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영화 흥행과 그 속의 과학

2013년 가을, 개봉 7일 만에 100만 관객을 모은 영화 '그래비티'와 2014년 말 1천만 관객을 모아 역대 외화 흥행 3위에 오른 '인터스텔라'의 인기는 사람들을 놀라게 하기에 충분했다.

광막한 미지의 세계 우주에 홀로 떨어진 주인공의 생환기인 '그래비티'가 만유인력의 힘을 곳곳에서 보여 줬다면, '인터스텔라'는 가족애를 축으로 지구 밖 세상으로 나아가는 확장과 상대성이론이 예상하는 현실을 블랙홀과 웜홀을 곁들여 멋지게 보여 주었다.

사람들은 어쩌면 뉴턴의 만유인력 법칙도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도 제대로 알지 못할지 모르지만, 두 영화는 예상보다 훨씬 많은 과학을 담고 있으며, 기본적인 과학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그만큼 영화를 더 즐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에 따라 영화를 본 이들이 가질 수 있는 궁금증을 풀어 주기 위해 우주 과학을 다룬 설명이 여러 형태로 곳곳에서 쏟아지고 있다. 그 설명들을 보면 우주를 다루는 과학이란 우리가 학교 다니면서 배웠던 기초과학에서 시작되며, 그 기초과학은 또한 우리의 일상에서 무척 가까운 곳에 항상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단순히 궁금증에서 시작된 과학에 대한 탐구심은 얼마나 오래 갈 수 있을까? 끝까지 읽을 수 있는 과학책이란 얼마나 있는 걸까?

◆우주의 과학부터 생활의 과학까지

'단단한 과학 공부'는 그런 면에서 주목할 만한 책이다. 이 책은 인간의 세포부터 우주 깊숙한 곳에 숨은 블랙홀까지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말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이야기를 다루지만, 어렵지 않다. 이 책의 화자에게 과학은 생활이다. 우리의 일상에서 볼 수 있는 현상을 예로 들면서 과학을 말하고 과학을 말하면서 우리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요즘 스트레스와 수면의 중요성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러나 수면 부족이 어떤 식으로 스트레스를 일으켜 몸에 문제를 일으키는지는 잘 알지 못한다. "수면과 스트레스는 상호 인과 관계다. 수면 부족은 몸에 스트레스를 가져오고 스트레스도 수면에 영향을 끼친다. …… 만약 수면이 부족하면 줄어야 할 호르몬은 줄지 않고 늘어야 할 호르몬은 늘지 않는다. …… 교감 신경계가 분비하는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기억력에 해롭고, 신경 세포 사이의 스냅스를 손상시키며, 신경 세포의 생산을 줄이고, 심지어 신경 세포를 죽인다. 글루코코르티코이드는 또한 뇌에 저장된 에너지를 소진시키는데, 우리가 밤을 새워 시험공부를 하고 시험장에 들어섰을 때 갑자기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으면서 머릿속이 백짓장이 되는 것이 이 때문이다. 수면 부족은 몸의 대사와 면역 기능에도 영향을 끼친다."(269~270쪽)

'단단한 과학 공부'는 전체 3부로 구성되는데, 1부에서는 천체물리학을, 2부에서는 과학사의 흥미 있는 발견과 일화를, 3부에서는 인체생리학을 설명한다. 저자는 천체물리학에서도 단순히 은하와 블랙홀과 상대성 이론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에라토스테네스의 지구 둘레 측정이나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 같은 익숙한 이야기에서 도플러 원리를 통해 유추할 수 있는 외계 문명의 존재 가능성까지 나아간다. 과학사 곳곳의 재미있는 일화와 그 속에 담긴 과학 원리가 이 책의 전체에서 보석처럼 빛난다. 또 한편으로 글 마무리에 이르러 과학 윤리를 무게 있게 짚고 넘어가는 모습에서는 저자의 깊은 공력이 엿보인다.

◆과학기술과 인문 교양을 아우른 노선생의 솜씨

자칫 딱딱하고 설명 자체에만 치우칠 수 있는 과학을 인문 지식과 우리 자신의 삶과 버무려 풀어내는 이 달변의 저자는 현재 타이완에서 대중을 위한 과학 지식 보급에 애쓰는 노학자 류중랑이다. 류중랑은 MIT에서 전자공학을 공부하고 같은 MIT와 일리노이대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다가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타이완으로 돌아와 칭화대학교의 총장을 맡았다. 국립 칭화대학교의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친 류중랑은 학자로서도 뛰어나 필 코프먼상을 수상했고, 튜링상을 수상한 야오치즈를 길러낸 탁월한 교사이기도 했다.
2005년, 류중랑은 일흔이 넘은 나이에 그때까지 자신이 갈고닦은 과학 지식과 인문 지식, 그리고 삶과 지식을 숙고한 통찰력을 담아 지식의 보급에 나섰다. 라디오 프로그램의 진행자를 맡아 과학, 사회, 문화 등 다방면에 관한 지식을 특유의 어법으로 대중에게 전달했고, 이 방송이 큰 호응을 얻어 책으로 엮여 나온 것이 바로 이 '단단한 과학 공부'다.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대중을 위해 방송한 내용이기에 '단단한 과학 공부'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과학에 흥미를 가진 이들이 읽기에 중요하고 필요한 내용은 빠지지 않았다. 더불어 학자이자 교육자로 살아온 저자의 태연한 태도와 말투에서는 통찰과 내공이 묻어나 지식뿐 아닌 성찰의 기회도 제공한다.

과학에 호기심은 있지만 어떤 책을 읽어야 할지 막막해하는 사람에게 이 책은 훌륭한 입문서가 될 수 있다.

과학 전문 번역가 김명남 선생의 말대로 "어느 한 권만으로 기본 지식을 다 습득하면서도 흥미를 북돋는다는 건 불가능하다. 완벽한 입문서 한 권을 찾는 독자는 영영 입문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그보다는 오히려 완벽하게 체계적이거나 포괄적이지 않더라도 어떻게든 끝까지 읽게 되는 책을 붙잡고 어떻게든 끝까지 한 번 읽어 보는 편이 낫다. 그러면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모르던 용어들이 서서히 익숙해지고 그래서 마치 그 개념도 정확히 이해한 것만 같은 착각이 들 것이다. 그건 나쁘기는커녕 좀 더 풍요로운 독서와 공부로 나아가는 필수 단계다."

<출처: YES 24, 출판사: 유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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