용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IT 기술과 인프라에서 독보적인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핵심기술에서 앞서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드론 산업에서 변방에 자리하고 있을까? 이 의문을 갖고 몇몇 기업을 실질적으로 탐방해 보았다. 과연 우리의 기술력은 대단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보니 그 기업들에서 사용하는 핵심 부품은 외산인 것이다. '조선 산업이나 해양플랜트 산업의 경우에도 핵심부품은 거의 대부분 해외에 의존하지만 우리나라 주력산업으로 성장했는데 무슨 문제인가?'라는 반문을 던질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조선 산업과 같이 혁신의 속도가 느리고, 부품의 가격 비중이 제품의 가격에서 10% 미만인 산업에서 유효한 패러다임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미 정부는 상당한 수준으로 부품과 소재기술 육성에 많은 자원을 직간접으로 쏟아 부었고 지금도 그러하다. 그런데 그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성실실패까지 보장하며 도전적 연구환경을 조성해 주는 데에도 왜 중소기업의 기술혁신은 살아나지 않을까? 그것은 고급인력의 중소기업 취업을 유도하고 고용을 촉진하기 위해 급여의 일부를 보조해 주는 정책도 동원했지만 실패하고 있는 현상에서 답을 찾을 수 있다. 즉 기술혁신의 3요소를 기술, 자본, 사람으로 정의해 본다면, 중소기업은 그중 사람을 확보하는 것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악순환이다. 중소기업의 생산력 저하는 상대적 급여하락을 가져오고 고급인력 유치를 어렵게 하고 있으며 결과적으로 아무리 정부 자금을 지원해도 기술혁신이 어려우며 그 결과 다시 생산력 저하로 이어지는 이것은 몇몇 사람들의 사명감과 헌신으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문제이다. 부실한 중소기업은 R&D 지원을 늘려도 기업의 혁신역량 강화와 자생력 확보로 이어지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정부 R&D에 기대어 연명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총체적 상황을 '중소기업의 R&D 수용성'의 문제라고 명명해 볼만하다

3. 출연연을 통한 중소기업 기술혁신 역량 제고

많이 듣던 표현이다. 그리고 정부 R&D 사업에서 이러한 효과를 유도하기 위해 중소중견기업이 주도하거나 사업 참여비율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금전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연구개발 결과물인 기술이전의 촉진, 지적재산의 출연연-기업간 공유 등의 정책 수정을 매우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제안하고자 하는 바는 보다 파격적이고 확실한 효과를 가져 올 것으로 기대되는 방안이다. 그것을 논하기 전에 세 가지 통찰을 먼저 빌려와 보자.

첫째, OECD가 권고한 우리나라 R&D 혁신방향 : 시설, 사업 중심에서 사람중심으로

OECD는 우리나라 국가 R&D 비중에서 시설투자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점과 인건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은 점을 지적했다. 이 권고사항에 대한 한 정부부처의 대안 골자는 시설투자의 단계적 축소와 기업의 인건비 인정 범위를 넓혀서 국가 R&D 사업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늘리겠다는 것이다. 해당 대응 보고서를 읽으며 여러 가지 생각을 했던 기억이 생생하고 그 기억이 지금 이 주제로 기사를 쓰고 있는 이유일 것이다.

과연 그 대안이 문제의 본질과 연결된 것일까? 인건비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다는 점은 '전문가 고용과 육성에 투자되어야 할 비용이 땅과 시설, 인프라와 각종 불요불급한 제도연구 사업에 쏟아지고 있으니 그 문제를 들여다보고 개선해 보세요'라는 의미는 아닐까?

수많은 대책을 쏟아내도 본질을 비켜갈 수 있다. 대학생들이 많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 좋은 일자리 특히 고급 엔지니어, 고급 과학기술전문인들의 일자리가 그만큼 부족한 것이 문제의 뿌리가 아닐까? '경제 성장의 예봉이 이미 꺽여 국가의 명운이 경각에 있는 이 때'에는 문제의 대응도 뿌리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대안으로 내어 놓은 중소기업의 R&D 참여인력 인건비 인정 비중과 지원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분명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중소기업의 R&D 수용성의 문제를 고려할 때 그 실효성은 크지 않을 듯하다. 보다 큰 화두로 돌아가 보면, 국가 R&D 비중에서 인건비 비중이 낮은 문제는 우리나라 R&D 구조에 대한 지적으로서, 미래에 장대한 열매를 맺을 거대한 나무로 성장할 사람의 육성보다는 단기 성과위주의 대형 사업과 시설 투자에 쏠린 문제로서 해석해야 하지 않을까?

둘째, 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산업구조 변화의 요구

OECD 보고서에서 분석한 아래 그림과 같이 우리나라 노동가능 인구는 급속히 줄고 있다. 즉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노동집약형 구조에서 기술 집약형 구조로 빠르게 옮겨가야함을 보여 준다. 좋은 일자리를 많이 만들기 위해서는 저임금 노동에 의존한 산업경쟁력 제고를 지양하고 기술 혁신에 의한 생산성 향상이 지속적으로 일어날 수 있도록 우리 기업의 체질을 바꿔가야 한다. 그 중심은 다름 아닌 사람을 키우는 것이다. 또한, 소통과 협업의 문화를 강화하는 일, 무엇보다 합리적인 리더십과 조직운영에 의한 조직 효율성을 강화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다.


셋째, 대학·출연연 연구, 산업의 기술수요와의 연계성 부족 문제

OECD는 대학과 출연연의 성과 평가를 논문이 아니라, 철저하게 '기업에 얼마나 도움을 주었는가'와 '특허의 질적 평가'로 평가할 것을 권고하고 있다. 즉 ①대학 평가제도를 논문·특허 중심에서 사업화 중심으로 개편하고 산학 협력 R&D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할 것과 ②출연연 역할 재정립과 관련하여 기업과 협력연구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추진하며, 출연연 정부지원 예산을 기업과제 수탁금액에 비례하여 배분(獨 프라운호퍼 방식)함으로써 산업연계사업 지향적 연구확대를 유도하라고 권고했다.

하지만, 모든 제도는 시기에 따라 그 효용성이 달라진다. 예를 들어, 최근 신문지면을 도배했던 무인항공기 규제 완화 문제를 들여다 보자. 최근 미국의 항공기 안전인증당국이 발표한 민간 무인항공기의 관련 법규에서 무인항공기 기체의 안전검사부분은 안전인증당국이 제시한 점검항목에 따라 사용자가 스스로 자가 점검하는 것으로 정했다.

우리나라는 어떠할까? 12kg이상의 무인항공기는 관계당국에서 엄격한 안전심사를 받아야 할 뿐 아니라, 매년 그 안전성이 유지되는지를 검사받아야 한다. 이것을 액면 그대로 비교해서 미국의 제도를 수용하자는 입장을 취하기 전에, 이러한 상반된 제도의 배경이 되는 두 나라의 문화와 개개인의 책임의식 수준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기업지원을 가치 중심에 두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시급하다는 데에 동의하지만, 여러 가지 환경과 토양을 고려할 필요가 있고 과학기술 부문별 차별화된 지표의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 낼 만큼 세밀한 준비가 필요할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박사 인력의 3/4를 보유하고 있고 SCI의 논문 73%를 써내는 대학의 연구결과가 산업으로 잘 이어지기 위해서는 논문 주제의 기획과 학생 지도단계부터 출연연 등 정부 전문연구기관이 관여할 수 있는 체제 확립이 필요하다고 본다.(독일의 사례) 또한, 대학교수의 지적 재산을 확고하게 보상해 주는 제도도 필요하고 그와 동시에 국가 연구를 통해 획득한 지적 재산으로 창업하는 것은 기업에 대한 역차별로 인식하여 제한할 수 있는 적절한 제도적 장치가 없다면 유명무실 할 것이다.(이 역시 독일에서 적용되고 있는 사례) 뿐만 아니라, 출연연의 역할을 기업의 수탁위주로 운영하는 것은 출연연의 역량이 기업을 선도하는 핵심원천기술을 보유할 충분한 기회와 자원이 주어진 이후여야 할 것이다.

이 문제는 출연연이 자체적으로 장기적이고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추진할 거버넌스 체제의 확보와 관계되고, 이러한 거버넌스 문제는 단지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출연연 스스로 PBS 제도 촉발의 원인이 되었던 '자율 연구의 비효율성' 문제에 대해 얼마나 체계적인 견제장치를 두는가에 달려 있을 것이다.

다음 제안안으로 넘어가기 전에 출연연 성과 비효율성 문제를 조금 다른 관점에서 해석해 보자. 첫째 항목에서 들었던 국가 R&D 비중에서 인건비 비중이 낮은 문제와 연결된 것이다. 즉 비용기준으로 볼 때 한 사람의 연구자가 수행해야 하는 R&D 과제의 책임이 과도하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사람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안안

위와 같은 세 가지 이해를 중심으로 국가 R&D 투자의 효율성 제고를 위한 출연연의 기여방안을 고안해 보자. 즉 ①시설, 사업 중심에서 사람중심으로 투자하고 ②저출산에 따른 인구구조 변화와 산업구조 변화의 요구에 부응하며 ③대학·출연연 연구와 산업의 기술수요와의 연계성 부족 문제 모두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그것도 단기간에 확실하게. 그것은 학-연 연계와, 산-연 연계에 관한 것이며 두가지 모두 출연연의 인력 부족 문제를 해소하는 것과 관계된다.

첫째, 학-연 연계 모델로서 독일의 공공연구기관이 인근 대학과 공동으로 지도하는 박사과정 코스의 적극적 도입을 제안한다.

둘째, 산-연 연계 모델로서는, 아직 관련 사례 조사를 못했지만 기업의 신입사원이 일정기간 (약2년) 출연연에 파견근무를 통해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다시 소속사로 돌아가거나 잔류하여 기업과 출연연의 기술교류의 통로가 되는 것을 제안한다.

셋째, 산-연 연계를 촉진하기 위해 거론되는 전문인 파견제도를 활성화 하는 방안이다. 현재 이와 관련한 제도 즉 기업 지원을 위한 파견·겸직 제도가 있고 지속적으로 보완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그 실효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심각한 일손 부족을 격고 있는 출연연에서 Best Man을 기업 지원으로 보낼 여력이 있는 곳은 아무 곳도 없을 것이다. 있다 하더라도 돌아왔을 때에 자신의 입지 문제 등으로 볼 때 Best  Man이 나서기 어려운 구조이다.

또한 기업으로 파견된 전문인이 기업정보를 이용해 창업하거나 기업 비밀을 빼돌리는 문제 발생 소지를 차단할 제도적 장치도 필요할 것이다. 제안하는 바는 출연연의 신규 인력 TO를 늘려서 그중 일부를 일정기간 기업 인턴으로 파견 보낸 뒤 파견이 끝날 즈음 본인의 선택에 따라 기업에 잔류하든지(이직) 본인이 원할 경우 출연연으로 복귀하는 제도의 마련이다.

기업으로서는 아직 내 사람이 아닌 부담은 있지만 무료라는 인센티브가 있고, 파견자는 양쪽 중 택일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보다 열심히 일해 볼 인센티브가 있으며, 출연연은 산업체의 환경에서 훈련된 인력 TO를 확보하는 인센티브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출연연 연구자중 Best Man으로 인정된 고경력 전문 연구자를 기업도 인정할 경우(양쪽 인정) 대학의 영년 교수제와 같이 국가가 100% 인건비를 보장하는 연구자로 인정하는 것이다.(파견자는 창업포기 및 유사 업종 기술 교류 제한 조치 필요) 첫 단계에는 한시적으로 인정함과 동시에 그를 인정해 준 기업에서 최소 30%(?) 수준의 인건비를 인센티브 명목으로 조달하고(기업 인정의 진정성을 확인하는 의미에서) 해당 기업에 파견되어 일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기업 TO를 제한하는 것으로 부정방지) 그리고 해당 기업에서의 파견자의 기술지원 실적이 만족스러운 것으로 평가된 경우 한시적으로 지원했던 100% 인건비 지원을 연장하여 재파견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국가로서는 어차피 연구자에게 어떤 명목으로든 지불될 인건비임을 감안한다면 추가적 비용부담이 없을 뿐 아니라, 기업이 분담하는 인센티브 수준만큼 비용부담이 줄어들고, 기업으로서는 시급하게 요구되는 전문 경력인을 용이하게 확보하는 인센티브가 있으며, 해당 고경력 연구자는 기업의 기술전문이사로 전직할 기회비용을 고려하여 최선을 다할 것이고, 출연연에 복귀하더라도 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더 좋은 성과를 올릴 수 있을 것이다.

4. 맺음말

제도와 정책에 문외한인 한 연구자가 여기에 내어 놓은 제안은 서툰 점이 많을 것입니다. 단지 어떤 변화를 당장에 촉진하는 것보다는 우리가 직면하고 있고 공동의 책임이 있는 문제에 대해 함께 생각해보고 문제의식을 공유할 수 있다면 이 글의 소기의 성과라고 생각됩니다. 특히, 글이 길어진 데에는 출연연의 사회적 책임 특히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문제에 대해 우리가 눈을 떠야 한다는 평소의 관점에서 문제의식을 공유하기 위해 애쓴 탓이 있습니다. 무일푼에서 일어난 우리나라의 자랑스러운 산업화의 역사와 학생들이 맨몸으로 이뤄낸 정치제도의 변혁의 역사는 이제 과학기술인들에 의한 기술혁신, 시스템 혁신으로 이어가야 할 사명이 요구되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제 자신의 그릇에 비해 너무 큰 생각을 담은 졸필을 용납하시고, 차제에 더 좋은 화두를 길어 올릴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기대해 보면서 함께 이 봄을 맞이하는 분들의 피드백을 기다려 봅니다.

◆안오성 항우연 실장은

안오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실장은 '안오성의 과학기술정책'을 타이틀로 현재 뜨겁게 논의되고 있는 과학기술 정책/제도 개선의 화두중 반복되어 제기되거나, 첨예한 이견이 있는 주제에 대해 역사적, 문학적, 장기적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기회를 갖고자 합니다.

안오성 실장은 현재 항우연에서 항공기획실장을 맡고 있습니다. 미국에 이어 세계 2번째로 개발에 성공한 틸트로터 무인항공기의 기획 및 비행체 설계와 체계종합을 10년동안 담당했으며, 우리나라 최초의 초음속 항공기 T-50 개발사업에서 비행체 설계통합, 서브시스템 체계종합과 착륙장치 PM을 담당했습니다.

현재 산업통상자원부 R&D 전략기획단 항공우주부문 자문연구원, 민군기술협력센터 기술기획 소위원회 위원으로도 활동중입니다. 주요 관심분야는 우리나라 산업 환경 및 국제동향, 국내 정책 환경을 통합한 장기적 항공우주 산업육성 전략, 항공우주분야 민·관·연 협력 체계, 국가 대형 R&D 사업의 기획·관리·평가 체계의 혁신 등 입니다.

 

저작권자 © 헬로디디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